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신약 후보 물질·플랫폼 기술 개발 등 연구개발 결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대규모 ‘기술수출’ 소식을 전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잇따라 기술수출 '잭팟'을 터뜨리고 있다. 꾸준한 연구개발(R&D) 노력이 알찬 결실을 맺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제약바이오사의 기술수출 규모는 지난 2017년 1조4000억원에 불과했지만 2018년 4조7000억원, 지난해 8조원대로 급증했다. 올해는 지난 8월 기준 8조원대 수준이다.

◆ 연이은 기술수출 호재…반전 드라마까지

우선 유한양행은 최근 미국 프로세사 파머수티컬과 위장관 질환 치료 신약 후보물질(YH12852)의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계약 규모는 최대 4억1050만달러(약 5000억원)다.

유한양행은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 200만달러(약 24억원)를 프로세사 주식으로 받는다. 개발·허가에 따른 기술료(마일스톤)를 포함해 제품 상용화 후에는 순매출의 일정 비율로 로열티를 받는다.

프로세사는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YH12852의 개발·제조 및 상업화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확보한다.

YH12852는 국내에서 전임상과 임상 1상을 진행했고, 심혈관 부작용 없이 장운동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프로세사는 내년 초 미국 FDA와 임상 개발 관련 미팅을 시작으로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유한양행은 최근 2년간 5건의 신약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했다. 5건의 기술수출 계약 총액은 35억3865만달러(약 4조2000억원)다. 이미 확보한 계약금만 총 1억765만달러(약 13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유한양행은 지난 2018년 11월 얀센과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레이저티닙’을 1조5000억원에 기술 이전하는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에는 베링거인겔하임과 NASH(비알콜성지방간염)치료제 파이프라인 YH25724 기술이전 계약을 했고, NASH치료제 후보물질 2종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길리어드 사이언스와 체결한 바 있다.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사례는 반전드라마와 같았다. 한때 실패한 신약 후보물질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것이 다른 질환의 치료제로 탁월한 효능을 입증하며 빛을 본 것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얀센으로부터 반환받았던 NASH 치료 후보물질 ‘LAPS GLP/Glucagon 수용체 듀얼 아고니스트’에 대한 개발·상용화 권리를 다국적제약사 머크에 8억7000만달러(약 1조39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

반환의무가 없는 계약금은 1000만 달러(약 119억원)이며 임상개발 마일스톤 8억6000만 달러를 받게 된다. 제품 출시 이후에는 두자리 수 퍼센트의 판매 로열티도 받는다.

이 신약물질은 지난 2015년 얀센에 기술수출했다가 지난해 7월 반환된 바 있다. 얀센은 이 약물을 당뇨를 동반한 비만환자 치료제로 개발할 목적이었지만, MSD는 비알코올성지방간염 치료제로 개발하는 발상의 전환을 택했다.

한미약품의 NASH 치료제는 한미약품의 약효 지속기반 기술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신약이다. 이번 계약으로 MSD는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LAPSGLP/Glucagon 수용체 듀얼 아고니스트’의 개발, 제조 및 상업화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확보하게 된다.

◆ 플랫폼 기술 도전, 새로운 성공 모델 주목

국내 바이오 업계에서 대표적인 플랫폼 기술 기업으로 꼽히는 알테오젠은 올해 이뤄진 기술 수출 중 가장 큰 규모의 수출을 성사시켰다.

알테오젠은 지난해 12월 1조6000억원의 기술 수출 이전 계약을 맺은데 이어 올해 상반기 4조7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기술 수출 잭팟을 터뜨렸다.

후보물질 개발에 집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플랫폼 기술을 개발한 것이 성공모델로 주목된다.

알테오젠은 10대 글로벌 제약사 중 한 곳과 정맥주사제를 피하주사제로 변환하는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원천기술(ALT-B4)’에 대한 비독점적 사용권 계약을 맺었다.

이번 계약은 비독점적 기술이전 계약이기 때문에 후보물질에 ALT-B4를 적용하고 싶어 하는 다른 기업들과 언제든 계약을 맺을 수 있다.

ALT-B4는 기존 정맥주사용 항체나 단백질 의약품을 피하주사용으로 바꿔주는 플랫폼 기술이다. 환자가 침대에 누워 4~5시간가량 맞아야 하는 정맥주사를 배나 허벅지 등에 찔러 5분 내 투입할 수 있어 편리하다는 평가다. 코로나 시대 비대면 치료용으로도 주목되고 있다.

◆ 꾸준한 R&D 노력 알찬 ‘열매’로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들의 이 같은 결실은 끊임없는 연구개발 노력의 결과다. 올해도 코로나19와 같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연구개발 집중은 이어지고 있다.

유한양행의 올 상반기 연구개발비는 매출대비 11.0%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6.1% 급등했다. 한미약품은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비로 매출 대비 19.2%를 투자했다. 이는 5대 제약업체 중 최고다. 또 알테오젠은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비중이 40.34%나 됐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한 기술수출 기대감은 연말에서 내년 초 무르익을 전망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다국적 제약사의 경쟁 구도에서 핵심이 될 플랫폼 기술과 신약후보물질을 보유한 업체들 위주로 관심을 권한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개발을 위한 R&D는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꾸준한 관심을 갖고 중단없이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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