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아모레퍼시픽, 2분기 실적 급하락... LG생활건강 실적선방
다양한 포트폴리오 갖춘 LG생건, 매출 방어에 유리한 고지 선점
각 사 제공

[한스경제=변세영 기자] 국내 뷰티업계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2분기 실적이 공개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수 속 사업 다각화를 이뤄 놓은 LG생건은 선방했지만, 아모레는 타격을 그대로 흡수하면서 업체 간 상반된 분위기가 나타났다.

3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020년도 2분기 매출 1조1808억원에 영업이익 36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5%, 영업이익은 67% 수직 하강한 수치다. 면세점 및 백화점 등 주요 오프라인 채널의 매출 하락이 실적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지난 1분기에도 영업이익이 67%나 하강한 아모레는 뼈아픈 실적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LG생활건강은 2분기 매출 1조7832억원, 영업이익은 3033억원을 올렸다. 매출은 2.7% 감소했지만 영업이익 측면에서 0.6% 증가하며 위기를 피해갔다. 코스메틱 브랜드 실적이 줄줄이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상반기 LG생활건강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1% 증가한 6370억원을 올렸다.

LG생건이 선방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꼽힌다. LG생활건강의 사업구조는 크게 화장품·생활용품·리프레시먼트(음료) 3분야로 나뉜다. 이들은 약 6대 2대 2로 비율로 실적에 기여한다. 매출 구조도 음료와 생활용품은 내수가 위주가 돼 화장품 산업처럼 글로벌 침체 영향을 덜 받는다.

아모레 역시 오설록이라는 자회사 차브랜드를 갖고 있지만 이들이 매출에 기여하는 부분은 3% 내외다. LG생건은 상반기 코스메틱 사업이 10%대 하락세를 보였음에도 생활용품 사업 매출이 26.4%, 음료사업은 4.8% 성장하면서 실적이 커버됐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이사 / LG생활건강 제공

차석용의 M&A스토리

차석용이 이끄는 LG생건은 공격적인 M&A를 통한 안정된 매출구조를 형성해왔다. 지난 2007년 ‘코카콜라음료’를 시작으로 ‘다이아몬드 샘물’, ‘해태음료’, 2013년 영진약품 드링크부문 등을 인수하는 지속적인 M&A를 통해 몸집을 늘려왔다.

첫 M&A인 코카콜라음료는 인수 당시 4년째 적자를 기록해 다소 무리한 작업이 아니냐는 부정적인 지적도 나온 바 있다. LG생건이 인수한 이듬해 1분기부터 흑자로 돌아서며 매출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코카콜라음료는 지난 5년간 매해 1조를 상회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LG생건은 코카콜라사의 마케팅이나 대외 홍보를 제외하고 음료수를 병에 주입하고 배급하는 역할을 한다.

생활용품 부문에서는 지난 2016년 존슨앤드존슨이 전개하는 구강용품 브랜드 리치(REACH)의 아시아·오세아니아 사업권을 인수하며 덴탈 사업을 키워나갔다.

차 대표는 M&A의 귀재답게 화장품 부문에서도 파격적인 인수합병을 단행해왔다. 지난 2010년 로드샵 브랜드 더페이스샵을 인수하고 2012년 긴자스테파니, 2014년 CNP(차앤박화장품), 올해는 피지오겔 아시아·북미사업권을 사들였다. 특히 더마코스메틱 CNP는 ‘더마’ 순풍을 타고 매년 30%이상 성장했고 지난 2019년 연매출 1000억원을 넘기는 빅히트 브랜드로 자리매김 했다.

LG생건은 색조에서부터 더마에 이르기까지 화장품 유행에 재빠르게 반응해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을 해왔다. 이 같은 투자가 라이벌 아모레가 화장품 사업에서 영업이익이 반토막나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 쿠션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 아모레퍼시픽 제공

트렌드에 한발 늦은 서경배호 아모레퍼시픽

아모레는 코로나19로 생활용품 수요가 증가한데서 온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했다. LG생건이나 애경산업 등 여러 코스메틱업체가 손소독제 및 핸드워시 판매로 실적을 올릴 때 아모레는 손소독제 라인조차 없었다. 그동안 해피바스를 통해 손세정제(핸드워시) 정도만 판매해 온 아모레는 지난 4월 뒤늦게 구성을 추가했다.

단순히 생활용품을 취급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화장품 유행이 로드샵에서 H&B스토어로 바뀌는 트렌드에도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 아모레는 자체 편집숍 아리따움 론칭 이후 1년 만에 1000개 이상의 매장을 내기도 했지만, 최근 브랜드 개수와 다양성으로 밀어붙이는 H&B스토어 공세에 밀리고 있다.

현재 영업이익을 갉아먹는 오프라인 매장을 정리하는 사업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한 때 아모레 주요 사업군이었던 이니스프리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했다. 지난 2016년 동기 이니스프리 매출이 2136억, 영업이익은 628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대비가 더욱 커진다.

중국에서도 중저가 라인 실적하락이 두드러졌다. 최근 1~2년 사이 중국 코스메틱 시장에서 프레스티지 라인이 40~50%씩 크게 성장함에 따라 이니스프리와 같은 로드샵 브랜드 하락세가 뚜렷해졌다. 이 과정에서 궁중 이미지를 활용해 ‘후’ 마케팅에 성공한 LG생건은 중국 럭셔리 수요를 흡수해 아모레 전통 고급라인인 설화수를 따돌렸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하반기 체질개선을 통한 내실화를 다지겠다는 각오다.

아모레퍼시픽은 “판매루트 디지털 체질 개선과 맞춤형 화장품 기술, 고객을 사로잡을 수 있는 혁신 상품을 통해 실적 개선의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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