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중소업자와의 상생보다 낙후된 중고차 시장 개선 목소리 높아
중고차 매매단지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연간 220만대가 거래되는 중고자동차 시장에 대기업이 다시금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서 시장이 재편될지 주목된다. 그간 중고차 매매업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분류돼 대기업이 진출할 수 없는 구조였지만 최근 대기업 진출 허용을 놓고 다시 논의에 들어가면서 소비자들 역시 관심사로 보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는 중고차 매매를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방안과 관련해 첫 간담회를 개최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었다. 이는 중고차 매매업에 대한 생계형 적합업종이 적절한지 최종 결정을 짓기 위함으로 대기업이 이 시장에 다신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중고차 거래 규모는 224만대(매매업자간 이전거래 제외)로 신차보다 1.3배(178만대)보다 많다. 1대당 가격을 1000만원으로 가정하면 22조원이 넘는 거대 시장으로 성장한 셈이다.

이처럼 중고차 시장은 점차 커지고 있지만 소비자 후생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1372 소비자상담센터' 통계에 따르면 2018년 1월 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중고자동차 중개·매매 관련 불만 상담건수는 총 2만783건이 접수돼 전체 소비자 불만 품목 가운데 5위를 차지했다.

특히 가격이 1000만원 대에 이르는 고가의 내구성 소비재 중에서는 불만이 제일 많은 상품으로 꼽혔다.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가 불만이 높은 이유는 ‘허위 매물’로 실제 차량의 성능과 상태를 조작하거나 온라인상의 가격과 다른 불법·사기 판매가 성행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구입 과정에서 소비자가 감금과 협박을 당하는 사례까지 발생하면서 소비자 보호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올해 4월에는 인천 서구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허위매물로 구매자를 유인해 1시간 가량 차 안에 감금하고 시세보다 비싸게 차량을 강매한 혐의로 20대 딜러가 구속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한국경제연구원의 중고차시장에 대한 소비자인식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6.4%가 국내 중고차 시장은 불투명·혼탁·낙후됐다고 평가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현대기아차·르노삼성·쌍용차 등 완성차 업체들은 정부 결정을 기다리며 중고차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소식에 보배드림 등 자동차 커뮤니티에서는 “중고차 시장에는 불량한 딜러들이 많아서 대기업 진출이 반갑다”, “골목상권을 보호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중고차 시장은 예외다”, “그간 중고차 업계가 스스로 무덤을 판 꼴”이라며 오히려 대기업 진출을 옹호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앞서 소상공인 위주의 중고차 판매업자들은 지난해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일몰되자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생계형 적합업종을 신청했다.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중기 적합업종처럼 권고 방식으로 골목상권에 대기업이 5년간 해당 업종에 진입할 수 없도록 하고, 위반 시 매출의 5%까지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 생계형 적합업종은 동반선장위원회를 거쳐 중소벤처기업부가 최종 승인한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동반성장위원회는 중고차 판매업에 대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중기부에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대기업 진출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지난 2013년만 해도 정부는 중고차 업계가 대기업으로부터 보호가 필요한 소상공인의 영역이라고 판단했지만 지금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는 얘기다.

자동차업계는 큰 이변이 없는 한 중고차 매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정부가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을 허용하되 자율협약 방식으로 영세 중고차 판매업자를 보호하는 방식의 절충안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회에서도 중고차 시장 정화와 거래 투명화를 위해 나섰지만 중고차 업계 반발로 인해 실효성 있는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중고차 시장은 대표적인 ‘레몬마켓’으로 시장이 혼탁한 상황에서 적절한 조치가 없다면 대기업 진출이 나쁘다고만 볼 순 없다”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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