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더 킹'이 다소 아쉬운 성적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12일 방송된 SBS '더 킹-영원의 군주'('더 킹') 16화에서는 역모의 밤으로 다시 돌아갔던 이곤(이민호)이 조영(우도환)과 힘을 합쳐 과거의 자신을 구한 데 이어 사인검으로 이림(이정진)을 처단하며 평행세계의 균형을 되찾은 해피엔딩이 그려졌다. 스타 작가 김은숙 작가와 이민호, 김고은의 만남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으며 두 자릿수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직후 한 자릿수로 떨어졌고 반등하지 못했다. 마지막 화 시청률은 8.1%로 마무리 지었다.

■ 끝내 설득하지 못한 평행세계

'더 킹'은 평행세계라는 다소 독특한 소재를 담았다. 그간의 한국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소재였기 때문에 신선하다는 호평을 받았다.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에 각각 똑같은 DNA를 가진 도플갱어가 살아간다는 설정이 있었기 때문에 극 중 대부분의 인물이 1인 2역을 소화했다. 얼굴은 똑같지만 각자 다른 세계에서 살기 때문에 말투나 행동 등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표현, 한 작품 속에서 배우들의 다채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김고은의 경우 대한민국에서는 정의로운 형사 정태을로 분했지만 대한제국에서는 범죄자 루나로 분하며 넓은 스펙트럼을 함께 보여줬다.

하지만 이 평행세계에 대한 설명이 불친절해 시청자들의 이해를 얻지 못했다. 처음 시도하는 설정이었던 만큼 더욱 자세한 설명이 필요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두 세계 사이의 차이가 한눈에 보일 수 있도록 해 두 세계를 넘나드는 것에 대한 설명해야 했지만 두 세계의 차이가 비주얼적으로 보이지 않아 지금 보고 있는 세계가 대한민국인지, 대한제국인지 헷갈리기 십상이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배우들이 1인 2역을 소화한 것도 혼란을 가중시키는 요소였다. 극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다수의 인물이 양쪽 세계를 넘나들기 시작하면서 이해는 더욱 어려워졌다. 극 중 한 인물이 다른 세계로 넘어가면 그곳에 혼란을 야기시키지 않기 위해 그 세계 속 인물로 연기를 한다는 설정 때문에 인물을 단번에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외형이나 세계 속 다른 색감 등의 연출로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똑같은 화면만 보여줬다.

■ 안일한 로맨스 라인

김은숙 작가는 로맨스 드라마를 대박 드라마로 만드는 힘이 있는 작가다. '시크릿 가든' '상속자들' '태양의 후예' '도깨비' 등 다수의 로맨스 드라마를 대박 드라마로 끌어냈다. 해당 드라마 속 대사는 연일 화제에 오르며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도 명대사로 손꼽힐 정도다. 하지만 '더 킹'의 로맨스 라인은 전처럼 시청자들에게 설렘을 주지 못했다. 정태을과 이곤의 감정이 촘촘하게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청혼을 하고 갑자기 키스신이 보여지며 뜬금없는 로맨스라는 혹평을 받았다. 평행세계를 설명하고 이해시키기 위해 급했던 탓일까. 두 주인공이 서로를 애틋해 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이 너무나 갑작스럽게 보여졌다.

■ 흐름 커터 PPL

또한 드라마의 맥을 끊을 정도로 과도한 PPL이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했다. 집중해서 극을 이해하려고 해도 쉽지 않은 가운데 산발적으로 등장하는 PPL은 가장 큰 방해 요소로 작용했다.

치킨, 홍삼, 김치, LED 마스크, 멀티밤 등의 PPL 제품이 드라마에 지속적이고 크게 등장했다. 등장 인물이 단순히 해당 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넘어 마치 CF 속 한 장면을 연상하게 만드는 제품평을 더해 현실성을 떨어트렸다. 이곤이 대한민국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황실의 커피 맛과 똑같다"고 말하거나 조은섭(우도환)이 정장에서 김치를 꺼내 라면과 함께 먹고 정태을이 멀티밤을 바르는 모습을 장미카엘(강홍석)이 신기해하자 "어린 애 앞에서는 멀티밤도 못 바른다니까"라고 대사를 하는 등 다소 현실감 없는 모습이 등장해 애초에 어떤 내용을 보여주려고 했던 건지 파악할 수 없게 만들었다.

높은 제작비로 인해 PPL이 드라마 속에서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쓰인다는 것은 다수가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PPL 등장은 과하다는 평이 거의 없는 가운데 '더 킹'의 직접적인 PPL은 혹평을 받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김은숙 작가의 전작인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시대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제품을 배경 속에 잘 녹아들 수 있게 표현하며 성공적인 PPL 사례로 손꼽힌 바 있어 '더 킹'의 PPL 논란은 더욱 실망감으로 남았다.

이 외에도 '더 킹'은 방송 내내 호평보다는 혹평을 이어가며 연일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왜색 논란에 출연자의 과거 불륜설, 예고 없는 긴급 결방 등 종영까지 험난한 길을 걸어왔다. "남자는 적게 입고 많이 움직여야 한다"나 "와이어가 없는 브라는 가슴을 못 받쳐 준다" 등의 대사는 시대착오적인 대사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권고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더 킹'은 320억이라는 큰 제작비를 들여 제작한 드라마인 만큼 기대도 높았지만 각종 논란으로 얼룩진 마무리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진=SBS '더 킹-영원의 군주'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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