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배우 박신혜가 달라졌다. 그 동안 다수의 로맨스물에서 청순가련한 눈빛으로 멜로 연기를 펼친 그가 한 층 강해진 모습을 보였다. 영화 ‘#살아있다’(6월 24일 개봉)에서 살아남기 위해 침착하게 대처하는 유빈 역을 맡아 강렬한 액션을 직접 소화하며 걸크러시 면모를 뽐냈다. 박신혜는 “30대가 되면서 작품의 폭이 넓어진 것 같다”라며 “차츰차츰 내가 한 작품을 끝낼 때마다 새로운 문이 열리는 것 같다”라고 했다.

-‘#살아있다’의 어떤 점에 끌려 출연하게 됐나.

“‘콜’을 찍고 나서 다음 차기작을 어떤 걸 준비해야 할까 생각하던 중 ‘#살아있다’ 시나리오를 봤고 재미있었다. 장르물임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군더더기 없었다. 사건이 발생한 계기나 이유가 없이 그 상황에 놓여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남느냐가 포인트인 게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쉬어가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 일을 하고 나서 다음 작품을 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편인데 ‘#살아있다’는 즐겁게 작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택하게 됐다.”

-생각한 것처럼 촬영도 재미있었나.

“‘콜’ 같은 경우는 내가 이끌어가야 하고, 관객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매 작품 모든 사람들에게 나의 모습만 보여줄 순 없지 않겠나. 많은 분들이 (‘#살아있다’ 속) 분량이 적어서 아쉽지 않았냐고 물어봤는데 아쉬움 보다 작품이 갖고 있는 느낌이 좋아서였는지 찍으면서도 즐거웠고 오히려 마음 편하게 임할 수 있었다.”

-영화 중반부터 등장하는데 극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 위해 고민했을 것 같다.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상대방 얼굴을 보면서 연기한 게 아니라서 걱정했다. 수시로 확인하면서 촬영했고 미리 맞춰보면서 준비했다. 다행히 어색하지 않게 나왔다. 영화가 이렇게 끝이 나나 싶은 순간에 유빈이 등장하면서 반전을 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혼자 남겨져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내가 아닌 다른 생존자가 있다는 걸 알았을 때 희망을 갖게 되지 않나. 함께 할 수 있는 혹은 무언가를 도모할 수 있는 힘이 생기고 반전을 주면서 분위기를 바꿔가는 요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유빈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접근했나.

“뭔가 극의 중심을 잡는다기보다 유빈이라는 인물은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 중 한 명이라고 생각했다. 준우(유아인)와는 좀 다르게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인물이라고 봤다. 자신이 놓여있는 상황을 잘 받아들이면서 침착하게 행동하는 인물이다.”

-유빈은 기존 재난영화 속 여성 캐릭터와는 달리 진취적인 인물이다. 많은 준비가 필요했을 것 같은데.

“액션 연습을 많이 했다. 많은 여배우들이 액션을 찍었고 그 중에서도 몸을 잘 쓰는 분들이 분명 있기 때문에 신체적인 차이에 있어서는 완벽하게 따라갈 순 없었다. 조일형 감독님이 일부러 능동적인 모습을 부각시키려고 설정하진 않았다. 유빈은 취미로 등산을 했던 친구라 장비를 갖추고 있었고, 등반하다 떨어진 적이 있어서 트라우마를 갖고 있었다. 준우와의 대화를 통해 유빈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됐다.”

-이번 작품을 통해 액션에 대한 기회가 더 많이 생길 것 같은데.

“다양한 장르에 대한 욕심은 늘 있었다. 많은 분들께서 로맨틱 코미디나 캔디형 여주인공이 잘 어울린다고 해주셨다. 그런 틀이 있었기 때문에 기회가 오지 않았다기보다 그 나이 대에는 그런 장르와 캐릭터가 잘 어울려서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 30대가 되면서 폭이 넓어진 것 같다. 내가 한 작품을 끝낼 때마다 다른 새로운 문들이 열리고 그것들을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다. ‘#살아있다’의 액션은 맛보기였다. 아마 다음 작품(‘시지프스 : the myth’)에서 조금 더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액션이나 장르물에 대한 갈증을 점점 해소해나가고 있는 것 같다.”

-‘#살아있다’는 사람들의 고립과 외로움을 이야기한다. 실제로 외로울 때도 있나.

“일 끝나고 집에 들어갔을 때 가끔 공허함을 느낀다. 성취했다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그 성취가 오히려 공허함으로 돌아올 때가 있다. 한 작품 끝나고 나면 외로움과 공허함이 분명히 존재하기 마련이다. 작품을 한 시간이 그냥 사라져버린 것 같은 생각도 가끔 든다. 방송이나 VOD를 통해 흔적이 남아있지만, 내가 뭘 했더라 싶을 때도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시기가 있다. 그럴 땐 내가 좋아했던 것들을 하나씩 찾아가면서 다음 작품을 준비하는 힘을 얻기도 한다. 외로움이라는 게 꼭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아역배우로 데뷔해 30대가 됐다. 변화나 앞으로의 삶에 대한 기대감도 있나.

“책임감의 무게도 느끼는 나이지만 굉장히 자유로워진 느낌도 든다. 무섭거나 혹은 두려워서 하지 못했던 것들을 과감하게 할 수 있는 나이가 됐고 작품 선택의 폭이 넓어진 부분에 대해서도 즐겁다. 전에는 어려서 잘 몰랐던 것들이 이제는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큰 건 엄마와 대화가 통한다는 거다. 여자로서 큰 변화다. 같은 여자지만, 엄마의 이야기를 공감하지 못하고 다투기만 했었다. 그런데 어느새 내가 엄마를 위로하고 있더라. 20대 때와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 여자로서 엄마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게 느껴졌다. 철이 들고 안 들고 차이가 아니다. 공감은 또 다른 이야기인 것 같다.”

사진=솔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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