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KOVO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남자 프로배구 한국전력이 ‘언더독의 반란’을 꿈꾼다.

한국전력은 29일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2020 제천ㆍ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결승전에서 대한항공을 세트 스코어 3-2(25-18 19-25 25-20 23-25 20-18)로 꺾었다.

지난해 컵대회에서 3전 전패로 예선 탈락하고 2019-2020시즌 V리그 정규리그에서 최하위에 그친 한국전력은 이번 대회에서 이변을 일으키며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16, 2017년 두 차례 컵대회에서 우승한 뒤 3년 만에 다시 정상에 섰다.

만년 하위권 팀인 한국전력은 겨우내 체질 개선에 나섰다. 주전 라인업에서 리베로 오재성(28)과 센터 조근호(30)를 제외하면 모두 새 얼굴일 정도로 변화의 폭이 컸다. 새로 합류한 선수들은 이번 대회서 맹활약을 펼치며 한국전력을 일으켰다.

구단 역대 최고 대우인 총액 21억 원에 한국전력으로 옮긴 베테랑 라이트 박철우(35)는 이적과 동시에 주장을 맡았다. 특유의 노련미로 후배들을 이끌었다. 고비 때마다 해결사 노릇을 하며 한국전력의 선택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드래프트에서 선발한 외국인 선수 카일 러셀(27)도 복덩이로 자리매김했다. 장병철(44) 감독은 라이트 포지션에 뛴 러셀에게 서브 리시브 부담이 있는 레프트를 맡겼다. 이번 대회 전까지는 새 포지션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 대회에서 대회 MVP로 맹활약하며 ‘백조’로 탈바꿈했다.

2년차 세터 김명관(23)은 일취월장한 기량을 선보이며 주전 세터로 믿음을 심어줬다. 이호건(24ㆍ우리카드)이 이적하고 이민욱(25ㆍ상무)이 입대해 얼떨결에 주전 세터를 맡았지만, 지난 시즌보다 성장한 모습을 보이며 이번 대회 라이징스타상을 받았다.

6년 만에 코트에 돌아온 센터 안요한(30)도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는 2012년 10월 한전에 입단했지만 이렇다 할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 채 지난 2014년 9월 은퇴했다. 2019~2020시즌부터 한국전력에서 외국인 선수 가빈 슈미트의 통역 겸 코치 생활을 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현역으로 복귀했다. 선수 복귀를 위해 7주 만에 17kg을 감량했다. 이번 대회 내내 한국전력 주전 센터로 뛴 안요한은 5경기에서 블로킹 13개를 잡았다.

한국전력의 고질적인 약점은 중앙이다. 지난 시즌까지 블로킹 부문이 가장 취약했다. 지난 2019~2020 V리그 블로킹 부문 6위(세트당 2.0개)에 그쳤고, 2019 컵대회 8위(1.18개) 2018 컵대회 8위(1.12개) 2018~2019 V리그 7위(1.70개) 등 매 대회 이 부문 최하위에 머물렀다. 한국전력이 보유한 센터는 조근호, 박태환(25), 박지윤(24), 안요한 등 4명이다. 다른 팀 센터진과 비교하면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장병철 감독은 사이드 블로킹 높이를 강화하면서 고질적인 중앙의 약점을 상쇄했다. 라이트 박철우(199㎝)를 영입하고, 장신 세터 김명관(195㎝)을 주전으로 고정하면서 한국전력 사이드 블로커 높이는 크게 향상했다. 이번 대회에서 총 65개, 세트당 3.10개의 블로킹 득점을 올리며 높이에 대한 자신감을 찾았다.

컵대회 우승이 정규리그 성적을 보장하진 않는다. 단기전인 컵대회와 장기레이스인 정규리그는 엄연히 다르다. 이번 컵대회 우승으로 패배의식 탈피라는 큰 수확을 얻었지만 약점을 보완하고 꾸준함을 갖춰야 정규리그서 ‘미풍’이 아닌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 장 감독도 "아직 멀었다. (10월에 개막하는) V리그 정규리그를 위해서는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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