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강지광.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그야말로 드라마와 같은 굴곡진 야구인생이다. ‘트랜스포머’ 강지광(30ㆍSK 와이번스)이 서른의 나이에 야구인생 마지막 도전을 시작했다.

강지광은 최근 야수에서 투수로 변신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타자로 포지션을 바꾼 그는 지난달 초부터 배트를 내려놓고 다시 글러브를 꼈다. SK 관계자는 15일 본지에 "강지광은 지난달 초부터 투수 전향을 준비했다"며 "이제 실전도 소화할 수 있다.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불펜으로 등판하면서 경기 감각을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강지광은 KBO 리그 역사상 포지션을 가장 많이 바꾼 선수다. 무려 4차례나 포지션을 변경했다. 인천고를 졸업한 그는 2009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3라운드 전체 20순위로 LG 트윈스의 지명을 받아 투수로 입단했다. 고등학교 때 시속 150km에 이르는 빠른 공을 던지는 강속구 유망주였다.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팔꿈치 수술을 받는 등 투수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군복무 후 내야수로 전향했고, 2013년 2차 드래프트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으로 이적했다. 일발 장타력을 갖춘 타자로 기대를 모았으나 무릎 부상, 십자인대 파열 등 부상에 시달리며 타격 재능을 꽃피울 수 없었다.

2018년 또 한 번 2차 드래프트에서 SK의 지명을 받아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LG와 넥센 시절 그의 잠재력을 눈여겨봤던 염경엽(52) 감독의 권유로 투수로 변신했다. 2018년 4경기에 등판한 뒤 2019년 25경기에서 2승 4패 평균자책점 3.95를 기록하며 데뷔 이후 최고 성과를 냈다. 그러나 또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어깨 통증이 그를 괴롭혔다. 병원 검진에선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내렸지만, 통증이 계속됐고 불안감 탓에 투수 생활을 이어갈 수 없었다. 결국 올 시즌을 앞두고 타자로 재전향했다. 타자 전향 후 외야수로 뛰며 퓨처스리그 4경기에서 타율 0.400(15타수 6안타)을 기록했다. 1군 청백전에서 팀 마무리 하재훈(30)을 상대로 홈런을 뽑아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SK의 외야진은 리그에서도 손에 꼽힐 만한 뎁스를 구축하고 있다. 올해 신인 최지훈(23)도 1군 자원으로 자리잡으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강지광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마침 어깨 통증도 사라진 상태였다. 결국, 현실을 직시한 강지광은 자신과 팀을 위해 다시 마운드에 오르기로 했다. SK 관계자는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진지하고, 성실한 선수다. 강지광이 하고 싶은 것보다 잘할 수 있는 것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강지광은 최근 건강한 딸을 얻어 세 아이의 아빠가 됐다. 다둥이 아빠에 합류한 만큼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더욱 커졌다.  그가 서른의 적지 않은 나이에 쉽지 않은 도전에 나선 또 다른 이유다. 강지광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가족과 팀을 위해 뛸 기회를 다시 얻게 됐다. 투수를 할 수 있게 해준 구단에 감사하고 코치진과 구단, 모든 선수 동료와 팬들께 최선을 다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라고 적었다. 늦깎이 강지광이 서른 잔치를 꿈꾸고 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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