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전체 첩약 급여화, 1조 이상 재원 필요…건보료 인상 불가피
안전성·유효성 명확한 근거 없어
대한지역병원협의회 로고. /대한지역병원협의회 제공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대한지역병원협의회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못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를 표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은 한의원에서 월경통과 안면신경마비·뇌혈관질환 후유관리 등 3개 질환에 대해, 환자에게 치료용 첩약을 처방하면, 이를 건강보험에서 지원한다는 것이 골자다.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첩약 급여 시범사업 세부안'에는 첩약 한제(10일분)당 수가는 △심층변증·방제기술료 3만8780원 △조제·탕전료 3만380원~4만1510원 △약재비 3만2620원~6만3010원(실거래가 기준) 등을 합해 14∼16만원 수준이다. 이 중 절반을 환자가, 나머지 절반을 건강보험에서 부담하는 것으로 돼 있다.

지역병원협의회는 “정부가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첩약 급여화를 서두르는 까닭이 무엇인지 자못 궁금하다”며 “국민이 내는 건강 보험료가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첩약 급여화를 위한 비용으로 충당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우려했다.

더구나 ‘심층변증·방제기술료’라는 어려운 단어로 포장한 진찰료가 의원급 초진료의 2.5배, 재진료의 3배가 넘는 3만8780원의 수가를 책정한 것은 정부의 일방적인 한의사 지원책에 다름 아니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이런 진찰료의 부담 주체가 건강보험에 가입한 국민 개개인이라는 사실은 정부의 무모한 첩약 진찰료 산정의 심각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병원협의회는 또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의 근간인 '첩약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기반 구축 연구' 보고서는 역설적으로 첩약의 안전성·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며 “첩약 표준화 불가능을 인정하고 첩약이 경제성이 없어 급여화하는 것은 건강보험 취지를 망각한 포퓰리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명확한 근거 없이 추진되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은 건강보험료 낭비를 초래하는 정책에 불과하다”며 “국민의 동의 없이 이를 강행하는 것은 정부와 건강보험공단의 심각한 직무유기”라고 규탄했다.

복지부가 안전성·유효성 평가 없이 오로지 건보 보장을 제고시킬 명분으로 첩약 급여화를 추진하려는 것은 건강보험 본연의 취지를 부정하고 왜곡한다는 지적이다.

지역병원협의회는 “임상적 유용성이 없더라도 건강보험 보장을 높이는 방안이면, 국민 건강은 어떻게 되던지 상관없다는 뜻인지 분명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는 지금이라도 정책 추진을 중단하고 코로나19 사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며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인체 실험과 다를 바 없는 정책 추진을 주장하는 책임자를 문책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지역병원협의회는 이어 “국민의 동의 없이 시행을 추진 중인 시범사업은 즉시 철회돼야 한다. 국민의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라며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중단을 통해 복지부는 진정한 의료 정책 당국자의 소임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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