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가 정부의 대한올림픽위원회의 분리 권고 방안에 반대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를 분리하면 심석희 사태와 고 최숙현 사태 등과 같은 체육계의 (성)폭력 및 비위 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있을까. 체육계 갈등의 불씨로 살아나고 있는 대한체육회와 KOC의 분리 방안이 등장하게 된 배경과 이유를 살펴봤다. 
 
◆KOC 분리 반대 의견 밝힌 대한체육회
 
대한체육회 대의원들은 KOC 분리를 반대하는 결의문을 지난달 31일 채택하며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대한체육회 대의원들은 의결문에서 '대한체육회와 올림픽위원회(NOC) 기능 분리 반대'를 거듭 강조하면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성)폭력과 비위 사건에 깊이 반성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깊은 자성과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스포츠 (성)폭력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으로 올림픽위원회(NOC) 기능을 대한체육회에서 분리하려는 움직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체육회 대의원들은 전문 체육과 생활 체육의 갈등 해소를 위해 2016년 통합 체육회가 출범해 이제 4년이 된 시점에서 NOC 기능 분리를 논하는 것은 또 다른 체육 단체 이원화라며 애초 체육 단체 통합 취지에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체육계 내부의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강제로 체육회와 올림픽위원회를 분리하겠다는 생각은 지극히 독선적이며 2024년 동계청소년올림픽 개최와 2032년 남북 하계올림픽 공동 유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한체육회 대의원은 62개 회원종목단체와 17개 시도체육회 대표 121명으로 구성됐다. 동·하계 올림픽 종목은 대의원 2명씩을 둘 수 있고 나머지 종목과 시도체육회에 배정된 대의원은 1명씩이다.
 

체육계가 KOC 분리반대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연합뉴스

◆ KOC 분리 뇌관 건드린 문체부
 
지난해 조재범 성범죄 사태 후 당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성폭력 근절 등 스포츠계 비리 척결 대책을 발표하면서 KOC 분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7개월여 후 문체부가 주도하는 스포츠혁신위원회는 지난해 8월 22일 7차 권고안에서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임무를 수행하는 KOC를 분리하라고 권고했다. 혁신위는 "대한체육회는 연간 4000억 원에 가까운 예산 대부분을 정부와 공공기금을 통해 지원받고 있으면서 인권침해와 각종 비리 및 부조리에 책임 있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또 2016년 국민생활체육회와 통합 뒤 올림픽과 엘리트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올림픽위원회는 IOC 헌장에 따라 독립성과 자율성에 근거해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대한체육회는 스포츠 복지 사회의 실현과 엘리트 스포츠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분리를 권고했다.
 
그로부터 1년 뒤 다시 KOC 분리안이 쟁점이 됐다. KOC 분리는 체육계의 극단적 분열을 초래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쉽사리 결론을 내릴 수 없다. 1920년 발족한 조선체육회(체육회의 전신)와 1948년 출범한 KOC는 잦은 마찰을 빚던 중 분리와 통합을 두고 소모적인 논쟁을 거친 끝에 2009년 전격 통합했다. 이후 대한체육회는 NOC 자격을 얻어 한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체육 기구로 엘리트 스포츠 전반을 이끌어왔다. 또 2016년 국민생활체육회와 합쳐 전문 체육과 생활 체육을 동시에 아우르는 통합 체육회로 발돋움했다.
 
체육계 관계자는 "KOC 분리는 정치권의 체육계 장악 시도다"며 "IOC 헌장의 보호를 받는 KOC를 떼어내 국제대회 선수 파견 업무만 부여해 힘을 뺀 뒤 대한체육회를 정부의 발 아래 두려는 의도다"고 지적했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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