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이 갑작스런 복부 통증으로 열흘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AP·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더블케이(KK)' 김광현(32)의 쾌속질주에 빨간불이 켜졌다. 김광현은 최근 복통을 호소해 응급실을 찾았고, 신장 경색 진단과 함께 열흘짜리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극심한 복통, 신장 경색 진단

세인트루이스 포스트 디스패치 등 현지 언론은 6일(이하 한국 시각) "김광현이 5일 시카고 컵스와 원정 경기를 위해 방문한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극심한 복통을 호소해 응급실로 이송됐다"면서 "검진 결과 신장 경색(renal infarction) 진단을 받았다"고 전했다. 다행히 김광현은 병원에서 혈액 희석제를 투여 받는 등 약물치료를 거친 뒤 6일 퇴원했다. 하지만 7일로 예정된 컵스전 선발등판은 무산됐다. 현재로서 복귀 시도 정확히 알 수 없다.

존 모젤리악 세인트루이스 사장은 현지 매체와 화상 인터뷰에서 "(신장질환은) 김광현이 예전부터 갖고 있던 문제였고, 구단도 지난해 12월 계약에 앞서 인지했다"면서 "올 시즌 안으로 김광현이 돌아올 가능성은 있다. 앞으로 일주일 정도 김광현의 회복 추이를 살펴볼 것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광현의 몸 상태는 어제보다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마이크 실트 감독 역시 같은 견해를 보였다. 그는 "김광현은 어제까지만 해도 상당한 통증을 호소했다"며 "이제는 통증이 상당 부분 사라졌고 어느 정도 정상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7일 통역인과 함께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로 돌아가 치료를 이어갈 예정이다. 빅리그 데뷔 시즌을 맞고 있는 그는 올 시즌 5경기에서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0.83으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현지 언론은 김광현을 내셔널리그 신인왕 후보로 꼽고 있기도 하다.

데뷔 시즌 우여곡절이 많았던 김광현이 부상 악재를 딛고 최근의 상승세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AP·연합뉴스

◆야구의 신(神), 이번에도 도울까

올 시즌 김광현은 불운과 행운을 오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스프링캠프 때까지는 모든 일이 잘 풀리는 듯했다. 시범경기 때 무실점 등판이 이어지며 '미스터 제로'라는 별칭을 얻었다. 선발진 합류 가능성이 높아 보이던 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모든 걸 흔들었다. 캠프는 중단됐고, 시즌 개막 여부는 안갯속에 빠졌다. 훈련할 곳도 마땅치 않은 데다 한국 귀국도 자가격리 기간 때문에 불가능해졌다. 김광현은 그렇게 가족과 떨어진 채 낯선 플로리다에서 마냥 시간을 보냈다.

어렵게 시즌이 개막한 후에는 보직이 발목을 잡았다. 선발진이 꽉 찼고, 낯설기만 한 '마무리' 임무를 맡았다. 한국에서 뛴 13년 동안 한 번도 주전 마무리로 뛴 적이 없었다. 김광현은 우려를 실력으로 극복했다. 7월 25일 개막전에서 첫 세이브를 신고했다. 그렇게 잘 풀리는 듯했던 김광현에게 또 시련이 찾아왔다. 구단 내 코로나19 환자가 속출했다. 거듭된 방역과 검진으로 경기장에 나서지 못한 채 호텔에 격리됐다. 7월 30일 미네소타전을 끝으로 세인트루이스는 격리에 들어갔고, 8월 16일이 돼서야 다시 경기가 재개됐다. 그 사이 김광현의 보직은 다시 선발로 바뀌었다.
 
결과적으로 선발 보직 변경은 행운이 됐다. 김광현은 1일 신시내티전에서 5이닝을 3안타 무실점으로 틀어 막으며 시즌 2승째를 따냈다. 선발 복귀 뒤 20.2이닝을 1자책점으로 막아낸 김광현의 선발 평균자책점은 0.44에 불과하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좌완 선발투수가 데뷔 첫 선발 뒤 4경기에서 기록한 평균자책점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역대 최고 기록은 1981년 LA 다저스의 전설적인 투수 페르난도 발렌수엘라가 만든 0.25다.

김광현은 다사다난한 빅리그 데뷔 시즌에 대해 "운이 참 좋은 것 같다. 미국식으로 말하면 '갓 블레스 미(God Bless me)'라고 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라는 불운을 딛고 선발 자리를 꿰찬 그는 다시금 부상 악재에 주춤하고 있다. 하지만 시즌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올 시즌 김광현의 행보가 말해주듯 불운 뒤에 또다시 행운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김광현이 부상을 딛고 더 큰 도약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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