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빈 카잔의 황인범. /루빈 카잔 구단 페이스북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최근 러시아 프로축구 FC 루빈 카잔으로 이적한 황인범(24)이 성공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그는 완전히 적응이 덜 된 상태에서도 연일 활약하며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달 23일(이하 한국 시각) 2020-20201시즌 러시아 프로축구리그 4라운드 CSKA 모스크바와 원정 경기(2-1 승)에서 후반 34분 투입돼 데뷔전을 치른 그는 같은 달 27일 FC우파와 홈 경기에서는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돼 선제 결승 골로 소속 팀의 3-0 완승을 이끌었다.

데뷔 골을 넣은 황인범은 "힘든 상황에서 슛을 시도했는데 다소 운이 따른 것 같다"고 겸손한 소감을 전했다. 이어 "러시아에 온지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았지만, 내 집처럼 느껴진다. 팀 승리를 위해 모든 걸 쏟아 붓겠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불타오르는 의지만큼 활약은 계속됐다. 같은 달 31일 러시아 카잔의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시즌 6라운드 탐보프와 홈 경기에서는 풀타임을 소화하며 후반 45분 동료 조르제 데스포토비치(28)의 동점 골을 도왔다. 1-2로 뒤지던 카잔은 2-2로 극적인 무승부를 거두고 '이적생' 황인범이 나선 최근 3경기에서 무패(2승 1무)를 이어갔다.

◆팀 내에서 자리잡아 가는 황인범

루빈 카잔은 지난 1958년 창단한 전통이 있는 팀이다. 지난 2008~2009년에는 2년 연속으로 리그 우승을 거뒀다. 지난 시즌에는 16개 구단 가운데 10위에 올랐다.

루빈 카잔의 홈 구장은 카잔 아레나다. 한국 축구의 역사가 쓰여진 곳이기도 하다. 신태용(50) 전 감독이 이끌던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18년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에 나서 당시 랭킹 1위 독일을 2-0으로 꺾었던 곳이다. 그 경기에서 50m를 질주해 쐐기 골을 넣은 뒤 환호하는 손흥민(28ㆍ토트넘 홋스퍼)의 모습은 한국 축구사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황인범이 카잔 아레나에서 활약하며 ‘카잔의 기적’이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대전 출생인 황인범은 대전문화초와 유성중, 충남기계공고를 거쳐 프로에 입성했다. K리그 2부 대전 시티즌(현 대전하나시티즌)과 충남 아산프로축구단에서 경력을 쌓은 그는 이후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에 진출했다. 밴쿠버 화이트캡스FC에서는 36경기에 출전해 3골을 넣었다. 각급 대표팀에서도 활약했다. 2018년 자카르타ㆍ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경기에 나서 손흥민, 황의조(28ㆍ지롱댕 드 보르도), 황희찬(24ㆍRB 라이프치히) 등과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파울루 벤투(51)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에서도 23경기에 출전해 3골을 기록했다.

지난달 14일 루빈 카잔과 3년 계약을 맺은 황인범은 벌써부터 팀 내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그는 동료들과 전통 의상을 입고 경기 홍보 이미지의 모델로도 나섰다.

황인범. /루빈 카잔 페이스북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평가

강약점이 확실한 선수다. 그런 만큼 성장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미드필더로서 측면과 중앙을 넘나들며 활약할 수 있는 선수다.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능력을 갖추고 있다. 드리블과 공간 침투, 득점 등에 능하다. 기본기와 볼 키핑, 넓은 시야 등도 수준급이다. 중원의 거의 모든 위치를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미드필더로 평가된다.

물론 수비에서는 의문의 꼬리표를 완전히 떼지는 못했다. 황인범은 과거 본지와 인터뷰에서도 “수비는 이전부터 (부족한 점이라고) 생각해왔던 부분이다. 사실 공을 잘 차는 것보다 수비를 잘하는 게 더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비를 잘 하는 선수들은 알겠지만, 저 같이 수비력이 부족한 선수들은 수비를 하면서 발을 뻗어야 하는지 기다려야 하는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그런 부분들과 관련해 조언을 들으면서 준비하고 있다. 계속 보완해야 할 점이다”라고 부연했다.

보완점이 크게 개선될 경우 그의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 프로축구리그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경우 유럽 빅리그 문도 두드려볼 만하다. 자카르타ㆍ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금메달 획득으로 병역 문제도 이미 해결한 상태다. 끊임없이 날카로워지는 황인범의 발 끝에 큰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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