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하 감독. /수원 삼성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박건하(49) 감독은 축구계에서 ‘온건파 감독’으로 평가 받는다. 점잖은 성격의 그는 차분한 말투로 선수들과 자주 소통하는 편이다. 불같이 화를 내기보단 늘 진실한 말투로 진정성 있게 상대를 들여다보려고 노력한다. 말이 앞서지 않고 맡은 일을 묵묵히 실행해나가는 스타일이다. 말쑥한 외모처럼 부드러운 리더십을 갖췄다.

그런 그가 8일 프로축구 K리그1(1부) 수원 삼성의 제6대 감독으로 선임됐다. 계약 기간은 2022년 12월 말까지다.

◆박건하의 강점은 ‘신뢰와 소통’

수원 구단이 박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낙점한데에도 신뢰감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 구단은 “선수들과 팬들에게 신망이 두터운 박 감독이 선수 시절, 지도자 시절에 보여준 열정과 충성심으로 위기를 돌파하길 기대한다"며 "소통 리더십과 합리적인 팀 운영을 바탕으로 팀 전력을 강화하고 변화와 혁신의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박 감독이 K리그 1부 리그 사령탑에 선임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 1995년 수원의 창단 멤버로 입단해 2006년 은퇴할 때까지 ‘원클럽맨’으로 활약했다. 292경기에서 44골 27도움을 기록했다. 2007년 수원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2009년 수원의 18세 이하(U-18) 유스팀인 매탄고 감독, 2010년 수원 2군 코치를 거치는 등 구단과 동행했다.

런던 올림픽 축구 대표팀과 A대표팀 코치를 지냈으며 2016년 6월에는 K리그 2부 서울 이랜드 감독직에 올랐다. 2017년 1월 지휘봉을 내려 놓은 그는 이후 중국 슈퍼리그의 다롄 이팡, 상하이 선화 등에서 다시 코치를 지냈다.

박 감독은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지휘봉을 잡게 돼 책임이 막중하다. 팀이 위기를 벗어나는데 온 힘을 쏟겠다"며 "내년부터는 수원 재건의 골격을 세워 팬들에게 자부심을 되돌려주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박건하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궁금증 자아내는 ‘박건하표 축구’

단기간 팀을 확 바꾸긴 어렵다. 그에게 주어진 특명은 일단 강등권에서 팀을 구해내는 것이다. 수원이 위기에 처한 만큼 그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 K리그1 시즌(27라운드 체제) 종료까지 8경기가 남은 가운데 수원은 4승 5무 10패 승점 17로 12개 구단 가운데 11위에 그치고 있다. 앞서 이임생(49) 감독이 물러난 후 주승진(45) 감독대행 체제로 팀을 꾸려왔지만 역부족이었다.

박 감독은 공교롭게도 13일 오후 5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하나원큐 K리그1 2020 20라운드 FC서울과 ‘슈퍼매치’를 통해 1부 리그 감독으로 데뷔한다. K리그 통산 91번째 슈퍼매치다. 지난 7월 4일 열린 시즌 첫 슈퍼매치에서는 난타전 끝에 양팀이 3-3 무승부를 기록했다.

슈퍼매치는 오랜 기간 K리그 최고의 히트 상품으로 여겨져 왔지만, 올해는 수원과 서울(6승 3무 10패 승점 21ㆍ9위) 모두 하위권에 머물면서 그 열기가 크게 식었다. 그러나 박 감독이 수원의 소방수로 투입되면서 새로운 관전포인트가 생겼다. 수원 선수들이 박 감독을 구심점으로 어떻게 새로운 플레이를 만들어가느냐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박건하 감독은 선수 시절 공격수로 활약했지만, 지도자로서는 수비와 압박을 강조하고 지향하기도 해 향후 수원의 플레이가 어떻게 진화할지 기대를 모은다.

수원은 당장 반등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6경기에서 1승 1무 4패에 머물렀다. 8월부터 부산 아이파크전 승리(3-1)를 제외하면 이긴 적이 없다. 최하위인 12위 인천 유나이티드(3승 5무 11패ㆍ승점 14)와 승점은 불과 3 차이다. 박 감독이 선수단에게 주입할 극약처방이 어떤 것일지 주목된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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