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흥철이 본지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후원사들이 상대적으로 남자골프에 냉랭한 건 맞는 것 같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통산 3승에 빛나는 베테랑 주흥철(39)이 16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남자골프의 현실에 대해 털어놨다. 2016시즌 최진호(36)와 공동 다승왕(2승)에 오르며 정점을 찍었던 그는 올해부턴 한국프로골프협회 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주흥철은 “제가 선수로서 들었던 얘기와 협회 일에 관여하면서 듣게 된 얘기는 와 닿는 게 달랐다”라며 “선수 때는 ‘협회가 무언가 해줘야지’라고 생각했는데 들어가 보니 협회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후원사들의 태도가 차가웠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여자골프의 경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통하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있는데 남자골프는 그렇지 못해서 인기도 없다는 게 일반적인 결론이다”라며 “솔직히 여자 투어보단 남자 투어가 더 힘들다. 그런 부분을 사람들이 너무 몰라 주신다. 그게 안타깝다. 최경주(50) 선배도 대단하고, 임성재(22) 선수는 더 어린 나이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우승(혼다 클래식)까지 하고 세계랭킹 21위에 올라 있어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그런 부분들을 잘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홍상준 선행 알리고자 한 주흥철

지난달 길에 쓰러진 할머니를 차에 태우고 병원에 데려가 치료받게 한 스릭슨(2부) 투어 홍상준(26)의 선행을 알리고자 처음 노력한 것도 주흥철이었다. 주흥철의 캐디로 2016시즌 NS홈쇼핑 군산CC 전북오픈과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우승을 도왔던 홍상준은 아직 KPGA 코리안 투어 대회 출전 경험이 없다.

홍상준은 다음 달 2일부터 나흘 동안 경남 창원 아라미르 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2020시즌 KPGA 코리안 투어 개막전 우성종합건설 아라미르CC 부산경남오픈(총상금 5억 원)에 특별 초청 선수로 출전한다. 홍상준의 이 대회 출전은 주최 측인 우성종합건설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대회 주최 측은 대개 출전 선수의 10%에 해당하는 인원에 대해 추천권을 가진다. 정한식 우성종합건설 대표이사는 "홍상준 선수의 선행을 들었다. 곤경에 빠진 이웃을 위해 열일 제치고 최선을 다한 그는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며 "자신의 실력을 다른 선수들과 견줘볼 수 있는 큰 무대에서 뛸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흥철은 “홍상준 선수의 선행이 널리 알려져 분위기 전환이 되면 좋겠다고 협회에 말했다. 침체돼 있는 남자골프에 좋은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라며 “선수나 협회 입장에서 모두 좋은 일이다. 우성종합건설 대표이사님도 마침 같은 생각이셨다. 잘 맞물렸다”고 흐뭇해했다.

홍상준(왼쪽)과 주흥철. /KPGA 제공

◆KPGA 회원들에게는 귀감

주흥철은 “(홍상준 선수는) 저와 친한 선배의 제자다. 전지훈련을 같이 간 인연으로 제 캐디백도 멨다. 남자골프 캐디들은 대부분 선수로 뛰고 있는 후배나 지인이 많은 편인데 홍상준 선수는 대회 도중이나 종료 후 제가 어려운 트러블 샷을 해냈을 때 ‘그런 건 어떻게 치시는 거에요?’라고 물어보더라. 그런 경우는 정말 오랜만에 봤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캐디들 중에는 캐디피만 받고 가려는 사람들도 많은데 홍상준 선수는 배우려는 자세가 남달랐다. 성격 또한 엄청 착하다. 제가 골프 선수로선 까다로운 편인데 제 백을 멘다는 건 정말 다 받아주는 착한 선수라는 것이다”라고 힘주었다.

한국프로골프협회의 한 관계자는 17일 통화에서 홍상준의 선행과 관련해 “자신의 꿈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젊고 유능한 선수다. 부상을 당한 할머니를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동행하면서 말동무가 되어드리고 수술 후에도 찾아가 안부를 묻는 모습에서 평소 품행과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모습은 KPGA 6000여 회원들에게도 큰 귀감이 될 것이다”라고 높이 샀다.

협회 관계자는 “선행 소식을 듣고 우성종합건설 아라미르CC 부산경남오픈에 초청 선수로 출전하도록 해주신 정한식 우성종합건설 대표이사님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KPGA는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선수를 육성하고 발굴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홍상준 선수가 자신의 꿈을 위해 한 발짝 다가가는데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주흥철 “올해도 우승이 목표”

주흥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KPGA 코리안 투어 개막이 2개월 이상 늦어진 게 아쉽기만 하다. 그는 “전지훈련을 다녀온 후인 4~5월에 감각이 정말 좋았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산으로 개막이 늦어져 그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다. 제가 원래 시즌 초반에 공이 잘 안 맞다가 쭉 올라가는 편인데 올해는 초반에 공이 정말 잘 맞았던 터라 코로나19로 상황이 이렇게 된 게 아쉽다”라고 했다. 물론 “이미 8개월 정도 대회를 나가지 못했는데 저를 비롯해 모든 선수들이 똑같은 마음일 것 같다. 첫 대회가 기다려지고 설레기까지 한다. 전에는 그런 감정이 없었지만 너무 오랜만이어서 이번 첫 대회에선 많이 떨릴 것 같다”고 웃었다.

주흥철은 “목표는 늘 그래왔듯이 우승이다. 우승을 해서 (올해 열릴지 확실하지 않지만) PGA 투어 더 CJ컵에도 나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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