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김연경 10일 흥국생명 입단 기자회견
김연경. /OSEN

[한국스포츠경제=이상빈 기자] ‘배구 여제’ 김연경(32ㆍ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별명이 있다. 바로 ‘센 언니’다. 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주장 완장을 차고 출전한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중계화면에 잡힐 때마다 육두문자를 날리는 모습이 화제를 모았고, 이때부터 ‘센 언니’로 불리며 걸크러시(Girl Crush, 여성이 다른 여성을 선망하거나 동경하는 마음)의 대명사가 됐다. 4년이 지나 어느덧 30대 초반이 된 김연경은 ‘센 언니’에서 능구렁이 같은 털털한 이미지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김연경의 흥국생명 입단 기자회견이 열린 10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 서울. 11년 만에 한국 프로배구 V리그로 돌아오는 김연경을 향한 취재 열기는 예상보다 뜨거웠다. 수많은 취재진이 모여 김연경이 밝힐 이야기에 주목했다. 150명 가까이 되는 사람이 자기의 입에 집중하는 상황에서도 초연했다. 긴장한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많은 취재진이 온 사실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마침내 기자회견이 시작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다.

워낙 ‘센 언니’ 이미지가 강해 질의응답 때도 일관된 자세를 보일 것이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김연경은 곤란한 질문에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기는커녕 여유롭게 답하면서 ‘촌철살인(寸鐵殺人)’ 화법을 선보였다. ‘흥국생명과 한 시즌 단기 계약이 1년 뒤 자유계약선수(FA)로 해외 진출을 노린 것이냐’는 질문에 김연경은 “내년 생각까지 할 겨를이 없었다”고 강조한 뒤 “올해 잘 해서 내년 2020 도쿄올림픽을 준비하자는 생각밖에 없다. 올해 최선을 다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다음 시즌 V리그 여자부 개인 타이틀 욕심이 없냐’는 질문에도 김연경은 여유가 넘쳤다. “하나도 없다. 이미 받을 거 다 받았다”는 그의 대답에 기자회견장이 한순간 웃음바다가 됐다. 이어 “웬만한 건 다 받아서 큰 욕심이 없다. 팀이 우승하는 게 가장 클 것 같다. 더 크게 생각하면 내년 올림픽 메달이다. 이게 가장 크다”고 덧붙이며 국가대표팀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김연경은 지난해 8월부터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 채널을 개설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채널 이름은 그가 경기 중 자주 쓰는 육두문자 입 모양에서 따온 단어를 붙여 ‘식빵언니’로 정했다. 11일 기준 팔로어(구독자)는 약 38만9000명이다. 일상 브이로그(vlog)가 중심이다. 배구 코트의 ‘센 언니’와 다른 매력으로 40만 명에 육박하는 구독자를 모았다. 기자회견에서도 그의 유튜브 채널은 화두였다. ‘흥국생명 복귀 이후에도 유튜브 채널을 계속 할 거냐’는 질문에 김연경은 “할 거다. 40만 유튜버다. 많은 분이 기다리고 있다”고 재치 있게 답했다.

이날 본 김연경에게서 1년도 안 돼 38만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한 비결을 깨달았다. 코트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 상반된 여유 있고 털털한 모습은 평범한 ‘애슬리트(athlete, 운동선수)를 넘어 ‘셀러브리티(celebrity, 유명인)’로서 가치를 증명했다. 유튜브를 보지 않는 사람까지 합하면 그의 팬은 38만 명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튜브에 다 담기 어려운 김연경의 매력은 올 가을 개막하는 2020-2021시즌 V리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밀레니엄 힐트(서울)=이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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