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실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 같다.”

제 25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코로나19 사태로 최악의 위기를 맞이했다.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는 개·폐막식 행사를 없애고, 상영작 역시 최소한의 횟수로 상영된다. 국내외 취재진 역시 현장 취재를 하지 못하게 됐다.

14일 오후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이용관 이사장, 전양준 집행위원장,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가 참석했다.

당초 예정됐던 7일보다 2주 뒤에 열리는 부산영화제는 조촐하게 막을 올릴 예정이다. 매해 진행했던 개·폐막식과 레드카펫은 물론 많은 관객이 모일 수 있는 야외무대 인사, 오픈토크 등의 야외 행사와 소규모 모임은 일절 진행하지 않는다. 해외 영화관계자 역시 초청하지 않으며 영화인들의 교류를 위해 열었던 리셉션 및 파티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부산영화제가 밝힌 개최 형식은 ▲개•폐막식을 비롯한 각종 행사와 해외초청 취소 ▲철저한 방역 실시 ▲ 영화 상영만 집중 ▲비즈니스 및 포럼 프로그램 온라인 개최 ▲2020 아시아필름어워즈, 아시아콘텐츠어워즈 시상식 온라인 개최 ▲온라인 예매•모바일 티켓팅 실시 등이다.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osen.

예년의 영화제와 다른 방식으로 개최되는 만큼 예산 역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용관 이사장은 “예산 문제에 대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긴밀하게 상의하고 있다”며 “예산이 축소될 것은 예측이 가능하지만 워낙 상황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부산시와 긴밀하게 의논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당초 선정작 한 편당 2~3회씩 상영됐던 것과 달리 1편당 1회만 상영될 계획이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 스크린 수가 모자라서 예년과 마찬가지로 영화 당 2회~3회 상영은 어려울 것 같다”며 “평균 1회씩 상영하게 될 것 같다. 집합 모임은 거의 다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실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 같다”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부산영화제는 영화 상영만을 주축으로 개최될 전망이다. 온라인 상영은 진행하지 않는다. 남동철 프로그래머는 “온라인을 여러 가지로 도입했는데 GV나 마켓행사는 온라인이 가능해서 진행하고 있다”며 “하지만 상영은 오프라인으로 상영할 수밖에 없다. 선정작 목록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극장에서 봐야만 하는 영화, 극장 상영을 전제로 해서 상영이 가능한 작품이다”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영화제 측은 자문단을 구성했다. 이용관 이사장은 “자문단을 구성해 몇 차례 미팅을 했다. 소견을 들으며 조정하고 있다. 어떤 일이 발생했을 경우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자문단의 의견을 따르고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또 코로나19 사태 악화로 부산국제영화제가 취소될 시 온라인으로는 열리지 않는다. 이용관 이사장은 “만약 코로나19 사태가 험악해진다면 취소될 것”이라며 “온라인 개최는 준비돼있지 않다. 월드 프리미어 작품들이 온라인 공개를 곤란해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영화 편수와 상영 횟수를 대폭 줄이는 만큼 관객들의 티켓 전쟁 역시 치열해질 전망이다. 남동철 프로그래머는 “온라인 예매만 가능하고 티켓 전쟁에서 이긴 분들이 티켓을 확보할 것 같다”라고 했다.

한편 올해 부산영화제 초청작은 68개국 192편이 선정됐다. 매해 약 300편 정도 소개됐으나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대폭 축소됐다. 개막작은 홍콩 거장 7명의 옴니버스 영화 ‘칠중주: 홍콩 이야기’가 선정됐다. 홍금보, 허안화, 서극, 조니 토 등이 참여했다. 그 외 칸영화제 선정작 가와세 나오미의 ‘트루 마더스’,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차이밍량의 ‘데이즈’,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구로사와 기요시의 ‘스파이의 아내’와 마지드 마지디의 ‘태양의 아이들’ 등 다양한 아시아 거장들의 영화도 선보인다. 미주, 유럽 거장들의 영화도 준비돼 있다.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작인 크리스티안 펫졸트의 ‘운디네’,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필립 가렐의 ‘눈물의 소금’과 켈리 라이카트의 ‘퍼스트 카우’,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아모스 기타이의 ‘하이파의 밤’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의 ‘친애하는 동지들’, 미셸 프랑코의 ‘뉴 오더’ 등 영화 팬들의 기대를 모은 작품들이 소개된다.

1970년 오손 웰즈와 데니스 호퍼의 친밀한 대화를 기록한 ‘호퍼/웰즈’는 베니스영화제에서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된 뒤 부산에서 관객과 만난다. 일본 다큐멘터리계의 대부 하라 카즈오의 ‘미나마타 만다라’ 지아장커의 중국 예술에 관한 다큐멘터리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먼바다까지 헤엄쳐 가기’ 등이 상영된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21일부터 30일까지 개최된다.

양지원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