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김연경 10일 흥국생명 복귀 공식 기자회견
김연경이 10일 밀레니엄 힐튼 서울에서 열린 흥국생명 복귀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소감을 밝혔다. /OSEN

[한국스포츠경제=이상빈 기자] “11년이라 하면 엄청 오래된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제 있던 일 같다. 일본, 유럽, 중국에서도 뛰며 배운 게 많다. 11년은 배구선수로서 정말 많이 배운 시간이다.”

‘배구 여제’ 김연경(32)의 한국 프로배구 V리그 복귀를 상징하는 건 ‘11년’이다. 2009년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를 떠나 일본, 터키, 중국 그리고 다시 터키를 거쳐 2020년 커리어를 시작한 한국으로 돌아왔다. 늘어난 입담만큼 11년 세월은 여제의 많은 것을 바꿔놨다. 세계 최고 선수로 성장했고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라는 평가도 얻었다. ‘배구계 메시’는 그를 설명하는 대표 별명이 됐다. 한국을 떠나 있는 동안 김연경은 유사 이래 한국인이 갈망하는 ‘월드 스타’ 자격에 어울리는 유일한 인물로 성장했다. 김연경은 10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 서울에서 열린 흥국생명 공식 입단 기자회견에 참석해 지난 11년간 해외 생활로 배운 가장 큰 것을 “프로 정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기에 대한 책임감, 몸 관리 그리고 그 안의 시스템이나 전술적인 부분도 많이 배웠다”고 덧붙였다. 
 
◆ 복귀에 의문점 달린 연봉 문제

이달 초 김연경이 원소속팀 흥국생명 복귀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 일각에선 반신반의(半信半疑)했다. 흥국생명이 15억 원으로 추정되는 김연경의 연봉을 맞출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V리그 여자부 연봉 최대 상한선인 6억5000만 원도 지난 시즌까지 터키 리그 엑자시바시 비트라에서 받은 액수와 비교하면 턱없이 모자란다. 흥국생명은 전체 선수단 연봉 총액이 한국배구연맹(KOVO) 규정 기준을 넘지 않도록 하는 ‘샐러리캡(salary cap)’ 23억 원에 최대한 맞춰 6억5000만 원을 제시했다. 이 경우 이재영(24), 이다영(24)에게 투자한 10억 원까지 더해 세 선수에게만 16억5000만 원을 써 6억5000만 원으로 나머지 선수와 연봉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놀랍게도 김연경이 후배들에게 양보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3억5000만 원으로 협상을 종결했다.

김연경. /OSEN

◆ 연봉보다 동료들과 관계가 중요

김연경은 “제가 흥국생명에 들어올 때 얘기한 게 있다. ‘후배들에게 피해가 가면 안 되겠다’ ‘어떻게 하면 피해 없이 내년 올림픽을 준비할 수 있을까’다”며 “고민을 많이 했다. 다른 선수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제가 좋은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부모님도 동의했고 결정에 큰 걱정이 없었다”고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김연경과 흥국생명 간 계약 기간은 1년이다. 2020-2021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1년 단기로 계약을 마무리한 것과 관련해 1년 뒤 FA로 다시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다. “결정하면서 내년 생각까지 할 겨를이 없었다”고 웃어 보인 김연경은 “올해를 잘 해서 내년 2020 도쿄올림픽을 준비하잔 생각밖에 없다. 내년 계획 없이 1년 계약했다. 의문점이 많겠지만 다음에 생각하겠다. 올해 최선을 다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취재진의 날카로운 질문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여제다운 입담이 빛났다.

◆ ‘김연경 나비효과’를 보는 김연경의 시선

김연경이 V리그에 오면서 두 가지 ‘나비효과’가 수면 위로 떠오른다. 첫 번째는 신생팀 창단 여부다. 김연경이 FA가 되는 1년 뒤 우선 지명권을 주기 위해 여자부에 신생팀을 만들자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김연경은 “‘김연경 효과’로 신생팀이 창단하면 좋다. 두 팀이면 더 좋겠다”며 “흥국생명에서 얘길 하지만 제 결정도 중요하다. 아직 이뤄지지 않았기에 추후 결정해야 할 듯하다”고 답했다. 두 번째는 흥국생명과 다른 V리그 팀 간 전력 차, 즉 ‘리그 밸런스 붕괴 우려’다. 김연경 영입으로 흥국생명이 국가대표 라인업을 꾸려 다른 팀을 압도하면 리그에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김연경은 “현재 V리그 모든 팀이 상당히 강하다. 올해 많이 강화된 팀도 있다. 올 시즌은 재밌을 것 같다”며 “저희가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얘기한다. 다른 팀도 그만큼 강하지 않으면 저희를 이길 수 없기 때문에 열심히 해서 실력이 올라갈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여자배구 수준이 올라가는 장점이라고 본다. 모든 팀이 다 저희를 견제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연경은 1시간 가까이 진행한 기자회견에 지칠 법도 하지만 끝까지 팬들을 위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기자회견 말미 “11년 만에 복귀한다. 정말 설렌다. 많은 팬이 기다리고 있다”며 “부담감이 있지만 그걸 가지고 몸을 잘 만들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성원해주시면 우승으로 보답하겠다”고 힘주었다. 여제의 복귀 기자회견은 밝은 분위기 속에서 막을 내렸다.

밀레니엄 힐튼 서울=이상빈 기자

키워드

#김연경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