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씨네] 보는 관객도 ‘사라진 시간’
[이런씨네] 보는 관객도 ‘사라진 시간’
  • 양지원 기자
  • 승인 2020.06.20 13:07
  • 수정 2020-06-20 13:07
  • 댓글 0

영화 '사라진 시간' 포스터.
영화 '사라진 시간' 포스터.

[한국스포츠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사라진 시간’은 연기 경력 33년 차 배우 정진영의 감독 데뷔작이다. 오랜 시간동안 감독을 꿈꿔왔던 정 감독은 타인이 규정 짓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통해 또 다른 자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 그러나 난해한 질문으로 도배된 장면들과 마무리되지 않는 결말로 보는 이를 혼란스럽게 한다.

‘사라진 시간’은 의문의 화재사건을 수사하던 형사 형구가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상황과 마주하면서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에 금슬 좋은 부부 수혁(배수빈)과 아내 이영(차수연)이 살고 있다. 서울에서 시골로 내려온 수혁은 초등학교 교사다. 여느 신혼부부 못지않은 일상을 살아가지만 이들에게는 남모를 비밀이 있다. 어느 날 밤 해균(정해균)은 두 사람의 집에서 해괴한 일이 벌어진다는 걸 알게 되고 마을에는 온 소문이 퍼진다.

결국 수혁은 마을 주민들의 의견에 따라 밤마다 다른 사람이 되는 이영을 철창에 가두게 된다. 하지만 결국 수혁은 이영과 함께 철창 안에서 밤을 보내게 되고 다음 날 아침 이들의 집은 까만 잿더미가 돼 발견된다.

영화 '사라진 시간' 리뷰.
영화 '사라진 시간' 리뷰.

이 화재사건 수사를 맡은 형구(조진웅)는 이 사고가 단순한 화재사건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수사를 시작한다. 수사를 하며 마을 사람들의 이상한 행동과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상황 닥뜨리게 된 형구. 한창 수사가 진행되던 중 마을 어른이 건넨 술에 정신을 잃게 되고 화재 사건이 발생한 수혁의 집에서 눈을 뜨게 된다. 그런데 놀랍게도 집은 멀쩡해지고 마을 사람들은 자신을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집도, 가족도, 직업까지 형구가 기억하는 모든 것들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형구는 잃어버린 모든 것들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고 자기 자신마저 의심하게 된다.

‘사라진 시간’은 기존의 영화 속 규칙과 흐름을 깬 작품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전개와 철학적인 질문으로 도배한 이 영화는 꿈과 현실의 경계를 허문 장면들을 곳곳에 배치한다.

영화 '사라진 시간' 스틸.
영화 '사라진 시간' 스틸.

사실 그동안 ‘자아’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는 수도 없이 많았다. 23개의 인격을 가진 남자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다룬 ‘23 아이덴티티’나 칠흑 같은 현실 속 거짓과 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주인공을 그린 ‘사월의 끝’ 등이 그 예다. 자아와 인격, 타인의 시선 등을 골고루 배치하며 결말에 다다르게 하고 여운을 남기는 작품들과 달리 ‘사라진 시간’은 모든 상식과 논리를 무시한 전개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헐거운 매듭을 짓는다.

정진영 감독은 “자유롭게 낯선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며 “‘나는 뭐지?’ ‘다른 사람이 규정하는 나와 충돌을 할까?’ ‘그 충돌 속에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외로울까?’라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라고 밝혔지만 영화 속에서 이러한 의도를 찾기는 힘들다. 러닝타임 105분. 15세 관람가. 1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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