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슬(유재석).

[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방송인 유재석이 예능계를 넘어 가요계까지 그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해 트로트 가수인 부캐릭터 유산슬로 TV와 음원 차트 등에서 영향력을 발휘한 유재석은 이효리-비와 함께한 혼성 그룹 싹쓰리로 올 여름을 뜨겁게 달굴 것을 예고했다. 그저 흥겨운 노래를 좋아했을 뿐이었던 유재석은 어떻게 가요계 다크호스로 떠오를 수 있었을까.

■ '무도 가요제'에서 시작된 꿈

유재석과 가요의 만남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유재석은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출연하고 있었는데, 이 때 이 프로그램이 새로운 도전의 일환으로 '강변북로 가요제'를 기획했다.

'강변북로 가요제'에서 '삼바의 매력'으로 은상을 수상하면서 유재석은 자신이 삼바 등 빠른 템의 노래에 애정을 갖고 있음을 고백했고, 이후 이 기조를 '무한도전'의 마지막 가요제였던 2015년 '영동고속도로 가요제'까지 끌고 갔다.

2015년 열린 '강변북로 가요제'에서 유재석이 무대를 즐기고 있다.

빠른 템포의 노래를 주로 하다 보니 무대 매너만큼은 늘 '무도 가요제'에서 상위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유재석은 2009년엔 타이거JK-윤미래와 퓨처라이거를 결성, '렛츠 댄스'로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 무대를 달궜다. 퓨처라이거는 이후 MBC 음악 프로그램 '쇼! 음악중심'에도 출연했다.

이후 2011년 열린 '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에서는 이적과 함께 '압구정 날라리'와 말하는대로'를 발표했으며, 2013년엔 유희열-김조한과 함께 '플리즈 돈트 고 마이 걸'을, 2015년엔 박진영과 함께 '아임 소 섹시'를 불렀다.

■ 프로그램 넘어선 전방위 활약

유재석이 방송을 넘어 본격적으로 가요계까지 진출하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2016년이다. 유재석은 '무한도전' 멤버 황광희가 보낸 행운의 편지로 인해 엑소와 컬래버레이션을 하게 됐다. 이전까진 '무한도전'을 위한, '무한도전' 내에서 소비될 음원을 만드는 작업이었다면 엑소와 컬래버레이션은 그 차원을 넘는 일이었다. 유재석은 각고의 노력 끝에 엑소와 함께할 '댄싱킹'의 안무를 습득했고, 결국 엑소의 태국 콘서트에서 '댄싱킹' 무대를 엑소 멤버들과 함께 꾸밀 수 있었다.

'놀면 뭐하니?'에서 송가인과 듀엣 무대를 꾸미고 있는 유산슬(왼쪽).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 이르러서는 가수로서 유재석의 입지가 한층 넓어졌다. 유재석은 지난 해 이 프로그램을 통해 트로트 가수에 도전하게 됐다. 그간 여러 노래들을 소화해왔지만 트로트 음원을 내는 건 이 때가 처음. 유재석은 트로트 가수로서의 자아인 '유산슬'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면서 자신의 활동 영역을 넓혔다. 기존 방송인 유재석의 활동 범위가 아닌 지역 행사나 KBS1 시사·교양 프로그램 '아침마당' 등에까지 출연하며 화제성을 한층 끌어올렸다. 이런 전방위적인 활약 끝에 유산슬은 '합정역 5번 출구'와 '사랑의 재개발'이라는 굴지의 히트 곡을 만들어냈다. 또 TV조선 서바이벌 프로그램 '미스트롯' 1위 출신의 송가인과 '이별의 버스 정류장'이라는 듀엣 곡까지 발매하기에 이른다.

유재석의 음악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노래 탄생의 서사를 공개하다 보니 모든 노래에 이야기가 있다. 때문에 삼바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트로트에 관심이 없더라도 그 노래가 탄생하는 과정이 흥미로우면 음원 소비까지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유재석, 이효리, 비(왼쪽부터)가 혼성 그룹 싹쓰리를 결성했다.

유재석은 '놀면 뭐하니?'를 통해 '깡' 역주행 신드롬의 주역인 비, 또 비와 함께 2000년대 중반을 수놓았던 슈퍼스타 이효리와 혼성 그룹 싹쓰리를 결성했다. 유재석이 줄곧 애정을 표해왔던 '복고'와 '댄스' 두 가지의 코드를 싹쓰리는 모두 갖춘 셈이다. 오랫동안 예능인으로 사랑 받은 유재석은 웃음과 노래를 결합한 콘텐츠를 장기로 가지고 있다. 음악을 '재미'로 느끼게끔 하는 유재석의 재능이 앞으로 싹쓰리를 통해 또 어떻게 표현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OSEN, MBC '놀면 뭐하니?'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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