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높은 진입 장벽에 명맥만 유지
백화점 1층에는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가 모여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국내 유명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새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뷰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대부분 실패한 것으로 확인됐다. 셀트리온과 동화약품, JW중외제약 등은 체면을 구겼다.

셀트리온그룹의 화장품 계열사인 '셀트리온스킨큐어'는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2017년 362억원, 2018년 172억원, 지난해 130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올해 상반기에는 3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셀트리온스킨큐어'는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지난 2013년 출범한 계열사다. 

당시 시장 안착을 위해 브랜드 모델로 배우 김태희를 발탁했으며,  화장품 광고업계에서는 드물게 5년이라는 장기 계약도 체결했다. 이후 장동건과 한지민, 이범수 등을 내세워 적극 공략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셀트리온스킨큐어 사옥. /셀트리온 제공

◆ 셀트리온스킨큐어, 서정진 회장 '아픈 손가락' 돼

업계 안팎에서는 '셀트리온스킨큐어'에 대해 서 회장의 '아픈 손가락'이라고 평가한다. 그의 지분율이 70.23%에 달하는 사실상 개인 회사이고, 무려 3000억원을 투자했지만 창립 후 지금까지 흑자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서 회장은 장남 서진석 셀트리온 수석부사장을 2017년 10월 셀트리온스킨큐어 대표로 선임해 실적 개선을 꾀했지만 이마저도 실패했고, 그는 지난해 셀트리온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나마 위안거리를 꼽자면 재임 기간 적자 규모를 절반으로 줄였다는 것이다.

'셀트리온스킨큐어'는 현재 가수 김호중을 모델로 내세운 '이너랩'을 통해 반전을 노리고 있다. 지난 7월 선보인 메인제품인 '마더플러스 초유프로틴'은 한 달 만에 CJ오쇼핑 전체 단백질 매출 1위에 올랐고, 8월 말 기준 4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동화약품 스킨케어 브랜드 '활명'. /동화약품 제공

◆ 동화약품 오너 일가 나섰지만…시장 반응 '미비'

제약·바이오 기업 중 화장품 사업 흑역사를 기록한 또다른 업체로는 동화약품이 있다.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의 장녀 윤현경 더마 사업부 상무는 지난 2012년 BD실(신제품개발실) 이사에 임명된 다음 해인 2013년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때 나온 신제품은 보습제 '당케(약국용)'와 독일에서 원료를 직수입해 선보인 '인트린직(병원용)'이다.

이처럼 오너 일가가 야심차게 기획했지만 당케와 인트린직은 아직 동화약품 경영 관련 보고서에 한 차례도 언급된 바 없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 일반 소비자들은 동화약품의 관련 사업 진출 여부를 모른다.

다만 윤 상무는 현재 '활명'를 통해 자존심 회복을 노리고 있다. 이 스킨케어 브랜드는 동화약품 활명수의 생약성분을 선별해 만들었다. 지난 2018년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해외 최고급 명품 백화점에서 주관한 K-뷰티 팝업스토어에 참여해 조기 완판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지난해 10월 세계 최대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SEPHORA)'에 입점했고, 두 달 뒤 경복궁 건춘문 바로 맞은편에 국내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기도 했다.

아울러 JW중외제약과 한미약품, 광동제약 외에 여러 중소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화장품 시장에 진출했지만 여전히 회사의 메인 사업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마스크팩을 하고 있는 소비자. /연합뉴스

◆ 제약·바이오사, 화장품 사업 좌절 왜? 

기능성 화장품이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약품 제조 기술을 보유한 이들이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는 이유는 높은 진입장벽 때문이라는 게 업계 지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화장품 생산실적은 16조2633억원으로 전년 15조5028억원 대비 4.9% 증가했다. 또한 기능성 화장품 생산실적은 5조3448억원으로 전년(4조9803억원)보다 7.3% 늘었고, 2015∼2019년 평균 성장률도 8.5%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LG생활건강(30.5%)과 아모레퍼시픽그룹(30.22%)은 지난해 각각 4조9603억원, 4조9154억원의 생산실적으로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애경산업(2.31%), 코리아나화장품(1.43%), 카버코리아(1.33%) 등 순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그룹이 국내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상황에 인지도가 높은 해외 명품 브랜드, 국내 유통업체들도 뛰어들고 있다"며 "이로 인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판매 채널이 약국이나 병원, 홈쇼핑 등으로 좁혀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도 국내 제약업체들은 이제 막 연매출액 조단위를 기록하는 수준"이라며 "매출의 약 10% 이상을 신약 연구개발에 투자하기도 버거운데, 마케팅이 중요한 화장품 사업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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