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원.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야구 대표팀은 최근 몇 년간 오른손 에이스 기근에 시달렸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양현종(이상 32ㆍKIA 타이거즈)이 리그를 지배하는 에이스 자리를 지킨 것과 달리 오른손 선발들은 부침을 겪었다. 선발과 구원을 가리지 않고 전천후 활약을 펼친 윤석민(34ㆍ은퇴) 이후로 대표팀의 우완 에이스 계보가 끊겼다.

올 시즌에도 오른손 에이스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승ㆍ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뚜렷한 성장세를 보인 이영하(두산 베어스)와 최원태(이상 23ㆍ키움 히어로즈)는 올 시즌 나란히 부진에 빠졌다. 이영하는 16경기 3승 6패 평균자책점 5.24, 최원태는 15경기 6승 4패 평균자책점 5.07에 그친다. 오른손 선발투수 중 가장 경험이 많은 이용찬(31ㆍ두산)은 팔꿈치 인대 수술을 받고 시즌을 접었다.
이런 상황에서 문승원(31ㆍSK)의 활약은 대표팀에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SK의 토종 에이스인 문승원은 올 시즌 오른손 선발투수 중 가장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는 8일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1탈삼진 2실점 호투를 펼치며 팀의 4-2 승리를 이끌며 시즌 3승(7패)째를 챙겼다. 6회 폭우로 경기가 중단되기 전까지 마운드를 홀로 책임져 행운의 '완투승'을 기록했다.

문승원은 올 시즌 불운한 투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팀 타선이 허약한 탓에 득점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그의 올 시즌 득점지원은 3.45에 불과하다. 규정이닝을 채운 선발투수 27명 중 24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7월 6경기에 등판해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3차례나 달성했지만, 승리 없이 4패만 당했다. 이날 삼성전에서 무려 44일 만에 1승을 추가했다. 그는 2018년 잘 던지고도 승운이 따르지 않아 ‘문크라이’(문승원의 성과 운다는 뜻의 영어 cry를 합성한 말)라는 별명을 얻었다. 올해도 이 별명이 따라 붙고 있다.

문승원은 9일 오전 기준 16경기에 등판해 3승 7패, 평균자책점 3.73의 성적을 올렸다. 겉으로 보이는 성적은 화려하지 않지만, 세부 지표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외인 투수를 배제하고 토종 투수들만 비교했을 때 대부분 지표에서 오른손 투수 중 가장 좋은 내용을 보인다.

KBO리그 감독들이 선발투수에게 요구하는 제1덕목인 이닝은 94이닝으로 토종 투수 중 1위다. 평균자책점은 왼손 투수인 NC 다이노스 구창모(1.55)에 이어 2위다. 퀄리티스타트(9회), 퀄리티스타트 플러스(5회) 부문에서도 구창모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ㆍ2.18)과 WHIP(이닝당 출루허용ㆍ1.18), ERA+(조정 평균자책점ㆍ128.9)도 2위다. 9이닝당 볼넷 허용(2.2개), 볼넷/삼진 비율(3.30), 피출루율(0.299), 피장타율(0.357) 역시 구창모 다음이다.

구위와 경기운영 능력이 향상되면서 확고한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경완(48) SK 감독대행은 "올해 문승원의 구위는 정말 좋다. 구위만 보면 입단한 뒤 가장 좋은 시즌을 보내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지금처럼 꾸준한 성적을 유지한다면 생애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에 발탁될 가능성이 크다. 문승원은 지난해 프리미어 12 대회 당시 2차 엔트리까지 포함됐지만 최종 승선에는 실패했다. 고려대 시절 야구월드컵 대표팀에 뽑힌 바 있는 그는 지난해 태극마크에 대한 욕심을 내비친 바 있다. 9위 SK 마운드의 버팀목인 문승원이 차기 대표팀 오른손 에이스 자리를 꿰찰지 주목된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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