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셀트리온 ‘항체’ VS GC녹십자 ‘혈장’ 치료제 진검 승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 확산 공포가 증가하는 가운데, 국내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치료제 개발을 위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지만 셀트리온과 GC녹십자가 각각 임상 1상과 임상 2상에 돌입하는 등 국내 코로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코로나 치료제 및 백신의 임상 비용 지원에 나서는 등 'K바이오'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 셀트리온 ‘항체’ VS GC녹십자 ‘혈장’ 치료제 진검 승부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CT-P59의 경증환자 대상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지난 25일 승인을 받고 환자 모집에 본격 돌입했다.

국내 임상 1상은 코로나19 경증환자 대상으로 CT-P59의 환자 대상 안전성과 내약성 및 바이러스 중화 능력을 평가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 7월 말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으로부터 임상 1상을 승인받고 경증환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동일한 임상 디자인을 토대로 진행하는 이번 임상 1상도 조기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7월 17일 식약처로부터 CT-P59의 임상시험계획을 승인 받고 3분기내 임상결과 확보를 목표로 충남대 병원에서 건강한 피험자를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이후 경증환자 대상의 글로벌 임상 2,3상과 예방 및 중등증 임상 3상을 진행해 올 연말까지 중간 결과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식약처 및 유럽 내 타 국가들과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CT-P59의 사용 승인을 획득하는 즉시 국내 필요 수량만큼 대량 공급이 가능하도록 오는 9월부터 10배치 이상 본격적인 상업생산에 돌입한다.

이상준 셀트리온 수석부사장(임상개발본부장)은 “경증환자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임상 1상이 속도를 내 조기에 투약을 완료하는 동시에 대규모 글로벌 경증 임상 2상 및 3상, 중등증과 예방임상은 임상 2상과 3상을 통합해 각 한 개의 3상 임상으로 진행할 목표로 전 연구진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코로나19 혈장치료를 긴급사용승인했다고 발표하면서 국내 코로나19 혈장치료제도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제약바이오업계는 FDA가 긴급사용승인한 혈장치료는 국내에서 임상시험 중인 혈장치료제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혈장치료는 완치자 혈액을 뽑아내 코로나19 환자에게 투여하는 것이고, 혈장치료제는 혈장을 다시 분리한 의약품이다.

앞서 GC녹십자는 식약처로부터 코로나19 혈장치료제 ‘GC5131A’의 임상 2상을 지난 20일 승인 받았다. 약물재창출 연구 이외에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 중 임상 2상을 승인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혈장치료제는 신종 감염병 발발 시 가장 빠르게 투약 가능한 의약품으로 분류된다. GC녹십자의 혈장치료제 ‘GC5131A’는 현재 국내 코로나19 치료제 중 개발이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GC5131A’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에서 다양한 항체가 들어있는 면역 단백질을 분획해 만든 고면역글로불린(Hyperimmune globulin)이다. 이와 같은 고면역글로불린은 오랜 기간 인체에 사용돼 온 제제이기 때문에 개발 과정이 간소화될 수 있다.

다만 혈장치료제는 완치자의 혈액(혈장) 확보가 필수이기 때문에 대량상산이 어렵다는 단점이 지적된다.

현재 GC녹십자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진 GC녹십자 의학본부장은 “국민들의 자발적인 동참이 혈장치료제 개발의 원동력”이라며 “향후 의료현장에서 쓰일 치료제 생산을 위해 더욱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치료제·백신 임상시험 지원 대상 7개 기업. /과기정통부 제공

◆ 렘데시비르 등 치료제 한계…정부 임상 지원 ‘탄력’ 기대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로 주목받았던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 클로로퀸’에 이어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된 ‘렘데시비르’까지 치료 효과에 한계를 드러내면서 혈장치료제와 항체치료제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FDA는 지난 6월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에 대해 치료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우려된다며 긴급 사용승인을 취소한 바 있다. 렘데시비르도 임상시험에서 치명률을 낮추지 못하는 결점을 드러내면서 치료제로서의 한계를 보였다.

이러 가운데 우리 정부가 최근 국내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 제약사에 임상시험 비용 지원을 결정해 치료제 개발에 더욱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21일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범정부지원위원회' 회의를 열고, 최종 개발 가능성과 기업의 과거 실적 등을 고려해 제약사 7곳의 8개 과제를 임상시험 지원 대상으로 선정했다.

치료제 부문에서는 ▲셀트리온 ▲녹십자 ▲대웅제약(2개 과제) ▲신풍제약이, 백신 부문에서는 ▲제넥신 ▲SK바이오사이언스 ▲진원생명과학이 선정됐다.

이중 크리스탈지노믹스와 대웅제약은 만성 췌장염 치료 등에 쓰이는 ‘카모스타트’ 성분에 대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신풍제약은 항말라리아제 ‘피라맥스(성분명 알테수네이트)’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안전한 일상을 되찾기 위해 치료제와 백신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임상시험 비용 지원 등을 위해 추경예산을 신속하게 집행하고 이를 통해 국산 치료제와 백신도 조속히 확보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결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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