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구자철 KPGA 회장 인터뷰
구자철 KPGA 회장. /KPGA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K골프도 그룹 방탄소년단(BTS)처럼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자철(65) 한국프로골프협회장은 굳게 믿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제18대 회장에 당선돼 올해부터 임기를 시작한 그는 최근 본지와 단독인터뷰에서 기업인(예스코홀딩스 회장)답게 “골프 콘텐츠의 비즈니스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색 있는 대회 만들고 스토리 입혀야

6개월 넘게 발로 뛴 구자철 회장은 “그동안 많은 분들을 만나 대회 개최를 제안하고 의견을 들었다. 대회 개최가 정말 힘들다는 걸 느꼈다. 지난해까지 이어졌던 셀러브리티 대회나 매치플레이 대회가 없어진 것은 특히 아쉬웠다”고 운을 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올 시즌 KPGA 코리안 투어는 당초 4월 23일에서 7월 2일로 개막이 늦어졌다. 후원사의 사정상 대회가 취소된 경우도 존재했다. 그는 “대회만 바라보고 열심히 연습한 선수들의 노력이 헛되이 되게 할 수 없기에 고민 끝에 제가 도움을 주기로 했다”며 “사재를 출연해 군산CC 오픈(7월 9~12일)을 지원하고 KPGA 오픈(7월 16~19일)을 개최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어려운 상황에서도 일동레이크골프클럽 오픈(8월 27~30일)과 최종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11월 5~8일)도 새롭게 유치하면서 시즌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KPGA 오픈은 국내 최초로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을 택해 새로운 재미를 보여드리기도 했다”고 성과를 짚었다. 그러나 옆동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와 비교하면 다소 위축이 된다. 구자철 회장은 “국내에서 남자골프보다 여자골프의 인기가 높은 건 분명한 현실이다”라고 인정했다. 그는 “여자골프 경기는 아기자기하면서도 선수들의 개성이 뛰어나다. 남자 선수들도 이 부분은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구자철 회장은 “국내 남자골프는 여자골프에 상품의 경쟁과 인식의 경쟁에서 모두 밀리고 있다. 매력을 가진 선수들이 대중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내분과 반목으로 얼룩진 인식도 바꿔야 한다”고 했다. 또한 “양질의 대회를 만드는데도 노력할 것이다. 특색 있는 대회를 만들고 스토리를 입혀야 한다. 선수들이 코스를 이겨내고 멋진 샷을 보일 수 있는 대회가 늘어난다면 경쟁력도 올라갈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피닉스오픈처럼 특정 홀을 지정해 갤러리가 마음껏 소리치고 응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은 예다. 선수들의 장점을 부각할 수 있는 코스 세팅이 필요하다. 최종 라운드로 갈수록 타수를 줄이면서 경쟁해야지, 타수를 잃으면서 경쟁하는 구도는 팬들의 외면을 받기 쉽다”고 설명했다. 또한 “남자 선수들의 경기는 다이내믹하다. 역동적인 장타, 혀를 내두르는 백스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나가는 모습은 남자 선수들이 탁월하다. 요즘 젊은 선수들은 자신을 표현할 줄 알고 세리머니 등 팬 서비스도 잘한다. 이런 모습이 더해지면 코리안 투어도 팬들에게 더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구자철 KPGA 회장. /KPGA 제공

◆골프 콘텐츠의 비즈니스화 필요

구자철 회장은 오픈 퀄리파잉스쿨 제도를 주목하고 있다. 올 시즌 10대 돌풍의 주역들인 19세 김민규(준우승 1회ㆍ공동 준우승 1회)와 18세 김주형(우승 1회ㆍ준우승 1회)은 모두 해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해외와 달리 한국엔 협회와 투어 단체가 함께 있다 보니 협회 회원이 돼야 대회에 나설 수 있다.

그는 “단계가 너무 많다. 인재 발굴을 위해선 실력 있는 선수들이 바로 과거 급제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주니어 선수들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프로가 되고 투어 프로가 되며 코리안 투어에서 활동하기 위한 퀄리파잉 토너먼트(QT)까지 치르면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돈이 낭비된다”고 지적했다. 실력 있고 유능한 어린 선수들이 해외에서 프로가 되고 투어 생활을 하도록 내버려두는 게 아니라, 국내에서 시작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하겠다는 게 구자철 회장의 계획이다.

국내 남자골프를 살려야 한다는 얘기는 약 10년 전부터 꾸준히 나왔다. 구자철 회장은 “KPGA 부흥기였던 2004~2011년까지 (각각 한국프로골프협회장, 대한골프협회장을 맡으셨던) 박삼구(75)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님과 윤세영(87) 태영그룹 명예회장님께서 골프를 활용한 비즈니스에 성공하셨다. 콘텐츠에 투자를 하신 것이다. 대단한 분들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투어가 자생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인맥에 의한 대회 유치는 단기적인 시각이다. 장기적으론 골프 콘텐츠의 비즈니스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KPGA의 열악한 재정 상황이 아쉽지만, PGA 투어의 한국적 모델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 K골프도 BTS처럼 될 수 있다. 저희가 기획해 상품을 만들고 그걸 기업에 판매하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또 “5억 원 대회가 있는데 ‘1억 원만 투자해주세요’라고 하면 1억 원 이상 받을 수 없다. 마치 드라마 협찬을 원할 때 시나리오를 보여주고 투자 요청을 해야 한정된 금액이 아닌 그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라고 부연했다. 구자철 회장은 “결국 골프의 비즈니스화로 재정을 안정화하면서 다양한 홍보와 마케팅을 접목해야 한다”고 힘주었다.

코리안 투어는 8월 6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제63회 KPGA 선수권대회로 시즌 일정을 이어간다. 구자철 회장은 “사실 8월부터 갤러리 입장이 가능한 쪽으로 생각을 했지만, 최근 다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려 올해는 관중 없이 진행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처럼 지속적으로 방역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입장을 나타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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