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구자욱(오른쪽)이 도루를 시도하고 있다.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세이버메트릭스(야구를 통계학·수학적으로 분석하는 방법론)’ 추종자들은 ‘도루가 약 75% 이상의 성공률을 나타낼 때 효율성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부상 위험이 큰 데다 득점 효율성도 떨어지다 보니 타자들이 뛰는 것을 자제하는 게 현대야구의 추세다. 한 시즌에 도루 50개 이상을 기록하는 ‘대도(大盜)’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도루 수가 점차 줄고 있는 것은 ‘타고투저’ 현상에서 비롯됐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다득점 경기가 늘어나며 1점에 대한 가치가 달라졌다. 장타에 승부를 거는 팀들이 많아지면서 ‘발야구’가 설 자리를 잃었다. 2017년 팀 홈런 234개를 기록한 ‘홈런 공장’ SK는 팀 도루는 53개로 꼴찌에 그쳤다.

2015년 KBO리그의 총 도루 개수는 1202개였다. 그런데 타고투저가 정점을 찍은 2016년 1058개로 감소하더니 이듬해엔 778개로 확 줄었다. 2017시즌엔 도루 100개 이상을 기록한 팀이 한 팀도 나오지 않았다. 2018년에도 928개로 1000개를 밑돌았다.

지난 시즌엔 총 도루 개수가 993개로 소폭 증가했다. 도루 시도도 2018년 1338회에서 1416회로 증가했다. 지난해 공인구 반발계수의 감소로 장타가 줄어들면서 한 베이스라도 더 얻기 위한 도루가 각광받았다고 볼 수 있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1년 만에 리그 흐름이 타고투저로 회귀하면서 다시 화끈한 ‘한방’에 의존하는 팀이 많아졌다. 자연스럽게 도루의 가치도 다시 떨어진 모양새다. 비슷한 경기 수로 2019년과 2020년 도루 기록을 살피면, 도루 시도와 도루 개수 모두 감소했다. 2019년 375경기를 치렀을 때 도루 시도는 743회, 도루 성공은 518번이었다. 도루 성공률은 0.695이다. 반면 올 시즌은 10경기 더 치른 385경기를 기준으로 해도 도루 시도가 685회, 도루 성공이 477번에 그쳤다. 도루 성공률은 0.696로 큰 차이가 없다. 현재 페이스라면 올 시즌 최종 도루 수는 892개를 기록할 전망이다. 최근 3년간 가장 적은 수치다.

지난해보다 팀 도루가 증가한 팀은 삼성 라이온즈, 롯데 자이언츠, 키움 히어로즈, KT 위즈 4개 팀이다.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이 뛰는 삼성은 도루 수가 지난해 58개에서 77개로 증가했다. 반면, 올 시즌 팀 도루 꼴찌 KIA 타이거즈는 지난해 50개에서 22개로 많이 감소했다.

도루왕 타이틀 싸움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흐름이라면 2018년 박해민(30ㆍ삼성)의 36도루보다 적은 역대 최저 개수 도루왕이 탄생할 가능성이 있다. 10일 오전까지 도루 부문 1위는 19번 베이스를 훔친 서건창(31ㆍ키움 히어로즈)이다. KT 위즈 심우준(18개)과 박해민(14개)이 뒤를 쫓고 있다. 지금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서건창의 시즌 종료 예상 도루 수는 29개다. 심우준은 28개, 박해민은 30개다. 부상, 페이스 저하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해 볼 때, 역대 최초로 30개 아래의 도루왕이 탄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정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