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이현아] 

배우 임성민은 ‘인연’으로 설명했다. 국제결혼과 뮤지컬 ‘그린카드’로 본고장 브로드웨이에 입성하게 된 것을 인연으로 묶었다.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미국 뉴욕. 남편이 결혼 전 살았던 곳은 뉴욕의 한복판 맨하튼이었고, 단 한번도 유학, 어학연수를 가보지 않았는데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다. 임성민은 뉴욕에 처음 갔을 때 “마치 고향에 다시 온 것만 같아 펑펑 울었다”고 입을 열었다.

-국제결혼과 해외무대까지 글로벌하게 사는 듯 하다.

“태어나 지금까지 외국 연수도 가본 적이 없다. 뉴욕은 2002년 갑자기 모든 일을 그만둔 뒤 절망감이 커 한달 여행을 간 게 시작이었다. 뉴욕에 도착한 뒤 고향에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들어 많이 울기도 했다. 한 달을 머무르며 뮤지컬, 오페라, 발레 등 공연을 닥치는 대로 봤다. 그 이후로 여유가 생기면 짧게라도 뉴욕을 가는 편이다.”

-미국인 남편도 뉴욕 출신인가.

“2002년 뉴욕에 처음 갔을 당시 맨하튼에만 머물렀는데 남편은 맨하튼에 살고 있었다고 들었다. 뭔가 인연이 아니었을까(웃음).”

-뮤지컬로 인연을 맺었다.

“외국에 오래 머물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두 달 조금 넘게 있었는데 살아본 것 같다. 6월 13일 현지 연습이 시작되면서 7월 3일에 합류했다. 8월 12일 개막해 28일 공연이 끝났는데 개막 전 프리뷰부터 무대에 올랐다.”

-김수로 프로젝트의 미국 진출작으로도 화제였다.

“정확히는 오프 브로드웨이(off-Broadway)에서 공연됐다. 상업 뮤지컬처럼 규모는 크지 않지만 예술성과 흥행성을 갖춘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니 주위 미국인들이 특히 대단한 반응을 보였다.”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페북(페이스북)에 배우 모집 공고를 보고 문의하게 됐다. 사실 페북이 아니었으면 몰랐다. 김수로 프로젝트로 공연이 된다고 했을 때 ‘아~ 나도 하면 좋겠다’였다. 그런데 밤마다 생각이 났다. 뭔가 계속 끌리는 게 있었다. 어떻게든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됐다.”

-왜 뽑힌 것 같나.

“연기 경력을 모은 포트폴리오와 노래 녹음도 보냈다. 한국에서 알려진 사람인게 좀 참작이 된 것 같기도 하다(웃음).”

-‘그린카드’는 어떤 내용인가.

“미국에서 배우가 되고 싶은 한국인 유학생이 여자친구가 있음에도 은행강도 출신의 시민권을 가진 여자와 가짜 결혼을 한 뒤 그린카드 즉 영주권을 받아 겪게 되는 우여곡절을 코믹하게 그렸다.”

-극중 어떤 역할을 맡았나.

“델리를 경영하는 한국 출신의 이민자 캐시였다. 할렘이 배경인데 델리를 찾는 남자주인공이 한국인이라고 공짜로 음식을 제공하는 정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이민자로 살아남은 여자라 엄격하고 깐깐한 역할이었다. 특히 남자주인공이 두 여자 사이에서 고민할 때 조언을 하는 모습도 있다.”

-영어로 진행된 공연이었다. 언어 문제는 없었나.

“왜 안했겠나. 정말 걱정을 많이 했다. 영어권에서 태어나지도 않았고, 유학도 하지 않았다. 단지 미국 사람하고 결혼만 했다(웃음). 그나마 조연이다 보니 대사가 많지 않았고, 아나운서로 언어 훈련을 받은게 배우의 딕션과 다르지 않았다.”

-영어 대사로 인해 어려웠던 점은.

“사실 공연이 익숙해지면 조금 긴장을 놓을 수 있는데 언어가 다르다 보니 끝까지 놓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긴장된 상태가 좋았다. 의외로 영어 발음에 액센트가 없는 걸 알았다. 내가 연기할 때 액센트가 없어 놀라웠다.”

-영어 가사의 노래 부담은.

“노력이 몇 배로 더 든 게 사실이었다. ‘미녀와 야수’의 주제가를 부른 진 레만이 프로덕션의 보컬 코치였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합창단 활동을 하면서 언제나 엘토 파트였는데 이번에 소프라노라고 지적을 받았다. 레만 선생을 통해 풀리지 않았던 점을 찾은 셈이다.”

-외국인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대본이 7월 말까지 계속 바뀌면서 캐릭터 성격도 바뀌었다. 중간에 합류하면서 대본이 다 나온 상태였다면 적응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개인주의적인 미국 문화가 득이 됐다. 다들 자기 일에만 몰두해 있어 나에게 관심을 두지 않아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더욱이 공연 경험이 많지 않은 배우들이 많아 부담이 덜했다.”

-미국 공연은 두 번째다.

“첫 공연은 한인극단의 창작뮤지컬을 한국어로 연기했다. 사실 대학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해 꾸준히 영어 연극을 했는데 26년 만에 영어로 무대에 서니 감회가 새롭다.”

-이민법 영주권 등 소재가 무겁다.

“사회성이 있는 작품인데 어렵게 접근하기 보다 관객이 편히 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대사와 가사는 진지한데 음악이 좋다. 춤은 발랄하고 즐겁다. 공연 때 관객이 아시안과 서양인 반반 비율이었는데 이민문제에 대해 공감대도 얻었고, 창작극 자체에 대한 축하도 많이 받았다.”

-본명 임성민 대신 줄리아 임으로 이름을 올렸다.

“미국 (진출에 대해) 계획을 많이 세웠다(웃음). 성민의 발음이 어려워 천주교 세례명을 영어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다. 일생 화두 중에 예쁜 여자의 이름을 갖고 싶었는데 영어 이름이 그렇다.”

-남편을 비롯한 가족의 도움은 받았나.

“남편과는 평소에 상의를 많이 한다. 대본을 같이 읽고 노래도 처음 들려줬다. 시어머니도 심각한 가사를 소화할 수 있겠냐며 발음을 녹음해주기도 했다.”

-공연 동안 남편의 꽃 선물이 로맨틱했다.

“꽃다발을 매일 줬다. 뉴욕에서 머문 숙소가 원룸이었는데 남편뿐 아니라 지인들로부터 받은 꽃이 많아 싱크대에 보관했을 정도였다. 다른 배우들이 질투하기도 했다.”

-향후 계획은.

“소속사나 매니저 없이 일을 하고 있다. ‘그린카드’로 미국에서의 활동의 기회를 열었지만 국내에서 더 많은 일을 하고 싶다. 영화 드라마 뮤지컬 다양한 곳에서 연기를 해보고 싶다. 또 젊은 날 혹독하게 배운 진행 실력을 다시 펼쳐보고 싶다.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임성민·‘그린카드’ 제공

이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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