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난데스(왼쪽)-최주환.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올 시즌 두산 베어스는 부상 병동이다. 시즌 내내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베스트 전력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마운드에선 토종 에이스 이용찬(31)이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고, 외인 크리스 플렉센(26)도 9월 중순에야 돌아올 전망이다. 타선에선 주축 선수들이 돌아가며 부상으로 이탈했다. 

부상 악령에 시달리고 있는 두산에도 ‘금강불괴’는 있다. 동갑내기 절친 호세 미겔 페르난데스와 최주환(이상 32)이다. 

페르난데스는 올해 전 경기 출전에 도전하고 있는 ‘철인’이다. 두산은 26일 오전까지 91경기를 치렀는데 페르난데스는 두산 야수진 중 유일하게 전 경기에 출장했다. 소속팀이 치른 모든 경기에 출전한 선수는 8명(페르난데스, 이정후, 김현수, 멜 로하스 주니어, 배정대, 심우준, 마차도, 이대호)뿐이다. 페르난데스는 KBO리그 데뷔 첫해인 지난 시즌에도 전 경기에 출장했다. 주 포지션이 지명 타자라 다른 선수들에 비해 체력 소모가 적은 점이 유리하지만, 잔부상 하나 없이 개근하는 점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꾸준히 경기에 나가다 보니 성적도 자연스럽게 따라오고 있다. 페르난데스는 올 시즌 타율 0.365 135안타 16홈런 76타점 72득점 OPS 0.978로 지난해 성적을 뛰어넘을 기세다.  타율과 최다안타 부문에서 각각 2위 KT 위즈 로하스(타율 0.353),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129안타)를 넉넉하게 따돌리고 1위를 지키고 있다. 지금 페이스를 유지하면 최종 214안타를 기록하게 된다. 페르난데스가 200안타를 넘긴다면 2014년 키움 서건창(201안타)에 이어서 역대 두 번째 200안타 타자가 된다. 역대 단일시즌 최다안타 신기록도 노려볼 수 있다.

영양가도 만점이다. 페르난데스는 김재환(73타점)을 제치고 팀내 타점 1위를 달리고 있다. 올 시즌 주자 없을 때 타율이 0.326인데 주자 있을 때는 0.404, 득점권에선 0.347로 해결능력도 과시하고 있다. 홈런도 이미 지난해 15개를 뛰어넘었다.

최주환도 꾸준함의 대명사다. 올 시즌 단 2경기만 빠졌다. 89경기에 출전해 두산 야수 중 페르난데스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경기에 나섰다. 오재원(35), 오재일(34), 허경민(30), 김재호(35) 등 내야진의 주축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이탈했음에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17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자신의 타구에 맞아 발톱을 다쳤으나 주사를 맞고 19일 라인업에 복귀하는 투혼을 발휘하기도 했다.

지난 시즌 옆구리 부상으로 87경기 출전에 그친 그의 올해 가장 큰 목표는 풀타임 시즌 소화다. 최주환은 “지난해 크게 다쳤기 때문에 작년보다 잘하자고 생각하고 개막을 맞았다. 가장 중요한건  시즌을 건강하게 완주하는 것이다. 마라톤처럼 40.195km를 완주하고 싶다. 잘 달려가고 있으니까 지금 페이스를 유지해서 풀타임을 소화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최주환은 2020년을 마치면 생애 첫 FA 자격을 얻는다. ‘FA 로이드’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올 시즌 타율 0.302 11홈런 57타점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10개 구단 2루수 중 가장 많은 홈런과 타점을 수확하고 있다. 2루수 보강이 필요한 팀에선 최주환이 매력적인 카드일 수밖에 없다. 올 시즌 멀티 포지션까지 소화하며 가치를 더욱 끌어올렸다. 올 시즌 2루수 부문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에서 김상수(삼성·2.61)에 이어 2위(2.51)을 달리고 있다. 최주환은 "사실 FA 자격을 얻는 것이 동기부여가 안 된다는 건 거짓말일 것이다. 최근에 자격 조건을 충족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난 시즌 부상 때문에 충족일수를 채우는 데 약간 부담이 있었지만, 이젠 달성했으니 건강한 시즌을 치르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잠실=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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