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외인 영입 길 막히자 반사효과
FC도쿄에서 성남FC로 임대 이적한 나상호. /성남FC

[한국스포츠경제=이상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는 프로축구 K리그1(1부)과 K리그2(2부)의 개막 시기를 늦추게 했다. 2월 말에서 5월 초로 두 달 넘게 연기되자 리그 전체 일정까지 축소됐다. 코로나19가 바꾼 건 일정뿐만이 아니다. 각 팀이 기다려온 여름 이적시장 트렌드까지 바꿔놓았다.

여름 이적시장은 개막 이후 문제가 드러난 포지션에 새로운 선수를 보강할 기회다. 때문에 각 팀은 즉시 전력감을 선호한다. 예년 K리그에서는 여름 이적시장이 열리면 외국인 선수를 영입 1순위로 꼽았다. 수준급 외인의 합류는 팀 전력 상승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경남FC는 지난해 7월 여름 이적시장에서 강원FC에 거액의 이적료를 주고 장신 공격수 우로스 제리치(28ㆍ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를 영입했다. 이보다 한 달 앞서 포항 스틸러스는 독일 MSV 뒤스부르크에서 뛰던 스타니슬라브 일류첸코(30ㆍ독일)를 품었다. 제리치와 일류첸코는 시즌 중 합류에도 각각 17경기 9골 1도움, 18경기 9골 2도움을 올리며 팀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경남이 제리치 활약에도 K리그2로 강등된 건 옥에 티다.

포항 스틸러스 공격수 일류첸코. /한국프로축구연맹

올 시즌 분위기는 예년과 다르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프로축구 리그가 중단되고 여러 나라가 국경을 폐쇄하면서 외인 수혈에 어려움이 생겼다. 이미 국내에서 활약 중인 외인은 주력 선수기 때문에 현 소속팀이 리그 내 다른 팀으로 보낼 이유가 없다. 그러자 ‘반사효과’로 국내파 선수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아울러 해외에서 시즌을 맞이했으나 코로나19로 중단돼 뛸 기회가 사라진 한국 선수도 각 팀 물망에 올랐다. 이런 흐름에 많은 선수가 동참했고 국가대표 골키퍼 구성윤(26)과 미드필더 나상호(24)가 여름 이적시장에서 각각 일본 J리그1 콘사도레 삿포로, FC도쿄를 떠나 K리그1으로 왔다. 전북 현대는 지난 시즌까지 뛰다 해외 이적 길이 막힌 수비형 미드필더 신형민(34)을 재영입하며 중원을 보강했다.

국내파 선호와 함께 임대 영입 활성화도 코로나19 사태가 바꾼 이적시장 풍경이다. 개막이 두 달 넘게 미뤄지고 무관중으로 2020시즌을 시작하면서 K리그 각 구단은 재정적 타격을 받았다. 선수 영입에 큰돈을 쓸 수 없자 선택한 게 임대다. 코로나19 사태가 어떻게 급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 선수의 완전 영입을 위해 이적료를 쓴다는 건 도박에 가깝다. 이 때문에 각 팀은 재정적인 부담이 적은 임대 방식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미 1ㆍ2부 통틀어 많은 팀이 이적시장에서 임대로 즉시 전력감을 수혈했다. K리그1 FC서울은 울산 현대에서 베테랑 중앙 수비수 윤영선(32)을, K리그2 서울 이랜드FC는 전북에서 미드필더 장윤호(24)를, 경남FC는 울산에서 측면 수비수 최준(21)을 임대로 영입했다. 나상호도 도쿄에서 6개월 임대로 성남에 합류했다.

이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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