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지난해 기록적인 적자에도 재정관리 소홀로 손해 이어져
한국전력공사 사옥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 직원들의 태양광발전소 사업 비리가 올해도 어김없이 등장하면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감사원의 ‘한국전력공사 기관운영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 지역본부 지사장 A씨 등 4명은 회사의 허가 없이 본인이 최대주주인 법인을 설립한 뒤 8개의 태양광발전소를 건설·운영했다.

한전 임직원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과 한전 내부규칙 등에 따라 직무 외 영리업무에 종사하지 못하고, 회사의 허가가 없인 자기사업을 영위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들은 회사 몰래 아들·누나·배우자·부친 등 가족을 서류상 대표로 내세워 법인을 설립했다.

지사장인 A씨의 경우 2017년 6월 22일 본인과 가족 명의로 주식회사를 세우고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했다. 지분구성은 본인이 50%, 배우자가 20%, 첫째 아들이 30%였고, 대표자는 둘째 아들로 세웠다. 이후 경북 지역에 태양광발전소를 건설, 지난해 9월 30일 한전과 전력수급계약을 체결하고 운영해 94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직원 B씨는 누나를 법인 대표로 두고 4개의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해 5억2323만원의 이익을 챙겼다. 또 다른 직원 C씨와 D씨는 각각 1개와 2개의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해 1억1992만원, 2억681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들은 총 8곳의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했으며, 수익 합계는 9억1200만원에 이른다.

한전 직원의 태양광발전사업 운영에 대한 점검 결과 /감사원 자료

감사원이 매년 감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태양광 발전사업 부당연계 후 시공업체로부터 금품수수, 가족명의 태양광발전소 특혜제공, 배우자 등 가족명의를 빌려 자기사업 운영 등 지적사항이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 7월 실시한 자체감사에서도 2018년 4월 이후 추진된 태양광 발전사업(6464건) 전수조사 결과 가족 등 차명으로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다 적발된 직원은 총 10명에 달했다. 매년 감사 때마다 해당 비리가 적발됐지만 사업을 처분을 강제할 규정이 없다보니 같은 비리행위가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실에 따르면 한전 임직원 66명은 최근 3년간 차명 소유 등 태양광사업 관련 비리로 징계 받았다. 이들이 운영한 발전소는 94개로, 징계를 받고도 대다수가 태양광발전 사업을 그대로 영위해 적발 이후 1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징계 뒤 사업을 정리한 곳은 단 2곳에 불과했다.

한전은 올해도 감사결과를 받아들이면서 조사결과 ‘취업규칙’ 등 관련 규정에 위배되는 경우 신분상의 조치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지는 의문이다.

한전 관계자는 “지난해 감사 결과에 따라 올해부턴 취업규칙에 가중처벌 내용을 넣기로 했던 만큼 재발방지 대책을 위한 후속조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감사원은 한전이 고객 요청으로 배전선로 공사를 할 경우 해당 고객에 표준시설 부담금을 부과하면서 노임단가 등 공사비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재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전 규정은 고객의 요청으로 발생한 배전선로 공사비의 경우 해당 고객에게 설치 비용을 받도록 고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전은 지난 1989년에 설정된 배전선로 설치 단가 산정 방식을 2019년까지 30년 간 변경 없이 그대로 적용했다. 2017년부터 노무비 상승에 따른 표준시설 부담금의 단가를 13.3% 인상할 필요가 있었지만 오히려 인하했다.

한전은 지난해 1조276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08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적자를 기록하면서 재무부담이 높아진 상황이지만 안일한 대처로 추가 손해를 계속 떠안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감사원은 한전에 표준시설 부담금 단가 조정을 위해 공사비에서 자재비와 노무비가 차지하는 구성비를 재산정하라고 통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내부 직원들의 비리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징계 수위가 약하다보니 매년 감사결과로 지적되고 있는 만큼 강력한 제재 조치가 필요하다”며 “이런 비리만 근절돼도 재정부담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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