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 화요일에 동참한 하이어뮤직 관계자들.

[한국스포츠경제 정진영 기자] 미국에서 벌어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전 세계가 인종 차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K팝 계에서도 이에 동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K팝 스타들은 물론 팬덤까지 나선 상황. 특히 온라인에서 활약이 인상 깊다.

■ 캠페인 공유·기부로 한뜻

조지 플로이드 과잉 진압 사건은 지난 달 25일 벌어졌다. 경찰 데릭 쇼빈은 위조지폐 사용 혐의를 받은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목을 무릎으로 찍어 눌렀다. 이 때 플로이드가 "숨을 못 쉬겠다"고 호소했으나 계속해서 목을 누른 사실이 알려지며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데릭 쇼빈은 이로 인해 3급 살인 혐의로 기소됐고 경찰직도 박탈됐다.

흑인 과잉 진압에 대한 문제제기는 꾸준히 있어 왔던 상황. 이에 미국 현지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인종 차별 반대에 목소리를 높이며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팝스타들 역시 여기에 마음을 모았다. 비욘세는 "우리는 모두 대낮에 벌어진 이 살인을 목격했다"면서 "더 이상 무분별한 살인은 없어야 한다. 유색인종을 사람 이하로 대하는 것도 더는 있어선 안 된다"는 글을 SNS에 올렸다. 또 다른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폭동을 일으킨 시위대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뜻을 표하자 자신의 트위터에 "임기 내내 백인우월주의와 인종주의 불길을 부추기고서 뻔뻔스럽게도 도덕적으로 우월한 척을 하더니 폭력을 가하겠다고 위협까지 하는 거냐"면서 "우리는 11월에 투표로 당신을 몰아낼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K팝 스타들에게도 인종차별 문제는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4일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인종차별에 반대합니다. 우리는 폭력에 반대합니다. 나, 당신, 우리 모두는 존중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함께하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렸고, 소녀시대 티파니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캠페인을 게재하며 관심을 높이고자 했다.

캠페인 공유보다 더 참여적인 목소리를 내는 스타들도 있다. 식케이, 그루비룸, pH-1 등이 소속된 하이어뮤직은 2일 블랙아웃화요일 운동에 동참하며 2만1000달러를 이번 캠페인과 관련한 단체에 기부했다. 블랙아웃화요일은 화요일 업무 활동을 멈추는 것으로 흑인 커뮤니티에 대한 지지와 발전된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보겠다는 의미다. 음악산업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갓세븐의 마크의 경우 지난 달 31일 "굳건하고 안전하게 있으라(스테이 스트롱, 스테이 세이프)"라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리며 기부 소식을 알렸다. 이에 따르면 마크는 플로이드를 추모하기 위해 7000달러의 금액을 유관 단체에 기부했다. 박재범은 "계속해서 같은 일이 반복해서 일어나는 것이 지겹다. 흑인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나로서도, 단지 인간으로서도, 플로이드가 얼마나 무력감을 느끼고 얼마나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았는지 생각해 보면…"이라는 글을 올리며 공분했다. 박재범은 흑인 인권 보호 단체에 1만 달러를 기부했다.

인종차별 항의 조롱글들을 K팝 팬들이 묻히게 하고 있다.

■ "K팝 팬들을 건드리지 마라"

전 세계에 퍼져 있는 K팝 팬들도 누구도 피부색으로 차별 받아선 안 된다는 명제 아래 똘똘 뭉쳐 있다. 팬 활동을 하면서 다져진 온라인에서의 캠페인 전개 능력에 외신도 감탄하고 있다.

플로이드의 사망 이후 SNS 공간에서는 '흑인의 삶도 소중하다'라는 의미를 담은 해시태그 '#블랙라이브즈매터'가 확산되고 있다. 이 해시태그는 흑인과 관련한 인종차별 상황이 발생했을 때 SNS 공간에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이를 조롱하고자 '백인의 삶도 소중하다'(#화이트라이브즈매터)와 '파란 생명도 소중하다'(#블루라이브즈매터) 등의 해시태그가 생겨났고, 일부 백인우월주의자 등을 중심으로 이 해시태그가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이런 조롱에 철퇴를 내리기 위해 K팝 팬덤이 나섰다. 이들은 자신들의 좋아하는 스타와 관련된 콘텐츠를 올리면서 #화이트라이브즈매터나 #블루라이브즈매터 등의 해시태그를 사용, 인종차별 관련한 글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SNS에서 이 두 가지 해시태그를 입력하면 방탄소년단, 선미, 세븐틴, 씨엘씨, 엑소, 트와이스 등 여러 K팝 스타들의 콘텐츠들이 나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트위터에서 #블루라이브즈매터를 검색하면 한 이용자가 방탄소년단 RM의 사진과 함께 "파란색 가운데 중요한 유일한 것은 남준(RM의 본명)의 머리"라고 쓴 게시물이 나온다.

CNN은 인종차별 시위에 반대하는 움직임에서 목소리를 빼앗기 위해 나선 K팝 팬덤의 활약상을 짚으며 "소셜미디어에 대해서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는 규칙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K팝 팬덤을 거스르지 말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달 31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경찰은 트위터 계정에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의 불법행위를 촬영한 영상을 공유해 달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K팝 팬들은 경찰이 영상 공유를 부탁한 어플리케이션이 마비될 정도로 방대한 양의 K팝 영상을 올렸다. K팝계에선 가수처럼 팬들도 자신이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인종차별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하이어뮤직 제공, 트위터 캡처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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