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찬.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KIA 타이거즈의 수호신 문경찬(28)은 전형적인 마무리투수와 다른 스타일이다. 빠른 구속을 바탕으로 구위로 윽박질러 삼진을 잡아내는 파워 피처 유형은 아니다. KBO 리그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문경찬의 올 시즌 빠른 공 평균 구속이 시속 140.3km에 그친다. 주 무기인 슬라이더의 평균 구속도 시속 132km다. 

구속은 다소 떨어질지만 문경찬은 리그에서 가장 효율적인 투구를 하는 클로저다. 타자와 정면승부를 즐기는 리그 최고의 ‘싸움닭’ 마무리다. 속도는 빠르지 않지만 회전수, 회전 방향이 좋은 힘 있는 속구를 앞세워 공격적인 투구를 펼친다. 올 시즌 13경기에 등판해 190개의 공을 던져 스트라이크를 140개 기록했다. 스트라이크 비율(S%)이 73.7%로 10개 구단 마무리 투수 중 1위다. 13일 문학 SK 와이번스전에서도 스트라이크 8개와 볼 1개로 경기를 끝냈다. 

문경찬은 올해 13경기에 출전해 6세이브에 평균자책점 1.38로 맹활약하고 있다. 블론세이브는 단 한 개도 기록하지 않았다. KIA 팬들은 문경찬을 ‘노빠꾸’, ‘강심장 마무리’라고 부른다. 14일 SK전에 앞서 만난 그는 “적극적으로 승부하려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 타자도 어차피 노린다고 다 치는 게 아니다. 어차피 타자와 승부를 해야 하니 스트라이크를 적극적으로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모든 투수가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문경찬의 최대 무기는 자신감이다. ‘칠 테면 쳐 봐라’는 전투적인 자세로 타자와 승부에 임한다. “공격적으로 던질 수 있는 비결은 자신감이다. 경기가 끝나고 보면 사실 실투도 많다. 그렇지만 망설임 없이 던지니까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나 싶다. 정신적으로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8년 추격조로 시작을 할 때 서재응 코치님이 불펜에서 저의 장점은 직구라고 용기를 많이 주셨다. 그 이후로 성적도 좋아져서 제 공을 많이 믿으려고 한다. 처음 마무리투수를 맡았을 때는 걱정도 됐지만 서재응 코치님이 믿음을 주셔서 극복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문경찬의 또 다른 전략은 ‘마이웨이’다. “딱 2018년까지는 잘 던지는 투수들 있으면 뭐가 좋은지 배우려고 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오승환 선배 등 다른 마무리 투수들에게 배울 점도 있지만 저는 저만의 스타일이 있다. 작년과 올해 계속 야구를 하면서 제 스타일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올 시즌은 불안하게 출발했다. 지난달 7일 광주 키움전과 지난달 1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 잇따라 등판해 두 경기 연속 실점하며 흔들렸다. 그러나 지난달 12일 대전 한화 이글스에서 첫 세이브를 올렸고 이후 10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ERA)은 9.00에서 1.38까지 끌어내렸다.  그는 "작년에 처음으로 풀타임 출전을 했는데 올해 준비가 많이 부족했다. 그나마 개막이 늦춰져서 다행이었다. 초반까지 밸런스가 잡히지 않았는데 지금은 많이 잡혔다"고 설명했다.

문경찬은 ERA 0점대인 박준표(0.54), 전상현(0.50)과 함께 이른바 ‘박전문’으로 불리는 리그 최강의 필승조를 구축했다. KIA는 15일 기준 7회까지 앞선 경기에서 100%(16전 전승) 승률을 기록 중이다. 문경찬은  “(박)준표와 (전)상현이가 앞에서 워낙 잘 던져 주니 부담이 덜하다”고 웃었다.

지난해 대체 마무리로 시작해 어느덧 타이거즈의 붙박이 소방수로 자리 잡은 문경찬이 클로저의 제1덕목은 빠른 공이 아닌 자신감과 ‘멘털’이라는 것을 증명해나가고 있다.

인천=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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