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노조원들이 20일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기아차 노조원들이 정기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정도영 기자]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이 기아자동차 노조가 회사와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사실상 최종 승소하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기업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20일 '대법원 기아차 통상임금 판결' 코멘트를 내고 "노사가 합의한 임금체계를 성실하게 준수한 기업에 일방적으로 막대한 규모의 추가적인 시간외수당을 부담하게 하는 것으로, 경영계는 심히 유감스럽게 여긴다"고 밝혔다.

이날 대법원 1부는 기아차 노조 소속 3000여 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정기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원심의 판결을 유지하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통상임금은 법정 수당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기업으로서는 추가로 수당을 지불해야 한다.

경총은 "대법원 판결은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 신의칙에 따른 예외 적용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이는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제시하는 신의칙의 판단 근거인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의 기준이 불분명한 데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경총은 또 "법원은 통상임금의 신의칙 적용기준을 주로 단기 재무제표를 근거로 판단하는데, 이는 치열한 경쟁 속에 전략적으로 경영활동을 하는 기업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측면이 크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이어 이번 판결로 국내 자동차 업계가 인건비 부담 등으로 경영 악화가 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경총은 "우리나라 자동차 기업들은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12% 이상으로, 연구개발(R&D)이나 마케팅 경쟁력이 악화하고 있는데 이번 판결로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고 결과적으로 중대한 경영상 위기를 가져올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도 이날 대법원 판결 관련 코멘트를 내고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우려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예측치 못한 인건비 부담이 급증해 기업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며 "신의칙을 적용할 수 있는 기업 경영 어려움에 관해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산업계 혼란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경연은 "통상임금 소송에 따른 기업경영 위축으로 노사 모두가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하려면 통상임금 논란의 본질이 입법 미비에 있는 만큼 신의칙 적용 관련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 소모적인 논쟁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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