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LG 감독.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류중일(57) LG 트윈스 감독은 올해 3년 계약의 마지막 시즌을 치르고 있다. 류 감독은 LG 지휘봉을 잡은 뒤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경험했다. 2018시즌 8위에 그쳤지만, 2019년 4위로 가을야구에 성공했다. 올 시즌 성적에 재계약 여부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류 감독은 시즌 전부터 “올해가 가장 중요한 시즌이 될 것”이라고 여로 차례 강조했다.

계약 마지막 시즌을 보내는 감독이 성적 욕심을 안 낼 수 없다. 자신의 안위를 생각하면 무리를 해서라도 승수를 쌓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을 수도 있다. 실제로 과거엔 당장 성적을 위해 선수 생명과 팀 승리를 맞바꾸는 지도자가 제법 있었다.

그러나 베테랑 지도자인 류 감독은 흔들림이 없다. 욕심은 나지만 순리대로 선수단을 운영하고 있다. 눈앞의 나무가 아닌 미래의 숲을 바라보는 ‘관리 야구’를 펼친다.

류 감독은 올 시즌 어느 때보다 꼼꼼하게 부상 선수들을 관리하고 있다. 부상으로 재활 중인 선수들에겐 완벽하게 회복할 때까지 시간을 줬다. 고우석(22), 이형종(31) 등 주축 선수들이 이탈해있을 때 “마음 같아서는 당장 부르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몸 상태를 완전히 회복한 뒤 1군에 복귀할 수 있게 했다. 

이들이 1군에 복귀한 뒤에도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다. 류 감독은 12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을 앞두고 최근 복귀한 마무리 고우석에 대해 “아직 재활 기간이라고 본다. 앞으로 7∼10일간 고우석의 등판 간격을 유지할 예정”이라며 "계속 나가면 부상이 길어질 수도 있기에 당분간은 등판할 때마다 최대 1이닝을 맡길 것"이라고 밝혔다.
LG는 현재 집단 마무리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뒷문이 예전보다 헐거워진 상황이어서 고우석에게 바로 마무리를 맡길 수도 있었지만, 류 감독은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고우석의) 마무리 복귀 시기는 아직 정할 수 없다. 간격을 조절하고 구위를 체크해야 한다. 과거처럼 던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공 끝이 좋아지는 시기에 마무리로 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5.5선발’ 정찬헌(30)과 이민호(19)의 등판 간격도 꾸준히 지켜주고 있다. 류 감독은 고질적인 허리 통증을 안고 있는 정찬헌(30)과 경험이 적은 신인 이민호(19)를 배려해 둘을 번갈아 5선발로 쓰고 있다. 두 선수는 꼬박 10일 로테이션을 지켜주는 류 감독에게 배려하듯 선발투수로 꾸준히 활약하고 있다.

LG는 올 시즌 믿었던 ‘원투스리펀치’ 타일러 윌슨, 케이시 켈리(이상 31), 차우찬(33)이 부진한 탓에 선발진의 위력이 예년만 못하다. 순위 싸움이 한창인 시점에서 정찬헌과 이민호를 다른 선발투수들처럼 5일 간격으로 투입하고 싶은 욕심이 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류 감독은 “저도 바꾸고 싶은 욕심은 난다. 하지만 정찬헌이나 이민호나 그러다 자칫 다칠 수 있다”며 “감독 욕심 때문에 그렇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 컨디셔닝 파트, 그리고 투수 코치와 늘 미팅을 해 좋은 방향으로 가자고 할 때에는 그쪽으로 가는 게 맞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류 감독은 LG 불펜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정우영(20) 혹사 논란에 대해서도 소신을 밝힌 바 있다. 그는 "감독의 개인적인 욕심을 위해 젊은 투수를 3~4일 연속으로 등판시키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차명석(51) 단장도 "당장 이기려면 (정)우영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도 그걸 참아주고 운영하시는 두 분을 존경한다"며 류중일 감독님과 최일언 코치님께서 최대한 관리해주시려고 하는 모습에 단장인 제가 두 분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7월에 접어들면서 중위권 순위표가 요동치고 있다. 한때 2위까지 올라갔던 LG는 현재 5위로 KIA 타이거즈, 삼성 라이온즈, KT 위즈와 치열한 중위권 다툼을 펼치고 있다. 한정된 선수 자원으로 이 여름을 버텨낸 뒤 시즌 후반 승부를 걸어야 한다. 여느 해보다 변수가 많은 올 시즌, 류 감독의 관리 야구가 시즌 후반 빛을 더 발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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