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AP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메이저리그에 ‘역대급’ 신인투수가 나타났다. ‘KK’ 김광현(32ㆍ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꿈의 빅리그 신인왕을 향한 쾌속 질주를 펼쳤다.

김광현은 2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미주리주 신시내티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열린 2020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 신시내티 레즈와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3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세인트루이스가 16-2 대승을 거두면서 김광현은 시즌 2승(1세이브)째를 올렸다.

이날 세인트루이스 타선은 1회부터 상대 선발 소니 그레이(31)를 두들기며 김광현에게 넉넉한 리드를 안겼다. 1회에만 5안타 3볼넷으로 6득점을 뽑았다. 사이영상 후보로 꼽히는 신시내티 에이스 그레이는 1회도 채우지 못하고 조기강판 되며 루키 김광현과 맞대결에서 완패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마운드에 오른 김광현은 1회 선두타자 조이 보토에게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줬으나 닉 카스테야노스를 상대로 빠른 공을 던져 병살타를 끌어냈다. 맷 데이비슨은 몸쪽 낮은 슬라이더로 삼진 처리했다. 2회 에우제니오 수아레즈와 마이크 무스타커스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둘 다 위력적인 슬라이더로 잡아냈다. 아리스테이데스 아퀴노에게 볼넷을 내줬으나 호세 가르시아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이닝을 끝냈다. 3회에는 커트 카살리와 보토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다소 흔들렸다. 하지만 후속타자 카스테야노스를 또 한 번 유격수 병살타로 요리하며 실점하지 않았다. 4회에도 1사 후 수아레즈에게 2루타를 내줘 득점권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무스타커스를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운 뒤 아퀴노를 3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5회엔 가르시아와 아키야마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았고, 카실리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첫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김광현은 13-0으로 크게 앞선 6회초 구원투수 라이언 헬슬리와 교체됐다. 

이날 김광현은 최고 시속 92마일(약 148㎞)에 이르는 빠른 볼과 슬라이더, 커브 등을 섞어 신시내티 타선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포심 패스트볼 44개, 슬라이더 28개, 커브 10개, 투심 3개 등 총 85개의 공을 던졌다. 

전매특허인 빠른 인터벌이 돋보였다. 김광현은 현역 최고 포수인 야디어 몰리나(38)의 리드에 전적으로 의존하며 경기를 풀어갔다. 짧은 시간 안에 몰리나와 사인을 주고받은 뒤, 의도한 곳에 공을 던지는 ‘속전속결’ 투구를 선보였다.

타자 앞에서 꺾이는 예리한 슬라이더가 제대로 먹혔다. 이날 김광현의 슬라이더 헛스윙 확률은 47%(9.19)에 이른다. 슬라이더 구속은 최저 시속 126㎞에서 최고 140㎞까지 나왔다. 삼진 4개 모두 슬라이더를 던져 잡았다. 타이밍을 뺏는 커브가 위력적이었고, 스트라이크존을 폭넓게 활용하는 제구력도 여전했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송재우(54) 본지 논평위원은 “경기 계획을 잘 짠 것 같고, 컨디션이 좋았던 것 같다. 경기 초반 몸쪽 위주 투구를 한 것이 주효했다. 빠른 공과 슬라이더로 몸쪽을 찌르면서 공격적인 투구를 했다. 신시내티 타자들이 4회부터 몸쪽 공을 노리고 들어오니 5회부터는 바깥쪽 위주의 투구를 하며 경기를 영리하게 풀어갔다”고 평가했다.

23일 신시내티전에서 6이닝 무실점, 28일 피츠버그 파이리츠전에서 6이닝 1실점(비자책)에 이어 3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며 연속 이닝 무자책 행진을 17로 늘렸다. 최근 4차례 선발 등판에서 기록한 평균자책점이 무려 0.44다.

김광현 등판일지. /연합뉴스

김광현은 올 시즌 5경기에 나서 1승 1세이브, 21.2이닝 6볼넷 11탈삼진으로 평균자책점 0.83, WHIP 0.92를 기록 중이다. 메이저리그 통계 자료를 보면, 현재 김광현의 기록이 1913년 평균자책점이 공식 기록으로 인정된 이래 왼손 선발투수의 초반 4경기 평균자책점 역대 2위다. 1위는 1981년 내셔널리그 신인상과 사이영상 동시에 휩쓴 페르난도 발렌수엘라(당시 LA 다저스)가 만든 0.25다.  

김광현의 데뷔 초반 성적은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3ㆍ토론토 블루제이스)을 뛰어넘는다. 류현진은 2013년 데뷔 후 첫 5경기에서 2승 1패 평균자책점 3.41를 기록했다. 김광현이 이보다 더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김광현은 아직 규정이닝에 진입 하지 못했지만, 20이닝 이상을 소화한 투수 중에서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제는 현지에서도 당당한 내셔널리그 신인왕 후보로 인정받고 있다. 김광현은 올 시즌 20이닝 이상 던진 전체 신인 투수 중 평균자책점 1위를 달린다. 세인트루이스 지역 언론 KSDK의 코리 밀러 기자는 "아직 2020 내셔널리그 신인왕 논의가 시작되지 않았다면 이제 김광현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라고 말했다. 

김광현의 경쟁자로 평가 받는 선수는 제이크 크로넨워스(26ㆍ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다. 크로넨워스는 2일까지 시즌 31경기에서 타율 0.356와 4홈런 17타점 20득점 36득점, 출루율 0.411 OPS 1.034를 기록하며 신인왕 0순위 후보로 꼽히고 있다. 김광현이 현재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크로넨워스의 대항마가 될 수 있다.

송재우 위원은 “충분히 신인왕에 도전해볼 만하다. 내셔널리그 전체로 봐도 김광현의 평균자책점은 경이로운 수준이다. 시실 신인왕 얘기가 나오면 본인도 모르게 욕심이 나서 오버페이스를 할 수 있는데 마인드 콘트롤을 하면서 지금처럼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리면 신인왕에 가까워질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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