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이상빈 기자] 경정엔 소개항주라는 독특한 방식이 있다. 소개항주는 경주 시작 전 이용객에게 선수 기량과 모터 성능을 보여주기 위해 경주 수면을 2주회 전속으로 도는 것을 말한다. 모터 성적을 알 수 있어 소개항주 중요성이 크다. 그중에서도 소개항주만으로 알 수 있는 정보는 틸트각이다.

틸트각은 모터를 보트에 장착할 때 위치를 각도로 표기한 것이다. 선수들은 경주 출주 1시간 30분 전 미리 사용할 각도를 신고하고 출전한다. 원 360도라는 기본 원리에서 모터를 보트에 평행하게 장착할 때 각도가 78도다. 여기서 +0.5를 사용하면 78.5도가 되고 -0.5를 사용하면 77.5도가 된다. 현재는 +1, +0.5, 0, -0.5, -1 이상을 넘지 않게 사용하고 있다. 79도∼77도까지 범위를 놓고 유동적으로 조율한다. 틸트각을 0.5도 조정하면 모터는 수면으로부터 2mm 차이가 난다. 2mm라는 수치는 작지만 경주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틸트각을 높이면 보트의 앞 부분(선수)이 내려가며 직선 시속이 좋아지고, 틸트각을 내리면 선수가 들려 회전이 좋아진다.

정확한 비유는 아니지만 경륜의 기어 배수와 비슷한 개념이다. 선수들은 스타일이나 모터 기력에 따라 틸트각을 달리 조정한다. 직선이 달린다 싶으면 틸트를 올리고, 반대로 선회가 불안하다 싶으면 틸트를 내리는 것이 정석이다. 경주 당일 기후 조건이나 코스에 따라서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틸트각 변화로 선수들의 승부 의지가 엿보인다. 그렇다고 틸트각 변화만으로 모터 성능이 크게 바뀐다고 판단하면 오산이다. 모터에 30센티 정도 쇠막대인 라이너를 장착해 직선 시속을 높인다. 또 백레쉬를 조종하면서 선회력도 보강하기에 모터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 틸트각 조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은 회차마다 고정된 틸트각으로 경기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첫째 날과는 달리 둘째 날에 달라진 틸트각을 사용하면 한 번쯤 확인할 가치가 충분하다.

휴장 전 가장 최근에 열린 4회차 수요 경주에서 김선웅이 틸트각 0으로 시작해 고전했지만 목요 경주에서는 +0.5로 올려 한 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어선규도 수요 경주 +0.5로 출발했으나 성적 부진 후 +1.0으로 올려 금요 경주에서 우승하며 부진을 만회했다. 물론 틸트각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모터의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했다는 증표다. 경정 전문가들도 “팬들은 틸트각 개념을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목요 경주에서 틸트각이 수요 경주와 다르다면 나름 수요 경주로 모터 약점을 보완했다고 판단한다. 베팅 시 선수의 승부 의지를 파악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자료”라고 설명한다.

이상빈 기자 pkd@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