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25일부터 28일까지 나흘간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300명을 넘어섰고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강화하며 확산 방지에 나섰다.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하고자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을 제한한 것으로 사실 상 3단계에 준하는 조치다. 이처럼 코로나19 재확산 여파가 좀처럼 그치지 않아 경제가 위기상황을 맞은 가운데 영화계 역시 몸살을 앓고 있다.

■ 또 개봉 연기..코로나19에 두 손 든 영화계

영화 '승리호' 스틸./메리크리스마스 제공.

코로나 사태 이후 극장가는 지난 4월 역대 최저 일일 관객수를 기록하며 위기를 겪었다. 5월부터 코로나 사태가 완화되고 생활 속 거리두기가 시행되며 다시 활기를 찾은 듯 했지만 불과 3개월만에 영화계는 다시 얼어붙었다.

9월 개봉을 앞둔 영화들은 줄줄이 예산을 소진하면서까지 개봉을 미뤘다. 추석 시즌 가장 큰 기대작으로 꼽힌 송중기, 김태리 주연의 우주 SF 대작 ‘승리호’는 지난 27일 “9월 23일로 예정되어 있던 ‘승리호’의 개봉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사태로 인해 개봉을 잠정적으로 연기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추후 개봉 일정은 상황을 지켜보며 결정되는 대로 안내 드리겠다”며 “‘승리호’의 개봉을 기다려주신 모든 분들에게 너른 양해를 부탁 드리며 하루빨리 사태가 호전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개봉이 약 한 달 가량 남은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아 내린 특단의 조치다.

영화 '돌멩이' 포스터./리틀빅픽처스 제공.

김대명 송윤아 주연 영화 ‘돌멩이’ 역시 “9월 9일에서 9월 30일로 개봉일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9월 1일 예정됐던 언론 시사회 역시 취소됐다. 성동일, 김희원 주연의 ‘담보’와 신민아의 ‘디바’는 개봉일 연기를 논의 중이다.

외화들도 개봉을 속속 연기했다. 먼저 월트디즈니는 ‘뮬란’과 ‘뉴 뮤던트’의 개봉 연기를 알렸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측은 “‘뮬란’의 개봉일이 9월 10일에서 9월 17일로 변경됐다”라고 알렸다.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영화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미국에서 개봉을 포기하고 디즈니 자체 OTT인 디즈니+ 공개를 확정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3월 개봉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개봉을 연기한 바 있다.

또 디즈니는 “9월 3일 개봉을 예정했던 '뉴 뮤턴트‘ 개봉 또한 9월 10일로 변경한다”라고 공지했다.

애니메이션 ‘기기괴괴 성형수’ 역시 개봉 연기를 알리며 “9월 2일 개봉 예정이었던 ‘기기괴괴 성형수’가 코로나19 대응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에 따라 피해 및 추가 확산 방지를 위해 개봉을 연기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확한 개봉 일정은 추후 확정이 되는대로 알려드리겠다”라고 덧붙였다.

영화 '오!문희' 포스터./CGV아트하우스 제공.

다만 CGV 아트하우스 영화 ‘오! 문희’는 예정대로 9월 2일 개봉한다. 1일 예정된 언론시사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당초 감독과 주연 나문희, 이희준이 참석 예정이었던 기자 간담회를 취소하고, 각 상영관 당 49인으로 인원을 제한한 상영회로 열릴 예정이다.

■ “대책 없는 대책 논의”..극장 영업종료 상황은 없어야

26일 오후 서울시내 한 영화관을 찾은 관람객이 거리두기를 위해 떨어져 앉아 있다./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으로 영화계는 대책 마련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개봉을 앞둔 신작들은 마케팅 비용을 더 소진하면서까지 개봉 연기를 할 지 예정대로 개봉할 지를 두고 끝없는 논의 중이다. 한 영화 제작사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한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 큰 일”이라면서 “대책 없는 대책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당장 마케팅 비용을 모두 소진한 영화의 경우 개봉을 미루더라도 최대 7일~14일 내에 개봉할 예정이다. 영화 관계자는 “예산을 더 쓸 수 없는 영화의 경우 개봉을 연기하더라도 약 7일 후 개봉한다”라며 “홍보 일정을 시작하기 전이라면 개봉 연기가 가능할지 몰라도 이미 마케팅을 마무리한 상황이면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극장가 역시 또 다시 최악의 상황을 마주했다. 개봉 전부터 뜨거운 화제를 모은 크리스토퍼 놀란 신작 ‘테넷’은 예정대로 지난 26일 개봉했으나 예상보다 적은 관객 수를 기록하고 있다. 개봉 첫 날 13만 관객을 동원한 이 영화는 주말인 지난 29일 일일 관객 수 14만 명 가량을 동원하며 좀처럼 고전하고 있다. 이날 극장을 찾은 총 관객수는 19만 128명에 불과했다. 코로나 사태로 극장가에 발길이 끊긴 탓이다.

현재 3단계 격상까지 언급되는 중임에도 멀티플렉스 극장은 영업 중단 사태까지 가지는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영업 중단 시 극장의 큰 손실은 줄어들 수 있겠지만 영화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중단까지 가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라고 했다.

양지원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