[한국스포츠경제 황지영] JTBC ‘청춘시대’의 송지원 캐릭터는 마음만 문란한 처자다. 19금 대사를 서슴없이 내뱉으며 남자를 갈구하는데 현실은 모태솔로다. 소개팅만 나갔다하면 친구사이가 되어 돌아오는 참 실속이라곤 꽝이다. 하지만 그 친근한 매력이 안방극장에 제대로 먹혔다. 덩달아 배우 박은빈에게 먼저 다가오는 팬들도 생겼단다. 박은빈은 “최근 학교에 갔는데 먼저 다가와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셔서 감동했어요. 저에 대해 잘 모르시는 줄 알았는데, 송지원을 연기하면서 얻은 게 많아요”라며 기뻐했다.

-올 여름 폭염이 극심했다.
“정말 더웠다. 더위 별로 안 타는 편인데 이번 작품하면서 제대로 무더위를 실감했다. 습도도 높고 태양빛은 작열하고 바람 한 점 없었다. 야외 씬은 대부분 한 번에 OK를 받았다. 셰어하우스나 학보사 촬영 때는 에어컨이 있었다.”

-송지원을 연기하기 전과 후 차이가 있다면.
“서강대 재학 중인데 6개월 간 팀프로젝트를 해도 사진 한 번 요청이 없었다. 동료들이 참 배려심이 깊어서 내가 불편할까봐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송지원 캐릭터 하고서는 단도직입적으로 사진찍자고 하시더라. 또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 귀엽다고 하면 그렇게 그 분들이 귀엽다(웃음). 캐릭터가 가진 힘이 큰 것 같다.”

-현실에서도 대학생이라 캐릭터를 받아들이기 수월했을 것 같은데.
“전혀 아니다. 외모부터 변화가 필요했다. 짧은 단발로 이미지 변신을 꾀했고, 털털하고 활발한 송지원이 되려고 촬영 외에는 조용하게 에너지 보충의 시간을 가졌다. 나는 기본적으로 집순이다.”

-처음 연기할 땐 힘들었겠다.
“왈가닥에 날뛰는 인물이라 정말 낯설었다. 혼자 있으면 잠만 자는 집순이다. 책 읽고 영화보고 음악 듣고 정말 평범하다. ‘청춘시대’는 딱 방학 때 촬영한 거라서 학기 중엔 수업듣고 프로젝트하고 과제하고 일상을 보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박은빈이 곧 송지원이더라.
“내 마음속으로는 굉장히 시끄러웠다. 이 아이는 도대체 왜 이럴까. 하하하. 그런데 연기하면서 조금씩 확신을 얻었다. 분명한 건 송지원의 비밀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송지원이 어쩌면 다른 친구들보다 더 큰 비밀을 가졌을지 모른다.”

-그 비밀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나.
“박연선 작가님이 극중 심어놓은 분신이 아닐까? 일단 ‘귀신을 본다’는 송지원의 거짓말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또 내레이션의 느낌도 다른 인물들과는 다르다. 다른 여대생들이 개인의 이야기를 할 때 송지원만 관찰자 시점으로 과거를 돌이켜본다.”

-집주인(문숙)과 가장 많이 부딪히는 인물이기도 했다.
“송지원이 미래가 집주인 할머니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 유은재(박혜수)가 들어올 때 말고는 대부분 송지원과만 대화를 나눈다. 또 할머니가 굉장히 뭐가를 아는 듯하신데, 송지원의 내레이션과 비슷하다. 현실과 판타지가 종이 한 장 차이라면 할머니의 벨에포크(극중 셰어하우스 이름, 프랑스어로 아름다운 시절)가 송지원일수도 있다. 덧붙이면 할머니도, 송지원도 솔로다.^^”

-그 미모에 왜 솔로일까.
“송지원은 일단 철벽을 친다. ‘나 먼저 좋아하지 말아라~’ 초를 치는 대사가 많았다. 나도 마찬가지로 책으로 연애를 배워 실전에 약하다. 송지원 캐릭터 하면서 연애가 더 어려워졌다.”

-실제 연애담 혹은 이상형이 궁금하다.
“썸은 25년 전? 하하하. 모태솔로다. 이상형은 서로를 잘 아는 남자사람친구에서 연인이 되면 좋을 것 같다. 극중에서도 임성민(손승원)과 티격태격하는 사이로 나오는데 문득 연애의 감정을 느끼기도 하니까. 자상하고 순수한 사람이면 좋겠다.”

-셰어하우스에 모여 사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독립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진 않았나.
“전혀 없다. 너무나 감사한 부모님과 함께 할 것이다. 극중에서 송지원이 숟가락만 들고 나타나 정예은(한승연)이 만든 요리를 같이 먹는데 내가 바로 그렇다.”

-셰어하우스 세트에서 특별히 마음에 든 공간이 있다면.
“방이 정말 예쁘다. 신문방송학과 나오신 조감독님의 전공서적들이 곳곳에 있었다. 극중 송지원 전공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였는데 소품팀의 디테일에 감탄했다. 천장까지 막혀있어서 실제 집처럼 아늑한 반면 환기는 잘 안 됐다(웃음).”

-같이 출연한 한예리, 한승연, 류화영, 박혜수랑 놀이공원을 간다고.
“정말 돈독한 사이가 됐다. 정기적으로 만났으면 한다. 각자 일을 하다가 다시 모이면 또 수다를 떨 수 있는 어떤 소통의 모임이랄까.”

-SNS에 개인의 일상을 공유해볼 생각은 없나.
“관리할 능력이 부족하다. 셀카를 찍는 성격도 아니고 음식을 보면 ‘먹스타그램’을 하기 전에 이미 먹고 있다. 주변 친구들도 나와 비슷한 성격들이라서 SNS에 사진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럴 바에 시작을 안 하는게 낫다고 본다.”

-요즘 청춘답지 않은데.
“그런 청춘의 정의가 뭘까. 아무래도 지금 시기를 지나고 나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주변에서 ‘지금 청춘이 좋아’하는 말을 듣고 어렴풋이 청춘은 좋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지나온 것에 대한 후회도 있고 아쉬움도 있고 그때가 좋았지 하는 순간도 있다. 청춘은 지나 봐야 확연하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황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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