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조용호.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올 시즌 조용호(31ㆍKT 위즈)를 상대하는 투수는 한숨을 내쉴 것 같다. KT의 톱타자인 조용호는 타석당 상대 투수 투구수가 4.46개로 리그 최다 1위다. 그는 지난해에도 타석당 투구수 4.16개를 유도해 200타석 이상 소화한 선수 가운데 리그 전체 6위이자 팀 내 1위에 올렸다. 올 시즌 출루율도 0.426로 리그 3위, 팀 내 1위를 달리고 있다. 빼어난 컨택트 능력에 선구안까지 갖춰 투수들이 상대하기 까다로운 타자로 평가 받는다. 7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조용호는 “2볼, 3볼 1스트라이크에서는 되도록 타격을 안 하고 신중하게 공략을 하려고 한다. 타율보다 출루율이 1번 타자에겐 더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용호는 찬스에서도 강한 면모를 보인다. 득점권 타율이 0.417(리그 5위)에 달한다. 리그를 폭격하고 있는 외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30)보다 높다. 결승타도 6개를 기록해 이 부문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는 “주자가 없을 때는 타석에 들어가기 싫을 정도다. ‘득점권이 되면 제발 나까지 와라’라고 마음 속으로 되뇌곤 한다”고 웃었다.

5월에 타율 0.424로 맹타를 휘둘렀지만 6월 들어 타율이 0.260으로 주춤했다. 체력이 떨어진 탓이다. 조용호는 만성적인 고관절에 통증을 안고 있어서 관리가 필요하다. 그래도 허투루 뛴 적이 없다. 고비를 이겨낸 그는 이달 들어 타격감을 회복했다. 7월 6경기에서 타율 0.400을 기록 중이다. 이날 KIA전에선 시즌 최다인 3안타를 때려냈다. 조용호는 “6월에는 피로가 쌓여서 잠도 잘 못 잤다. 모래주머니를 달고 뛰는 느낌이었다. 최근 몸 상태가 좋아져서 타격감이 올라오고 있다. 평정심만 유지하면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무관중이어서 아쉽다. 팬들이 야구장에 오시면 아드레날린이 더 많이 분비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인간 극장’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단국대 4학년 때 발목 인대가 끊어져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 독립구단 고양원더스에서 재기를 노렸지만 발목 부상 재발로 팀에서 나왔다. 야구를 그만 둔 조용호는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시작했다. 프로선수의 꿈을 접은 뒤 우유와 피자 배달, 중국집 주방 보조 등을 하며 생계를 꾸렸다. 다른 일을 하려 했지만 평생 배운 게 야구였고, 가장 잘하는 것도 야구였다. 결국 다시 배트를 잡았고, 2014년 SK 와이번스에 육성선수로 입단하며 꿈에 그리던 프로 무대를 밟았다. 

뼈를 깎는 노력 끝에 SK에서 존재감을 뽐냈고, 지난해 무상 트레이드로 KT 유니폼을 입은 뒤 야구 인생을 꽃피웠다. 조용호는 “야구를 그만둔 뒤 먹고 살기 위해서 여러 일을 했었다. 일반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너무 포장된 것 같다”고 웃었다. 이어 “제가 할 수 있는 건 야구뿐이라는 걸 알기에 간절함이 크다. 작년 3월에 아들이 태어나서 책임감이 더욱 커졌다. 야구를 오래 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광주=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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