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대전에 중부 최대규모 아울렛오픈…면세사업도 활발
코로나19 악재 속에서도 공격적 확대... 경쟁사는 사업축소 예고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 현대백화점 제공

[한스경제=변세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유통업계가 힘든 시기를 보내는 가운데, 현대백화점그룹은 오히려 사업 확대를 이어가고 있다. 면세점부터 아울렛에 이르기까지 오프라인 접점을 늘리며 공격적인 경영을 진행하는 정지선 회장의 전략이 통할지 관심이 쏠린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현대백화점그룹은 대전광역시 유성구 대덕테크노밸리에에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대전점을 오픈했다. 지하 2층, 지상 7층의 영업면적 5만3586㎡(1만6210평) 규모로 충북과 충남을 아우르는 중부권 최대 규모다.

아울렛에는 생로랑, 발렌시아가, 프라다 등 인지도 있는 명품 브랜드가 총망라해 입점시켰다. 총 265개의 판매시설을 갖춘 대규모 시설로 호텔, 영화관 등 멀티플렉스 요소까지 갖췄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대전점 아울렛을 중부 최대 쇼핑단지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현대백화점의 도전은 면세점 사업에서도 두드러진다. 오는 9월부터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DF7 패션·잡화) 영업을 시작한다. DF7 구역은 본래 신세계면세점이 운영하던 자리로 롯데·신라·신세계 등 대기업 면세점 4곳이 모두 입찰에 참여해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곳이다. 현대백화점은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다른 면세점들보다 약 100억원가량 더 높은 입찰가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지난 2월에도 동대문 두타몰에 6층부터 13층에 걸쳐 시내 면세점을 오픈한 바 있다. 해당 점포는 본래 두산이 두타면세점으로 운영하던 장소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면세점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두산으로부터 618억원에 자산을 인수하고 연간 100억원의 임차료를 지불한다는 통 큰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 2018년 11월 무역센터점 첫 매장에 이어 약 1년여 만에 시내 오프라인 매장을 추가하며 면세 사업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현대아울렛 대전점이 정식으로 오픈하자 사람들이 줄을 지어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지선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부터 “수많은 도전을 통해 실패에 당당히 맞서야한다”라면서 ‘도전과 변화’를 강조해 왔다. 면세점과 아울렛 사업 확대도 백화점 위주에서 탈피해 새로운 수익창출을 위한 도전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정 회장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위기를 기회삼아 시장의 틈새를 파고들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있지만, 코로나19라는 대대적인 변수가 생긴 만큼 사업 확장에 완급조절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오픈 일주일만인 지난 3일 전체 휴점을 단행했다. 대전지역 코로나 126번째 확진자와 127번째 확진자가 해당 지점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대전 127번 확진자는 지난달 29일 이곳을 다녀갔고, 126번 확진자는 사람들로 북적이던 그랜드 오픈 첫날 아울렛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확진자는 모두 마스크를 쓴 상태였지만, 현대아울렛은 안전을 위해 휴점을 단행했다.

오픈 일주일 만에 연이은 확진자가 나오면서 무리하게 오픈을 강행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사업 허가권자인 관할 구에서 현대아울렛에 개점연기를 권고하는 공문을 발송했는데, 현대백화점은 250여개가 넘는 입점사 피해 등을 우려해 개점을 단행했다.

이는 앞서 지난 3월 오픈한 갤러리아백화점 케이스와도 대비된다. 갤러리아백화점 광교점은 본래 지난 2월 28일 금요일 오픈이었지만 사람이 몰릴 것을 방지하기 위해 3월 2일 월요일로 오픈일자를 변경한 바 있다.

하지만 현대아울렛 대전점은 지난달 24일 화요일 프리오픈을 단행한 후 주말을 겨냥해 금요일에 그랜드 오픈을 강행했다. 일부 대전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는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아울렛 방문을 자제해야 하는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현대아울렛 관계자는 “매장 오픈은 협력사 고용문제나 오픈과 맞물려 투자한 이해비용 등을 고려해 협력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라면서 “모든 집객행사나 프로모션 등을 생략하고 방역에 중점을 둬 오픈했다”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 두타점 전경 / 변세영 기자

면세점도 장밋빛 미래를 낙관할 순 없다. 지난 1분기 현대백화점의 면세점 사업의 매출은 전년 대비 14.4% 신장한 1831억원, 영업손익은 손실 194억원으로 42억 개선됐다. 신라나 신세계면세점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떨어져 적자 전환했던 것과 비교하면 선방한 수치다. 여기에는 동대문점 오픈 효과가 컸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의존하는 공항 면세점과 달리 시내에 남아있는 따이공(중국 보따리상)이 그나마 실적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적자 폭을 줄이긴 했지만 사업의 전망은 어둡다. 항공업계가 코로나발 산업의 위기를 최소 2년에서 5년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다. 덩달아 면세점 시장의 정상화는 당분간 불황의 터널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라면세점과 롯데면세점은 코로나 사태로 더 이상의 막대한 출혈은 힘들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들 면세점은 인천공항이 계약 완화를 제시하지 않을 시 DF3와 DF4(주류·담배) 사업을 철수하겠다는 벼랑끝 전략까지도 내놓은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격적인 투자로 면세점 사업이 확정된 현대백화점 그룹이 큰 폭의 손실로 후유증을 겪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 위기 속에도 현대백화점은 계속적인 사업 확대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오는 11월에는 현대아울렛 남양주점, 내년 1월에는 서울시내 백화점 중 최대 규모인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의 오픈을 통해 외형 성장을 실현할 전망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사업 플래닝 자체가 수년전부터 계획되는 만큼, 오는 11월 아울렛 오픈도 예정대로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