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가 직면한 문제
인천 유나이티드가 최악의 부진에 빠져 허덕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FC서울과 K리그1 9라운드 원정경기를 0-1로 마친 뒤 그라운드에 누워 안타까워하는 인천 양준아. /프로축구

[한국스포츠경제=이상빈 기자] 프로축구 K리그1(1부) 인천 유나이티드가 리그 7연패에 이어 FA컵에서마저 16강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성적 부진 책임을 지고 임완섭(49) 감독이 팀을 떠난 상황에도 반전은 없어 오히려 ‘악화일로(惡化一路)’로 치닫는다.

인천은 2020 하나원큐 K리그1에서 2무 7패 승점 2로 12개 팀 중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개막 두 달 동안 1승도 올리지 못한 심각한 부진에 허덕였다. 리그 1ㆍ2라운드 무실점 무승부로 기대감을 키웠으나 이어진 3라운드부터 9라운드까지 내리 패하며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승격팀 광주FC(7위), 부산 아이파크(11위)보다 낮은 순위는 팬들의 인내심마저 한계에 다다르게 한다. 창단 이후 단 한 번도 2부로 떨어져 본 적 없는 인천에 올 시즌은 암흑기 그 자체다.

지난달 27일 FC서울과 리그 9라운드(0-1 패)를 마치고 임 감독이 물러나자 유상철(49) 명예 감독의 자진 복귀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인천은 췌장암 투병 중인 유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지 않고 새 감독을 선임할 때까지 임중용(45) 수석코치 감독대행 체제로 갈 것을 결정했다. 심각한 위기를 동기부여로 받아들여 선수단이 분발할 것이라던 팬들의 기대는 1일 2020 하나은행 FA컵 3라운드에서 꺾였다. 인천은 K리그2 수원FC와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4-5로 져 16강 진출이 무산됐다. 이날 수원FC가 4일에 있을 서울 이랜드FC와 K리그2 9라운드 원정경기를 대비해 2군으로 선발진을 내세운 걸 고려하면 인천의 패배는 더욱 충격적이다.

인천은 매년 강등권에서 허덕이다 막판 기적처럼 잔류에 성공했다. 그 덕분에 ‘생존왕’ ‘잔류왕’이란 별명도 얻었다. 하지만 시즌 내내 하위권을 맴돌아도 어떻게든 잔류하는 인천의 반복되는 역사가 오히려 발전을 막았다.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잔류 본능 이미지는 그동안 안정적으로 시즌을 치르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시즌 초 성적 부진으로 감독 경질 또는 사퇴 → 감독대행 체제 → 새 감독 선임 → 극적 잔류. 지난 몇 년간 인천이 꾸준하게 보여준 레퍼토리다. 기조는 똑같고 사람만 달라진다. 일각에선 인천 감독직을 ‘독이 든 성배’로 일컫는다. 누가 와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코칭스태프보다 선수단의 정신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 같이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해도 모자라지만 2부리그 2군과 경기에서 충격패를 당한 현실은 ‘1부리그 팀이 맞는가’라는 질문에 쉽사리 답을 하지 못하게 한다.

K리그2엔 매년 승격을 위해 매 경기 사활을 거는 팀이 수두룩하다. 현장에서 지켜본 K리그2 경기는 선수들의 투지와 절실함이 거친 경기력으로 발현된다. 제삼자 눈엔 긴 시즌의 일부인 한 경기일지라도 그들에겐 승격 레이스에서 앞서나가기 위해 절대 놓쳐선 안 되는 기회다. 인천이 그들만큼 절실하게 K리그1에서 뛰었는지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인천은 과연 1부 잔류 자격이 있는 팀인가'라고 자문(自問)할 때가 왔다.

이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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