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윌슨(가운데)와 켈리.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LG 트윈스가 마침내 토종 선발투수 기근에서 벗어났다. ‘대권 도전’을 위한 마운드의 마지막 퍼즐은 외인 원투펀치 타일러 윌슨과 케이시 켈리(이상 31)의 반등이다.

LG는 18일 오전 현재 팀 평균자책점 4.03을 기록하며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불펜진이 리그에서 유일하게 3점대 평균자책점(3.81)을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지만, 선발진의 활약도 눈에 띈다. 단독 2위로 꾸준히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큰 원동력은 바로 선발진이다. LG 선발진은 평균자책점 4.24(3위)를 기록 중이다. 이닝 소화도 리그 2위(210.1이닝)다. LG 선발투수가 5회를 채우지 못하고 조기 강판한 것은 5월 30일 광주 KIA전이 마지막이다. 5월 31일 KIA전부터 17일 한화 이글스전까지 LG의 선발 평균자책점은 3.73(94이닝 39실점)이다. 이 기간 10개 구단 중 선발 평균자책점이 가장 낮다. 

정찬헌-이민호-임찬규(왼쪽부터). /OSEN

토종 투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LG는 KIA 타이거즈, 삼성 라이온즈와 함께 10개 구단 중 국내 선발 투수의 승리가 가장 많다. LG는 지난해까지 윌슨-켈리-차우찬으로 이어지는 ‘원투스리펀치’의 뒤를 받칠 마땅한 토종 선발이 없어 고전했다. 류중일(57) 감독이 꼽은 올 시즌 최대 과제도 토종선발 발굴이다. 올해는 숙원사업이 드디어 해결될 조짐이다. 토종에이스 차우찬(33)이 4승을 기록하며 중심을 잡고 있다. 정찬헌(30)이 3승, 임찬규(28)와 이민호(19)가 나란히 2승씩을 거두면서 안정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이 돌아가고 있다.

‘열흘에 한 번’ 마운드에 오르는 정찬헌과 이민호의 활약이 고무적이다. LG는 올 시즌 5선발에 베테랑 이민호와 루키 이민호를 번갈아 기용하고 있다. 고질적인 허리 통증을 갖고 있는 정찬헌의 신체적 부담과 경험이 적은 신인 이민호의 정신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정찬헌은 무려 12년 만에 선발을 맡았고, 이민호는 경험이 적은 신인인 만큼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그러나 이들은 갈수록 안정감 있는 투구를 펼치며 엔트리를 조정해 열흘에 한 번 등판 간격을 지켜주는 류 감독의 기대에 완벽히 부응하고 있다. 둘은 시즌 초반 선발을 처음 맡았을 때 "우리 10승만 합작하자"고 의기투합했다. 하지만 이들은 초반부터 시너지를 내며 5승을 합작, 벌써 시즌 목표치의 절반인 50%를 달성했다.

정찬헌과 이민호뿐만 아니라 임찬규도 선발 등판한 7경기 중 6경기에서 6이닝을 소화하며 제 몫을 하고 있다. 임찬규는 17일 한화전서 승리투수가 된 후  "우리 팀 선발 투수들이 다 좋아서 6이닝을 못 던지면 안 되겠더라. 우리 팀이 강팀이라고 느껴지는 부분이다. 5이닝만 던지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LG는 안정적인 투타 밸런스를 앞세워 꾸준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지난 9일까지 선두 NC 다이노스와 승차는 6경기까지 벌어져 있었지만, 이제 2경기 차이까지 좁혀졌다.

외인 듀오 윌슨과 켈리가 힘을 보태야 할 때다. 둘은 지난 시즌 LG의 ‘복덩이’로 불렸다. 2019년 타일러 윌슨과 케이시 켈리는 59경기 365.1이닝 28승 19패 평균자책점 2.73을 합작했다. 10개 구단 외국인 원투펀치 기준으로 두 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했고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LG의 가을야구 진출에 크게 이바지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윌슨은 총액 160만 달러(한화 약 19억 원), 켈리는 총액 150만 달러(약 18억 원)에 재계약 했다.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외인 원투펀치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올해는 예년만큼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윌슨은 구위 저하, 켈리는 제구 난조로 기복을 보이고 있다. 에이스 윌슨은 7경기에서 2승 2패 평균자책점 4.20에 그리고 있다. 켈리는 7경기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5.21로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문제에 따른 자가격리의 여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둘은 지난 3월 말 입국한 뒤 2주 동안 자가격리 되면서 한동안 팀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충분한 시간과 과정을 거치지 못한 채 개막을 맞이한 탓에 완벽한 컨디션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외인 교체가 여의치 않다. 대부분의 구단이 지금 외인과 시즌 끝까지 갈 공산이 크다. LG도 외인 교체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윌슨과 켈리가 하루빨리 반등하길 뿐이다. 이들이 제 궤도에 오른다면 LG와 NC의 2강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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