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황지영] “이렇게 될 줄 알았어요. 알면서도 어쩔 수가 없네요.”(내레이션 중에서)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한다. 지금 당장 최선의 선택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진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그 선택들이 쌓여 결국 내가 된다. 설사 그게 악인일지라도 어쩔 수 없다.

28일 개봉하는 ‘아수라’는 지옥 같은 세상에서 오직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나쁜 놈들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액션영화다. 정우성, 황정민, 주지훈, 곽도원, 정만식이 출연하고 ‘비트’ ‘태양은 없다’의 김성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악인들의 생태계를 그리고 싶었다”는 김성수 감독은 각종 사회악을 총집합시켰다. 그리고 살아남으려면 남을 죽여야만 하는 지옥의 피라미드를 설계했다. 이 곳에 발을 딛는 순간 악인이 될 수밖에 없는 그야 말로 아수라판인 셈이다.

정우성은 극중 아픈 아내를 둔 강력계 형사 한도경 역할을 맡았다. 병원비를 벌기 위해 아내의 이복오빠 박성배(황정민)를 만나게 되면서 인생이 바뀐다. 안남시장 박성배는 각종 비리와 범죄로 얼룩진 정치인의 전형이다. 과정이 어떻든 목적만 이루면 되는 피도 눈물도 없는 아주 악한 인물이다. 한도경은 그런 박성배의 하수인을 자처하며 절친한 동생 문선모(주지훈)까지 악인들의 소굴로 끌어들인다. 문선모는 박성배 옆에서 물욕, 출세욕, 지배욕 등 각종 탐욕을 부리며 한도경을 무시하기에 이른다.

이들을 쫓는 검사 김차인(곽도원)도 그리 착한 놈은 아니다. 이권을 얻기 위해 줄타기는 물론 법을 어기면서까지 범죄자를 잡는다. 약자 앞에 강하고 강자 앞에 약한 비열한 인물의 전형이다. 검찰수사관 도창학(정만식)의 손을 빌려 폭력과 협박 등 불법을 일삼는다. 도창학은 소심한 반항을 할 뿐 계급사회의 룰을 따라 악행을 실천한다.

영화는 당연히 잔인하고 폭력적이다. 피와 욕설들이 난무한 것이 오락영화로서의 흥미성을 자극시킨다. 배우들의 열연 또한 몰입도를 높인다. 악행에 설득력을 더해 시나리오에 표현된 것 이상의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정우성은 몸싸움은 물론 차 추격신까지 직접 소화해 놀라움을 안긴다. 황정민과 곽도원은 불꽃튀는 연기대결로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그런데 가장 무섭고 소름끼치는 것은 영화 속 상황들이 드문드문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이다. 관객의 입장에서야 악인이지만 극중 인물들이 스스로를 나쁘다고 생각할지는 의문이다. 그저 현실 속 우리들처럼 ‘좋은 게 좋은 거다’며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진=영화 '아수라' 포스터

황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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