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편집자]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그의 역저 ‘사피엔스’에서 현생인류(호모사피엔스)의 탄생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현생인류의 성공요인을 농업혁명보다 약 7만년 전에 일어났던 ‘인지혁명’에서 찾고 있다.

10만년 전 지구상에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남쪽 유인원)를 조상으로 한 다양한 인간 종(최소 6종)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날 존재하는 종은 변방의 유인원에 불과했던 호모사피엔스뿐이다. 당시 별 볼일 없는 호모사피엔스가 주류였던 네안데르탈인이나 호모에렉투스 등을 밀어내고 주역으로 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언어와 상상력의 산물인 인지혁명을 일으켰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하라리 교수는 이전의 모든 호모들이 지구상에서 사라진 이유에 대해 교체이론과 교배이론으로 설명한다. 진화의 역사에서 본다면 인지능력이 뛰어난 호모사피엔스가 다른 호모들을 대체했다는 교체이론이 우세하다. 반면 교배이론은 신학적 관점에서 대척점에 설수 있다. 그러나 네안데르탈인이 가진 DNA의 1~4%가 호모사피엔스의 유전자에서 발견됨으로써 이종교배의 가능성도 높다는 시각이다. 하나의 현상을 두고 두개의 대립되는 이론이 양립하는 흥미로운 대목이다.

변화무쌍한 마케팅세계로 눈을 돌려보자. 기존제품의 대체상품이나 융합제품을 통해 탄생하는 신제품시장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비록 형태는 달라도 대체, 융합의 의미가 교체, 교배와 그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신제품이야 기술력과 자원이 바탕이다. 그렇지만 소비자의 기능 피로현상, 제품수명 주기단축 등으로 새로움만을 추구하기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해 융합은 제품들이 맥락안에서 상호작용하는 인간중심적 시장접근전략이라고 본다.

융합은 기술적 관점(객관적 품질)은 물론 가치적 차원(지각된 품질)이 함께 수반되어져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이 소비자의 가치니즈다. 일찍이 스티브 잡스가 노트북, 아이팟, 휴대폰을 한 번에 들고 다니기 어렵기 때문에 이들을 하나로 합쳐 아이폰이라는 제품을 탄생시키듯 말이다. 핵심은 익숙한 것에서 낯선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다.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모델의 스펙트럼은 무한하다. ‘퓨전’ ‘크로스오버’ ‘콜래보레이션’ ‘통섭’ 등도 대략 같은 의미다.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처럼 이미 존재하는 것들이 새로운 형태로 만들어지고 모습을 바꾸는 것일 뿐이다. 융합에서 마케팅의 지평을 넓히는 영감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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