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세븐일레븐, 스마트 편의점 시그니처 DDR 오픈...바닥에 설치된 54개 셀이 고객 이동경로 파악
GS25·이마트24, 결제까지 자동으로 진행되는 편의점 오픈
셀프 계산을 도와주는 로봇 '브니' / 변세영 기자

[한스경제=변세영 기자] 1인가구가 늘어나면서 판이 커진 편의점 시장에 스마트 바람이 불고 있다. 사람이 진행하던 계산업무를 로봇이 대신하는가 하면 AI가 고객의 동선을 파악해 매장 운영을 전략을 세우는 시대가 왔다.

21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은 이달 초 스마트편의점 ‘시그니처 DDR(Dual Data Revolution)’ 지점을 오픈했다. 자사 기존 편의점과는 다르게 일반 로드상권에서도 보안 걱정 없이 안전하게 무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DT(Digital Transformation)가 강화된 게 특징이다.

매장은 유인형, 무인형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기자가 갔던 평일 오전 시간대는 직원이 상주해 유인형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매장 오픈 초기 시스템 정착을 위해 현재는 주말 일부 새벽시간대에만 무인 시스템이 적용된다.

무인으로 운영될 때는 출입인증단말기에서 신용카드, 핸드페이 등 개인의 신원을 검증할 수 있는 카드를 통해 인증을 거쳐야만 매장 문이 열린다. 매장에 들어서면 매장으로 들어가는 또 하나의 게이트가 등장한다. 이 과정에서 스마트CCTV는 입장객을 촬영해 기록으로 남겨 보안을 강화했다.

변세영 기자

30평 남짓한 매장에 CCTV만 10대 가량이 존재했다. 이 외에도 ‘무인경비시스템’을 탑재해 기물파손, 화재, 이상소음 등 점포에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경비업체가 5분내 출동하도록 만들어 안전성을 높였다.

매장에 들어서자 흰색 판으로 구성된 바닥이 보인다. 점포 바닥에 54개의 다목적 전자인식 셀(cell)을 설치해 고객 이동 경로를 실시간 빅데이터로 생성해 저장한다.

고객이 편의점으로 들어와 어떤 물건을 사고 어느 구역에서 오래 머물렀는지를 데이터로 쌓아 효율적인 매장 운영 전략을 만들기 위함이다. 단순 계산을 넘어 말 그대로 매장의 마케팅 전략까지 세워주는 '똑똑한' 편의점인 것이다.

매장 한 켠에는 자판기 형태의 담배 판매기가 있었다. 청소년 구매를 막기 위해 담배는 개인별 생체인식으로만 살 수 있다. 쉽게 말해 청소년이 부모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매장에 입장했다고 한들, 성인인증을 받지 못해 담배를 구매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다만 시중에 나와 있는 무인자판기 대부분이 담배에만 그치다 보니 생체인증 기기 도입이 어려운 주류는 매장이 무인으로 운영될 시 구매가 불가하다.

DDR점 바닥에는 54개 셀이 깔려있다. 이는 고객의 동선을 기록하고 매장 운영을 위한 데이터로 사용된다. / 변세영 기자
담배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핸드페이로 생체인증과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 변세영 기자

쇼핑을 마치고 계산대로 가면 계산을 도와주는 로봇 ‘브니’가 등장한다. 브니를 이용해 셀프계산대처럼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의 바코드를 찍고 결제를 완료하면 된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17년도 5월 시그니처 최초버전(1.0세대)이 나온 후 이듬해 ‘브니’를 도입한 2.0모델로 상권 다양화 및 가맹모델을 시험하기 시작했다”라면서 “DDR점은 무인형 매장의 보안을 강화해 일반 상권에도 나올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최신모델”라고 설명했다.

별도로 계산하는 번거로움을 거칠 필요가 없는 편의점도 있다. GS25 을지스마트점은 매장에 직원이 없는 미래형 스마트 편의점이다. 해당 점포에 들어가기 위해 고객은 신용카드 모바일 결제 앱 내 QR코드를 출입문 게이트에 접촉하면 된다. 해당 매장은 BC카드와 협업을 통해 만들어져 아직까지 결제는 BC카드로만 가능하다.

고객이 점포에 들어가면 34대의 딥러닝 스마트 카메라가 고객 행동을 인식한다. 매대 별로 장착된 총 300여 개의 무게 감지 센서는 고객이 어떤 물건을 얼마만큼 고르는지 감지해 딥러닝 스마트 카메라와 함께 고객의 소비 행동을 학습해 매장 운영전략에 사용한다.

가장 혁신적인 부분은 별도의 셀프결제가 필요 없다는 점이다. 물건을 고르고 게이트를 빠져나오면 AI 기술이 적용된 결제 시스템이 고객이 가지고 나간 물건을 자동으로 결제해 모바일 영수증을 제공한다.

이마트24 역시 김포시 장기동에 위치한 스마트 매장에서 해당 시스템을 사용 중이다. SSG페이를 통해 매장에 입장한 고객은 물건을 고른 뒤 별도로 상품 바코드 스캔, 결제 등의 절차가 필요없다.

매장을 나설 때 클라우드 POS로 구매한 상품 정보가 전송돼 SSG페이로 결제가 자동 진행되기 때문이다.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 운영하는 세계 최초 무인 매장 ‘아마존고’의 모델을 그대로 적용한 셈이다.

신세계 I&C 제공

미래형 편의점, 정착은 언제쯤?

유통업계 내 혁신적인 기술력을 장착한 편의점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지만, 다만 아직까지 넘어야할 산이 많다는 해석이다. 국내에 4만개 이상의 편의점 매장이 있지만 스마트 시스템이 도입된 곳은 200개 남짓 수준이다.

이 같은 스마트 매장이라도 주중 오전타임에는 직원이 상주하고 저녁 늦은 시간대에만 무인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GS25 을지로점이나 이마트24 김포데이터센터점을 제외하면 고객이 바코드를 찍고 셀프계산대처럼 기계가 계산만 대신해주는 정도에 그친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현재 스마트 편의점 자체가 완전히 24시간 무인보다는 새벽처럼 운영 취약시간 대에 점주의 효율을 올리는 목적이 더 크다”라면서 “매장 보안문제나 상관, 운영 관리측면에서도 신경 쓸 부분이 많아 무턱대고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편의점 관계자도 “무인(스마트)편의점은 투자비가 일반 점포보다 5배 이상 비싸고, 여기에 기술이 고차원 될수록 비용이 올라갈 수밖에 없어 본사나 점주 입장에서도 고민이 있다”라면서 “아직까지는 상징적인 수준에 그쳐 넓게 정착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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