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운명은 아니겠지. 우연이거나 착각일 거야." 주영은 신곡 '요를 붙이는 사이'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헤이즈와 함께한 '요를 붙이는 사이'는 막 시작한 관계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흔히 말하는 '썸' 탈 때의 설렘과 긴장감은 없다. 대신 "여러 사람들에 둘러싸이다 여러 농담들에 뒤섞이다 테이블을 힐끗 바라보다 눈이 마주쳐요"라며 어느 찰나를 묘사할 뿐이다.

뮤지션으로서, 인간으로서 주영에게 음악과 삶을 다루는 태도도 이와 다르지 않다. 거대한 성공을 미리 그리고 앞세우기 보단 좋아하는 음악을 하며 진득하게 하루하루를 살아낼 뿐이다. 그렇다고 뜨겁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결국 물을 끓게 하는 건 한 번의 강렬한 불꽃이 아닌 은근히 지속되는 열이니까.

-'요를 붙이는 사이' 뮤직비디오가 독특하다.

"세트장에서 짜인 행동을 하는 것보다 '요를 붙이는 사이'라는 키워드 속에서 나와 헤이즈의 자연스러운 비주얼을 필름에 담아내고 싶었다. 촬영은 6mm 카메라로 했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상 톤이다. 자연스러워 보이는 것 같다."

-관계가 시작되기 전의 노래들은 대개 설렘을 노래하는데.

"사랑이 시작되기 전에 마냥 설렐 수는 없지 않나. 사랑을 의심하기도 하고. '요를 붙이는 사이'인 두 사람의 복잡미묘한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사랑은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니까."

-발표한 노래들을 보면 사랑을 노래할 때도 조심스러워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오히려 더 로맨틱한 것 같다. '난 널 사랑해'라면서 표현을 퍼붓는 게 오히려 더 현실성 없게 느껴진다. 친구를 사귀더라도 '이 친구를 끝까지 믿어도 되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되지 않나. 조금 조심스러운 스타일과 감정에 공감이 갔던 것 같다."

-헤이즈와 컬래버레이션은 어떻게 하게 됐나.

"'요를 붙이는 사이'는 드레스라는 친구가 만든 곡이다. 가이드가 여자 보컬이었다. 그런데 내가 쓰고 싶다고 해서 받아온 거다. 그래서 처음부터 여성 아티스트와 같이 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좋은 기회로 헤이즈와 컬래버레이션을 할 수 있었다."

-성적에 대한 기대감도 있을 것 같은데.

"1등 하면 좋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게 있다고 생각한다. 올 초 작업했던 조현아 누나도 그렇고 헤이즈도 그렇고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정말 좋았다. 그런 두 분을 보며 영감을 많이 받았다. 워낙 프로페셔널한 분들이라 훌륭하게 작업을 해 줬고, 그런 과정이 성적이라는 결과로까지 이어지면 좋겠지만 음원 차트 같은 데 들어가는 것을 생각 안 한지가 오래됐다. 차트 성적에 대해 나는 깊게 생각 안 한다."

-대중가수가 성적에 아예 연연하지 않는 건 힘들지 않나.

"내 음악에 대한 확신이 있다. 당장 상업적으로 잘 안 될 거라고 해서 앞으로 안 될 거라는 생각은 안 한다. 꾸준히 내 것을 지키고 더 자신감 있게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또 다른 형태의 팬층이 생길 수도 있고 다른 시장이 생길 수도 있는 것 아니겠나. 내가 믿고 좋아하는 음악을 동료들과 꾸준히 하고 싶다. 음악의 궁극적인 가치는 돈이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자기만의 기준으로 살아가야 더 행복해지고 시기질투도 줄일 수 있고 자기를 더 사랑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어떤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지.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싶다. 노래를 10여 년 동안 했고, 아이디어가 나오는 한 앨범은 계속 낼 테지만 만약 고갈되면 다른 활동으로 승화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림도 열심히 그리고 있고 영상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한 가지만 하는 건 재미가 없고, 이렇게 다양하게 하면서 나만의 히스토리도 생겨 나가는 거라고 본다. 한 50살쯤 돼서 내 히스토리를 펼쳤을 때 예술적인 활동을 많이 했고 기여도 많이 한 사람으로 보이면 좋겠다. 대중음악 같은 경우에도 착실히, 열심히 해서 올해는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 목소리를 많이 알리고 싶다."

-구체적인 앨범 계획은 있나.

"정규앨범을 준비하고는 있다. 내 목표는 돌아오는 겨울인데, 내년 초까지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준비하고 있다. 된다면 꼭 내고 싶다. 그 전에도 프로젝트성으로 주영이란 뮤지션을 대중에게 친숙하게 알릴 수 있는 활동들을 하고 싶다. 여성 뮤지션이랑 함께하는 노래를 하나 더 내고 싶고, 그 노래를 기점으로 피처링 없이 혼자 트랙을 꽉 채우는 앨범을 내면 어떨까 한다. 가깝게는 아날리스라는 외국 가수로부터 협업 제안을 받은 상황이다. 해외 아티스트랑 작업해서 내는 결과물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사를 한국어로 써 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그래서 내 부분을 거의 다 한국어로 썼다."

-주영에게 음악은 어떤 의미인가.

"소중하게 생각한다. 음악이 없었다면 내 인생이 어땠을까를 생각하면 끔찍하다. 내가 열심히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음악을 듣고 즐기는 분들에게 전달되길 바란다."

사진=스타쉽엑스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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