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여러 걸그룹 멤버들이 여전히 성희롱에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소속 가수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가진 소속사부터 여러 악플러들까지 지속적으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 소속사 관계자 "보여주려고 하는 건데 가리면 어떡하냐"

16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걸그룹 파나틱스 멤버들이 지난 7일 V라이브를 통해 '도리 그림 추천'이라는 제목으로 팬들과 소통한 영상이 화제가 됐다. 해당 영상에는 파나틱스 멤버들이 짧은 치마, 바지를 입고 방송을 진행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때 멤버 시카가 소파에 앉은 멤버들에게 담요와 점퍼 등을 건넸고 멤버들은 이를 이용해 다리를 가렸다.

그러자 한 남성 관계자가 시카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건데 가리면 어떡하냐"며 "바보냐 넌?"이라고 질책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후 멤버들은 눈치를 보다 결국 담요와 점퍼를 치웠고 불편하게 앉은 채 방송을 진행했다.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이 영상을 두고 성희롱 논란이라며 회자됐다.

무엇보다 이 영상에서는 남성 관계자가 시카에게 문제의 발언을 함과 동시에 마찰음이 들렸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됐다. 이에 실제로 폭행이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이어졌다.

논란이 계속되자 파나틱스 소속사 에프이엔티는 17일 "방송 중 현장 진행스태프의 잘못된 발언에 대해 당사는 심각성을 느낀다. 이로 인해 상처받았을 멤버들과 팬분들께 먼저 사과드린다"며 "스태프의 잘못된 발언이 어떠한 이유를 막론하고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관련된 책임자는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겠다"고 사과했다.

파나틱스는 지난해 미니앨범 '더 식스(THE SIX)'로 데뷔했다. 본래 도아, 윤혜, 지아이, 채린, 시카, 도이로 구성됐으나 비아와 나연을 영입하며 8인조로 개편했다. 지난 5월에는 두 번째 미니앨범 '플러스 투(PLUS TOW)'로 활동한 바 있다.

■ 소속사 대표→매니저, 도 넘은 성희롱 발언

최근 해체한 그룹 옐로비 멤버 아리는 팀 활동 당시 회사 관계자와 매니저가 성희롱, 성추행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 아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멤버들 대표로 글을 적는다"며 "관계자였던 그분은 한 멤버를 끌고 연습실로 가서 잠자리하려고 했다. 그 상황에 모든 사람들이 있었다. 끌고 가는 걸 말리는 사람은 오직 멤버들뿐이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거나 허벅지를 만지는 등 신체 접촉이 있었다. 전 매니저는 '아기를 낳게 해줄 테니 모텔 가자' '아빠는 네가 알아서 찾아' 등 입에 담기 힘든 말들을 했다. 새벽에 불러서 술을 권한 적도 여러 차례 있었다"고 폭로하며 해당 사건은 트라우마로 남아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소속사 에딕션엔터테인먼트는 "성추행의 주범으로 언급한 사람을 회사 관계자가 아닌 뮤직비디오 제작자"라며 "사건 당시 회사 사람들이 함께 있었지만 멤버들에 관심을 두지 않은 사이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다"고 해명했다.

이어 "'아기를 낳게 해줄 테니 모텔 가자'고 한 매니저의 말은 아기와 함께 온 관객을 향해 '나도 결혼하면 저렇게 예쁜 아기 낳아야지'라는 의미에서 한 말이었다"며 "매니저는 장난으로 했다고 하지만 심각한 사항이기에 당시 회사에서도 그 사람은 심하게 문책했다. 그 매니저는 1년 전에 퇴사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해에는 연예기획사 대표가 소속 걸그룹 멤버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후 협박한 사건도 있었다. 4인조 걸그룹 전 멤버였던 A씨는 안무 연습을 하던 중에 소속사 공동대표 B씨로부터 "춤추는 모습이 성행위를 하는 것 같다"는 등 언어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A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손발이 갑자기 떨렸다. 거기서 한 마디를 더했던 게 저를 쳐다보면서 '한 번 더 춰봐'라고 웃으면서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A씨는 B씨에게 사과를 요구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룹에서 탈퇴하라는 협박이었다. 결국 A씨는 3년 동안 활동해 온 걸그룹을 탈퇴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B씨는 농담조로 한 말이라며 A씨와 연락이 닿지 않아 사과를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렇듯 걸그룹 멤버들을 향한 성희롱이 지속적으로 무분별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데서 그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게다가 악플러들로 인한 여러 걸그룹 멤버들의 고충 토로가 이어지고 있어 이들은 회사 안팎에서 이어지는 여러 성희롱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앞서 에이프릴 진솔, 에이핑크 오하영, 아이즈원 김민주 등은 악플러들의 지나친 성희롱 관련 악플에 대해 고충을 토로하며 법적 대응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연예 관계자는 "소속 가수들을 보호해야 하는 입장에서 오히려 이런 성희롱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이다"라며 "무엇보다 소속사 측에서 소속 가수들을 하나의 소비체로 인식하지 않는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사진=OSEN, V라이브 캡처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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