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포스터.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제77회 베니스영화제가 코로나19 비상 상황 속 지난 2일(현지시간) 오프라인으로 개막했다. 이 영화제에는 한국영화로 유일하게 ‘낙원의 밤’이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제77회 베니스영화제는 2일 이탈리아 베니스 리도섬에서 출발을 알렸다. 오는 12일까지 예년과 동일하게 열흘 간 열린다.

코로나19 시국 속 지난 5월 칸 영화제는 한 차례 시기를 미루며 오프라인 강행을 타진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여러 영화제가 온라인으로 개최되거나 연기하는 만큼 이번 베니스영화제의 오프라인 개최는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었다. 베니스영화제 측은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고자 모든 관객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 체온 측정 등을 실시하고 있다. 객석 역시 한 자리씩 띄워앉기를 실시하며 이탈리아 정부 차원의 방역도 이뤄지고 있다.

상황이 상황인만큼 예년에 비해 초청작 수는 줄어들었으며 50여개국 72편에 달했다. 경쟁부문 18편과 비경쟁부문 19편 등 총 72편이 초청됐다. 경쟁부문에는 여성 감독의 영화 8편이 포함됐으며 심사위원장도 여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선정됐다.

독립영화 ‘더 라이더’로 주목 받고 마블 영화 ‘이터널스’의 감독까지 맡은 클로이 자오의 신작 ‘노마드랜드’가 경쟁작에 초청됐다. ‘노마드랜드’는 경제 위기를 겪는 미국 중년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 프랜시스 맥도널드가 연기와 제작에 참여했다. 일본의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러시아의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 감독, 이스라엘의 아모스 지타이 감독과 과거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적 있는 잔프랑코 로시 감독의 신작도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코로나19 시대의 풍경을 그린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신작 ‘피오리, 피오리, 피오리!’도 프리미어 공개된다.

영화 '낙원의 밤' 포스터.

한국영화 중에는 ‘신세계’ ‘마녀’ 박훈정 감독의 ‘낙원의 밤’이 유일했다. 영화는 조직의 타깃이 된 한 남자와 삶의 끝에 서 있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엄태구, 전여빈, 차승원이 출연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박훈정 감독을 비롯해 배우들은 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했다.

박훈정 감독은 영화제와 화상 연결을 통해 “‘낙원의 밤’은 오래 꿈꿔왔던 작품”이라고 소개하며 “베네치아에 있지 않은 것이 유감스럽지만, 이런 기회를 갖게 돼 흥분되고 행복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외신들은 박훈정 감독이 ‘신세계’를 연출하고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의 각본가였던 점을 언급하며 “피칠갑 범벅인 범죄 드라마 장르의 팬들이 열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연예매 체 버라이어티는 “친숙한 이 영화의 진짜 타깃은 장르 영화의 팬”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영화의 전개가 늘어진다는 점을 아쉬움으로 꼽았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좋은 구성과 신나는 액션이 나온다”면서도 “다만 총격이나 칼싸움 장면까지 빨리감기해서 볼 가능성이 높은 늘어지는 구간이 있다”라고 했다. 스크린데일리는 “대학살 장면까지 늘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라고 비평했다.

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평생공로상을 수상한 틸다 스윈튼./연합뉴스.

한편 이번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평생공로상을 수상한 틸다 스윈튼은 ‘블랙팬서’ 주인공 고(故) 채드윅 보스만을 추모해 시선을 끌기도 했다. 틸다 스윈튼은 수상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와칸다 포에버”며 ‘블랙팬서’를 대표하는 대사를 읊었다. 앞서 그는 베니스 리도섬에 1일도착한 후 두팔을 교차해 자신의 가슴 위로 들어올리며 ‘블랙팬서’ 속 채드윅 보스만의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틸다 스윈튼은 채드윅 보스먼과 영화 ‘어벤져스 : 엔드게임’에 함께 출연했다. 이들은 각각 에인션트 원 역과 블랙 팬서 역을 연기했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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