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주. /KLPGA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승부를 떠올리게 한 접전이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총상금 8억 원) 연장 승부는 공교롭게도 해외파인 김효주(25)와 김세영(27)의 대결로 펼쳐졌다.

승자는 김효주였다. 그는 7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 스카이힐 제주 컨트리클럽 스카이·오션 코스(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 최종일 18번홀(파5)에서 벌인 연장전에서 김세영을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최종 4라운드에서 나란히 5언더파 67타를 적어낸 둘은 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연장전에 돌입했다. 김효주는 3m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지만, 김세영의 버디 퍼트는 아쉽게 홀컵을 외면했다.

김효주는 KLPGA 투어에서 약 3년 6개월 만에 정상에 등극했다. 이번 우승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대회 장소다. 제주 서귀포시 롯데 스카이힐 제주 컨트리클럽 스카이·오션 코스는 김효주에겐 익숙한 곳이다. 그는 고교 2학년 때 이곳에서 열린 롯데마트 여자오픈에 아마추어 초청 선수로 나서 우승을 거뒀다. KLPGA 무대 첫 정상이었다. 대회 우승으로 롯데와 인연을 맺은 그는 지금까지 롯데의 후원을 받고 있다. LPGA 투어 진출 후에도 후원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곳에서 열리는 롯데 주최 대회는 빠짐없이 출전해왔다.

아울러 김효주는 이번 대회로 부활을 다짐하게 됐다. 그는 미국과 한국에서 모두 2016년 이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16년 12월 열린 KLPGA 투어 현대차 중국여자오픈 우승 이후 한동안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했다. 특히 1, 2라운드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다가도 3, 4라운드에서 순위가 밀리는 경우가 꽤 있어 체력이나 뒷심 부족이라는 지적도 많이 받았다.

그러나 희망을 잃지 않았다. 지난해 8월 본지와 인터뷰에서는 “선두권에 있다가 우승을 하지 못하면 박한 평가들이 나오곤 한다. 결과니깐 반박은 하지 못하겠다”라면서도 “다만 마음 속으론 그런 게 아니라 생각하고 있다. 체력도 좋은 상태다”라고 말했다.

심적으로 페이스를 조절하는데 주력했다. 당시 “성공도 중요하고 행복도 중요한데 운동 선수라면 성공이 먼저이어야 할 것 같다. 성공하지 못하면 행복도 100%가 채워지지 못할 것 같다. 여전히 성공을 향해 가는 단계다”라고 말한 김효주는 마침내 바라던 바를 이뤘다. 그는 KLPGA 투어 통산 11승 고지를 밟으며 다시 최고의 선수로 도약할 계기를 마련했다.

김효주는 경기 후 "정말 오랜만에 우승해 얼떨떨하다. 어제 라운드를 끝나고 마지막 날엔 해볼만하다고 생각했다. 아버지께서도 마지막 날 6타를 줄이면 우승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는데 홀을 거듭할수록 소름이 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운동량과 음식섭취량이 늘면서 체중도 4kg 정도 불었다. 그로 인해 비거리가 늘었다. 아이언 샷의 정확도도 높아졌다"며 "퍼트 감각이 썩 좋지는 않았는데 샷 감각이 워낙 좋아 걱정하지 않았다. 그것이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는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돌아봤다.

김효주는 "14번홀(파3)이 승부처였다. 18번홀은 지난 라운드들에서 샷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오늘은 잘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플레이했는데 버디가 나와 좋은 승부로 이어졌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오는 18일부터 열리는)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에 출전할 생각이다. LPGA 투어 재개 소식은 계속 메일을 체크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한 번 우승했으니 앞으로도 좋은 리듬을 탈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날 2언더파 70타를 친 오지현(24)은 18번홀 버디 퍼트에 실패하면서 1타 차로 연장전에 나서지 못했다. 그는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로 3위를 기록했다. 사흘 내내 선두를 달리며 우승에 도전했던 한진선(23)은 1타를 잃어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로 4위에 머물렀다. 베테랑 홍란(34)은 2타를 잃어 공동 5위(14언더파 274타)로 주저 앉았다.

‘핫식스’ 이정은(24)과 이소영(23), 최혜진(21)은 나란히 공동 8위(13언더파 275타)에 포진했다. 7개월 만에 공식 대회에 나선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은 공동 45위(4언더파 284타)로 홀아웃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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