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영화 '부산행'으로 K-좀비를 탄생시킨 연상호 감독이 '반도'로 돌아왔다. '반도'는 K-좀비의 탄생을 알린 '부산행' 후 4년 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나라 전체를 휩쓸어버린 전대미문의 재난에서 가까스로 탈출했던 정석(강동원)이 바깥세상으로부터 철저히 고립된 반도에 다시 들어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부산행'과 이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영화 제목이 '부산행2'가 아닌 '반도'인 것에 대해 연상호 감독은 "'반도'라는 제목이 전체의 절반은 담고 있는 것 같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위에는 막혀있어서 고립되기 쉬운 공간이라는 게 다른 좀비물과 가장 많이 다르다"며 "'부산행'은 기차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데서 오는 긴장감이 있었지만 '반도'는 폐허가 되고 망해버린 세상이 재화가 널려있는 보물섬이 되어버렸다는 데서 큰 차이가 있다. 도굴꾼이 좋아할 만한 공간이 되어버린 게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영화가 출발했다"고 말했다.

- 반도는 액션물이라는 평이 있다.

"처음에 좀비물이라는 걸 중심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다른 포인트를 잡을 것이냐를 많이 고민했다. 그런데 좀비가 변종 좀비가 아니라면 사실 '부산행'의 좀비들만 갖고 뭔가를 한다는 건 뭔가 새로운 느낌이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아포칼립스 배경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나 전반적인 액션을 중심으로 보여주려고 했다."

- 애초에 다른 포인트가 있었던 건가.

"좀비물을 보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지만 결국 다른 이야기로 바뀌게 되는 것 같다. '워킹데드'를 봐도 뒤에는 거의 좀비가 등장하지 않으니까. 그 안에서 인간성을 중점으로 이야기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반도'도 좀비 자체의 이야기보다는 그 안의 인간성을 담으려고 했다."

- 이번엔 631부대가 만든 쉘터가 독특했는데.

"악역 집단에 대해서는 여러 버전이 있었다. 마지막까지 남은 게 타락한 군인 집단과 광신도 집단이었는데 그때쯤에 플랫폼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 웹툰을 좋아하는 대중과 드라마를 좋아하는 대중, 극장에서 보는 영화를 좋아하는 대중들의 관점이 다 다르다는 생각이 들면서 극장에서 볼만한 영화를 기대하는 대중은 어떤 이야기를 보고 싶어 할까. 사람들의 욕구가 어떻게 달라졌을까를 고민하게 됐다. 그리고 그 고민의 첫 번째 결과물이 '반도'라는 영화다. 확실한 액션 콘셉트와 명확한 스토리라인이 필요했기 때문에 액션의 메인을 먼저 구상했는데 그게 카체이싱이었다. 그래서 결국은 군인 집단을 선택하게 됐다. 광신도 집단과 비교해 정적이고 깊은 스토리였지만 카체이싱에 광신도 집단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체험형 액션 영화로 가는 게 현재 극장에는 더 잘 맞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 타락한 집단의 카체이싱을 생각하면 '매드맥스'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1대1 매칭의 카체이싱은 '매드맥스'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매드맥스'하고 '반도'의 카체이싱은 질감이 다르다. 광활한 평원보다 서울 도심의 입체적인 걸 이용하려고 했다."

- 영화관에서 비주류적 이야기를 하는 거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 

"어쩌다 보니 블록버스터 상업영화를 몇 년에 한 번씩 하게 됐는데 내 스스로를 마이너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 전의 작품들은 가상의 관객을 연상호와 비슷하게 설정했었는데 '부산행'을 만들면서 조금 더 보편적인 사람은 가상의 관객으로 설정하게 됐다. 영화관에서 일 년에 영화 한 편을 볼까 말까 한 사람도 관심을 가질 스토리는 무엇일까를 생각했을 때 조금 더 보편적인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 그래서인지 부성애나 모성애를 많이 다루는 것 같다.

"보편적인 관객이 기대하는 감수성과 보편성에 기대려고 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어떤 영화를 만들 때 영화를 많이 접한 사람들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단편영화 할 때도 그랬지만 숨겨진 연출이나 코드를 넣지 않으려고 했다. 영화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은 사람들은 모르는 코드로 연출하는 게 불평등하다고 생각해서 더 그렇다."

- 그와 다르게 영화 속 배경은 평범하지 않았다. 오목교인 이유가 있었나.

"예산이 꽤 큰 블록버스터 영화다 보니 장소보다는 캐릭터들이 대표성을 띄어야 할 것 같았다. 631부대 아지트도 국회의사당으로 가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이야기 자체를 시시한 욕망을 가진 보통의 사람들이 보여져야 한다고 생각하다 보니 배경은 서울의 시그니처는 피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보통 폐허가 된 곳을 상상했을 때 목이 떨어진 자유의 여신상 같은 걸 생각하기 마련인데 동네 자체도 메인으로 갈 수 있는 강남보다는 외곽 지대를 하면 좋겠다는 의도가 있었다."

- 홍콩도 같은 이유에서 설정한 건가.

"설정 자체가 배로 갈 수 있는 한국 근처의 나라여야 했다. 그런데 개봉 자체가 월드와이드로 되다 보니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지막에 남은 후보가 대만과 홍콩이었는데 함께 기획하는 분들이 홍콩 영화의 느와르적 장르 특성을 가져가자고 했다. 그런 걸 일부 이용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 때문에 홍콩을 선택하게 됐다."

- 코로나 시대에 개봉한 좀비물이라 의미가 더 남다른 것 같다.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상태로 준비를 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이 사태가 이렇게 오래 이어질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으니까. 지금은 코로나가 없어져서 보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볼 수 있냐를 생각하게 된 시기이지 않나. 그래서 영화관을 갈 수 있게 만드는 영화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런 의미에서 '반도'는 영화관에서 봤을 때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다. 2D를 기반으로 작업했지만 아이맥스나 4DX도 후반 작업을 잘 해줘서 어느 관에서 봐도 다 좋다. 어떻게 보면 코로나 시대에 극장가기 라는 측면에서 잘 어울리는 영화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영화관 나들이를 간다고 생각하고 즐겁게 영화 보고 갔으면 한다."

사진=NEW 제공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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