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지난해 20억원대 횡령이어 올해 '76억 부당대출'
도덕적 해이 막을 자체 검증시스템 부재 논란
IBK기업은행 직원이 가족 명의로 76억원에 달하는 부동산 담보대출을 실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IBK기업은행 직원의 도덕적 해이에 따른 비리가 연례행사처럼 반복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이 은행 직원의 고객예금 횡령사건이 발생한데 이어, 최근 가족 명의로 76억원에 달하는 부동산 담보대출을 실행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기업은행은 해당 직원을 면직 조처헀으나, 책임자인 지점장은 인사이동만 있었을 뿐 구체적인 징계에 대한 답은 피했다.

윤종원 행장이 최근 “윤리헌장을 기본가치로 삼아 청렴도 1등급 은행으로 도약하고 나아가 금융사고·부패 제로(zero)를 실현하자”고 당부했지만, 헛구호에 그치고 만 것이다.

1일 윤두현 미래통합당 의원이 기업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취급의 적정성 조사 관련' 문건에 따르면 경기도 화성 한 지점의 기업은행 추 모 차장은 지난 2016년 3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가족 명의를 앞세워 총 29건, 75억7000만원의 대출을 실행했다.

해당 직원 가족이 대표이사인 있는 법인기업 5곳에 모두 26건, 73억3000만원을 담보대출를 실행했고, 개인사업자인 가족을 통해 3건, 2억4000만원의 대출을 내줬다.

담보물 현황을 보면 아파트는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아파트 14건을 포함해 모두 18건, 오피스텔은 경기도 화성시 8건 포함 9건, 연립주택은 경기도 부천시에 있는 2건이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추 모 차장이 담보대출을 통해 매입한 부동산의 평가차익은 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추 모 차장이 부동산을 얼마나 처분해 얼마의 차익을 챙겼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 방지를 위해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한 한 시기에 국책은행의 한 직원은 '셀프대출'을 통해 정부 기조에 반하는 부동산 투기로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는 점에서 기업은행은 '정부 기조에 반하는'허술한 대출 관리·감독'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기업은행 '대출취급의 적적성 조사 관련' 문건 /윤두현 미래통합당 의원실 제공

특히 기업은행은 지난 7월 창립 59주년 기념식에서 ‘바른경영’을 주요 모토로 삼은 바 있다.

주요 과제로 고객 신뢰회복을 위한 임직원의 준법·윤리의식 제고를 위해 ▲IBK 바른경영지수 신설 ▲IBK윤리헌장 제정 등을 제시했다.

특히 이날 기념식에서는 윤리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IBK윤리헌장 선포식'도 가졌다. 'IBK윤리헌장'은 기업은행은 물론 모든 자회사에도 적용되는 윤리경영체계다.

기업은행 한 관계자는 "추 모 차장은 본부 출신으로 개인여신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업무 능력뿐 아니라 선·후배 사이에서도 평판이 좋은 것으로 유명했다"면서 "사실 유능한 직원이 신규 대출을 실행하면 지점장으로서는 직원을 믿고 세세한 검토 없이 대출을 승인해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대출 취급의 적정성에 대한 조사를 벌였고 '여신 및 수신 업무 취급절차 미준수 등 업무 처리 소홀 사례'로 판단해 지난달 31일 추 모 차장을 면직 조처했다.

다만, 해당 지점장에 대해서는 "내부규정에 따라 상급자, 지점장에 대한 인사 조치가 진행됐다"고만 밝혔을 뿐 몇명의 지점장이 어떤 징계를 받았는지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선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해당 직원은 이해상충행위 금지위반에 따른 금융질서문란 등을 사유로 징계면직 처리됐다"며 "현재 본인 거래 제한은 있지만, 가족 관련 대출 거래 제한은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향후 직원교육, 제도개선 등을 통한 재발방지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해 5월에는 속초에 위치한 IBK기업은행 지점에서 수십억 원대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이 은행에 근무하던 직원이 고객 예금 24억원을 빼돌린 것. 특히 고객이 정기예금을 맡기고 재예치하는 과정에서, 고객 계좌에 다시 넣어야할 돈을 자신의 차명계좌로 입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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