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반도’(15일 개봉)를 본 관객들은 신선한 마스크에 놀랄 것이다. 극 중 631부대 지휘관 서 대위 역을 맡아 짧은 비중에도 눈에 띄는 캐릭터 해석력을 보여준 구교환이 그 주인공이다. 2006년 연극배우로 데뷔한 구교환은 영화 ‘김씨표류기’(2009)로 처음 상업영화에 발을 들였으나 주로 독립영화에서 활동했다. ‘오늘 영화’(2015) 우리 손자 베스트’(2016) ‘꿈의 제인’(2016) ‘메기’(2019) 등에서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감독으로서 연출력도 발휘하며 관객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트렌스젠더 이야기를 그린 ‘꿈의 제인’으로 춘사영화상 신인남우상, 부일영화상 신인 남자연기상,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 신인연기상 등을 휩쓸기도 했다. 그의 캐릭터 소화력은 ‘반도’에서도 가히 빛났다. 인간의 가장 추악한 내면을 실감 나는 연기로 표현하며 실제 관객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실제로 “강동원 보러 갔다가 구교환에게 치였다”는 관람객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을 정도다.

- ‘반도’에서 연기한 서 대위 역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이 뜨겁다. 반응을 실감하나.

“오늘에서야 많은 관심을 느낀다. 여러 감상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나 역시 서 대위가 굉장히 궁금했다. 영화에서 나왔지만 민정(이정현)과의 관계나 최초 바이러스가 일어났을 때 민간인을 구조했던 모습 등 여러 단서들을 생각하며 연기했다.”

-첫 등장부터 강렬했는데.

“그랬나. (웃음) 연상호 감독님이 서 대위 역을 제안하고 처음 보여준 그림이 기억에 남는다. 서 대위를 직접 그린 얼굴이었다. 그림 속 서 대위의 눈이 잊히지 않는다. 붕괴된 사람의 눈이었다. 굉장히 이상했고 동시에 궁금한 눈이었다. 첫 장면에서 그 그림을 옮기려고 했던 것 같다. 위태롭고 불안한 인물을.”

-초반 황 중사(김민재)의 악행이 눈에 띈다. 서 대위 역시 악인인데 황 중사의 악행과 대비되지 않나.

“서 대위처럼 조용하게, 패턴을 걷잡을 수 없는 사람이야말로 무섭다고 생각한다. 후반부에 나오기도 하지만 서 대위는 걷잡을 수 없는 행동을 한다. 강력한 악역도 주목해야겠지만 답을 찾을 수 없는 캐릭터 역시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답을 내리는 순간 경직되게 캐릭터를 표현하게 되더라.”

-연상호 감독이 ‘호아킨 피닉스 같다’며 연기를 칭찬했다.

“정말 왜 그렇게 얘기하셨는지 모르겠다. (웃음) 왜 그러셨냐고 감히 못 물어보겠더라. 호아킨 피닉스 같은 대배우와 함께 언급된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상업영화 ‘반도’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그동안 상업영화에 출연하지 않은 이유가 있나.

“그 때는 다 개인작업을 하고 있어서 상업영화에 출연하지 못했다. ‘반도’의 경우 세계관에 흥미를 느꼈고 많이 궁금했다. 굳이 참여를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사실 내가 서 대위 역으로 인터뷰를 하게 될 지도 몰랐다. (웃음)”

-서 대위의 비중이 그리 많지 않아 아쉽지 않았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장면의 개수로 역할을 판단하지 않듯이 서 대위의 등장 신이 많다고 해서 더 좋았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작품을 선택할 때 인물의 이야기를 보고 선택하는 편이다. 누군지 알 것 같은 인물이면 재미가 없다. 황 중사나 김 일병도 촬영을 하면서 어떤 인물인지 알게 됐다.”

-연상호 감독이 요구를 하거나 디렉션을 한 장면이 있다면.

“거의 대부분의 순간들에 대해 얘기해 주신 것 같다. 서 대위가 만든 모든 장면들이 감독님의 의도라고 생각한다. 연상호 감독님은 정해진 컷만 찍는다. 그것만으로도 놀라웠다. 내가 출연한 분량이 편집된 것도 없이 다 나왔다. 감독님의 의도대로 다 옮겨진 걸 보고 놀랐다.”

-영화 작업을 오래 했는데 참 의연하다. 작업을 하다 보면 스타의 자리를 생각하거나 욕심을 낼 것 같은데 그런 적이 없나.

“흥행이나 스코어 보다는 관객들을 많이 만나는 배우가 되고 싶다. 관객들이 그냥 내 모습을 보고 돌아가는 길에 잠깐 한 번 생각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배우 말고 그 인물의 모습으로 생각나는 것. 영화의 완성은 곧 관객들을 만나는 거라고 생각한다.”

-상업영화와 독립영화의 선을 그을 수는 없지만 어쨌든 색깔은 다르다. 두 영역을 오가는 배우로서 향후 행보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다음에 어떤 영화가 올지는 알 수 없을 것 같다. 어느 날 내가 궁금하고 호기심 있는 영화를 만났으면 좋겠는 바람이다. 스케일보다는 이야기를 더 좋아한다. 우주에도 궁금한 게 많다. ‘그래비티’ 같은 경우 우주에서 인간을 이야기하지 않나.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를) 분리를 하지 않는 게 배우로서의 일인 것 같다. 장르는 사실 관객들의 편의를 위해 나누는 것이라고 본다. 만드는 입장에서는 장르를 구분할 수 없을 것 같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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