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을 이긴 기본… ‘어우흥’에 반기 든 GS칼텍스
화려함을 이긴 기본… ‘어우흥’에 반기 든 GS칼텍스
  • 이정인 기자
  • 승인 2020.09.06 15:58
  • 수정 2020-09-07 10:26
  • 댓글 0

GS칼텍스 선수들. /KOVO 제공
GS칼텍스 선수들. /KOVO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2020~2021시즌을 앞둔 V리그 여자부에는 ‘어우흥’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어우흥’은 “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다”의 줄임말이다. 비시즌 흥국생명은 자유계약선수(FA) 이재영과 재계약하고, 이다영(이상 24)을 현대건설에서 영입한 데 이어 ‘배구여제’ 김연경(32)까지 품었다. 막강한 전력을 갖춘 흥국생명이 다가오는 시즌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실제 ‘드림팀’으로 평가 받은 흥국생명은 이번 조별리그부터 순위 결정전, 4강전까지 무실세트 전승 행진을 벌이며 전문가들과 배구팬들의 기대치를 충족했다. 흥국생명의 ‘무실세트’ 우승을 점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배구공은 둥글고, 배구라는 스포츠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KOVO컵의 진짜 주인공은 ‘골리앗’ 흥국생명이 아닌 ‘다윗’ GS칼텍스였다. GS칼텍스는 5일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2020 제천ㆍMD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결승전에서 흥국생명을 세트스코어 3-0((25-23 28-26 25-23)으로 완파하며 대이변을 연출했다. 3년 만에 KOVO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흥국생명의 대항마로 떠오르며 올 시즌 반란을 예고했다.
 

GS칼텍스 선수들. /KOVO 제공
GS칼텍스 선수들. /KOVO 제공

◆ ‘절대 1강’을 꺾은 비결은 수비와 기본기

그물망 수비가 가장 큰 승리 원동력이다. GS칼텍스는 김연경, 이재영 등 흥국생명의 레프트 공격 점유율이 높다는 점을 파악하고 단단한 방패를 준비했다. 국내 최장신 메레타 러츠(26ㆍ206㎝)와 더불어 센터진에 상대적으로 더 키가 큰 문명화(25ㆍ189㎝)를 선발로 투입해 흥국생명의 날카로운 ‘창’을 막았다. 흥국생명 공격수들의 강력한 공격을 몸을 던져 막아냈다. 어택커버(상대 블로킹 벽에 맞고 자기 팀 코트 안으로 떨어지는 공을 받아 올리는 플레이) 등 기본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디그 숫자에서 흥국생명을 31-19로 압도했다.

상대공격을 블로킹해 자신이 속해 있는 팀의 공격 기회로 만드는 유효블로킹도 여러 차례 만들었다. 블로킹 숫자에서는 11-9로 앞섰다. 이날 흥국생명의 쌍포 김연경과 이재영의 공격 성공률을 각각 28.57%와 39.07%로 묶었다. 

리시브를 받는 강소휘(가운데). /KOVO 제공

강점인 서브도 적극 활용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팀 서브 1위(세트당 1.346개)를 기록한 GS칼텍스는 경기 내내 날카로운 서브로 흥국생명의 리시브 라인을 흔들었다. 특히 이재영에게 목적타 서브를 구사하며 공격 참여를 저지한 게 효과를 봤다. 이날 경기에서 이재영은 무려 39개의 리시브를 시도했다. 이재영은 리시브 부담이 가중되자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흥국생명의 리시브 효율은 35.21%에 그쳤다. 반면 GS칼텍스는 팀 리시브 효율 42.9%를 기록했다. 

박미희(57) 흥국생명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GS칼텍스가 우리보다 모든 면에서 앞섰지만 특히 득점이 나올 찬스에서 좋은 수비가 나오면서 우리가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면서 “GS칼텍스 수비 집중력이 더 좋았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도 집중마크를 당하면 어쩔 수 없다"고 인정했다.
 

강소휘. /KOVO 제공
강소휘. /KOVO 제공

◆ 더 강해진 GS칼텍스, 흥국생명 독주 막을까

우승의 1등 공신은 단연 러츠, 이소영(26), 강소휘(23)로 이어진 삼각편대다. 이중 가장 돋보인 선수는 강소휘다. 패기를 앞세워 적극적인 플레이를 펼친 그는 결승전에서 14점(공격성공률 48.14%)에 수비(리시브효율 43.48%)에서도 맹활약하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3년 전 컵대회에서 우승과 함께 MVP를 차지했던 기억을 되살리며 2020년에도 다시 한번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대회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다. 이번 대회 내내 맹활약한 그는 기자단 투표에서 30표 중 14표를 받아 팀 동료 메레타 러츠(10표)를 제치고 대회 MVP에 선정됐다. 차 감독은 강소휘에 대해 “많이 성장했지만 지도하는 입장이라 욕심이 끝이 없다.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확실히 지난 시즌보다 한 단계 더 올라갔다”며 치켜세웠다.

V리그 적응을 마친 2년차 러츠도 결승전에서 25점(공격 성공률 42%)을 올리며 해결사 노릇을 했다. 블로킹도 4개나 올리며 흥국생명의 공격을 봉쇄하는 데 이바지했다. 주장 이소영은 공격과 수비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팀의 살림꾼 노릇을 묵묵히 해냈다. 디그(상대팀의 공격을 받아내는 것) 13개를 성공하며 100% 성공률을 기록했다. 

포지션별로 좋은 선수층과 탄탄한 조직력을 지닌 GS칼텍스는 다가오는 시즌 흥국생명의 독주를 저지할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꼽힌다. 지난 시즌 득점 2위(589점), 공격 종합 2위에 오른 주포 러츠는 변함 없는 활약을 예고했다. 올 시즌이 끝난 뒤 나란히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 ‘쏘쏘자매’ 이소영, 강소휘는 ‘FA로이드(FA를 앞둔 시즌에 좋은 성적을 거두는 현상)‘ 효과가 기대된다. 베테랑 한수지(31), 김유리가(29) 버티는 블로킹도 막강하다. 여기에 비시즌 트레이드로 유서연(26), 이원정(20)을 영입해 백업을 강화했다. 권민지, 이현(19) 등 젊은 피들도 이번 대회에서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GS칼텍스는 지난 시즌 우승 가능성이 충분했으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리그가 중단되면서 2위에 머ㅜㄹ렀다. 이번 대회서 보여준 패기와 저력은 고스란히 다가오는 정규리그에 대한 기대감으로 번진다. 차 감독은 “오늘은 이겼지만, 흥국생명이 더 강하게 나올 것이라고 본다. 시즌이 되면 더 강해질 것이다”며 “준비를 철저히 밀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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